[미디어펜=홍샛별 기자]지난달 28일 '대대적 쇄신'을 선언한 삼성이 삼성전자의 지주사 전환 작업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관측된다. 여기에 지난달 임시 국회에서 처리 예정이던 ‘상법 개정안’의 무산은 삼성전자의 지주사 전환 작업에 속도를 붙일 전망이다.
지난달 28일 '대대적 쇄신'을 선언한 삼성이 삼성전자의 지주사 전환 작업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관측된다. /사진=연합뉴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1소위는 지난달 27일 법 일부 개정 법률안,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개정안 등을 논의하려고 했다. 그러나 여야 의원들이 대립각을 세우면서 끝내 처리되지 못했다. 사실상 무산된 셈이다.
상법 개정안은 그동안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승계 과정을 정조준한 법이라는 평가를 받아 왔다. 이런 까닭에 ‘이재용법’이라고 불리기까지 했다.
상법 개정안에서 삼성과 가장 맞닿아 있는 부분은 ‘인적분할시 자사주에 대한 신주 배정 금지’ 조항 등이다.
재계는 자사주에 대한 신주 배정을 금지하는 것은, 삼성의 지주사 전환을 가로막는 장벽이 될 것이라며 우려의 목소리를 높여 왔다.
일반적으로 지주회사 전환을 위해서는 자회사 지분의 20%를 확보해야 한다. 그동안은 신주를 배정함으로써 특별한 자금 투입 없이 요건을 충족시켜 왔다. 그러나 개정안이 통과됐다면, 삼성은 지주사 전환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붓는 상황을 맞이할 뻔 했다.
삼성전자에 대한 이 부회장의 지분이 0.6%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아버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지분(3.54%)과 어머니 홍라희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의 지분(0.77%)를 합쳐도 5%가 채 되지 않는다.
삼성전자 자사주 지분은 12.78%(약 1798만주)다. 자사주가 삼성가의 그룹 지배력을 뒷받치고 있는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상법 개정안으로 자사주 활용이 어려워지면 지주사의 자회사 지분 보유 요건조차도 충족시키기 어렵다.
삼성은 삼성전자의 지주사 전환을 이 부회장의 지배력을 높일 수 있는 최선의 방법으로 여기는 상황이다. 비판 여론이 높은 순환 출자 지배구조를 해소하면서 이 부회장의 지배력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이 부회장이 대주주로 있는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 당시에도 다음 단계는 삼성전자의 지주회사 전환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실제 삼성전자는 지난해 11월 지주회사 전환 검토를 공식화 하는 등 지주사 전환의 수순을 밟아 오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는 지주사 전환에 대한 답을 내놓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적극적 쇄신으로 ‘새 옷’을 입은 삼성전자가 ‘상법 개정’이라는 족쇄까지 풀리면서 지주사 전환 작업이 가속화 될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상법 개정안 처리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함으로써, 삼성은 지배구조 개선 작업을 본격적으로 진행할 수 있는 시간을 번 셈이기 때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이번 상법개정안에는 정상적인 기업들에게까지 부담을 가중시키는 내용과 실효성을 기대할 수 없는 장치들이 다수 담겼다"며 "상법개정안이 사실상 무산돼 다행"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