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박근혜 대통령의 운명을 가를 3월이 시작됐다.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심판 최종 선고를 열흘 남짓 남겨둔 상태에서 헌정사상 처음으로 대통령의 파면이 이뤄질지 주목된다.
헌재의 결정에 따라 박 대통령이 90여일간 직무정지 상태에서 벗어나 기사회생해 국정 정상화를 이룰지, 5월 중 조기 대선이 확정되면서 선거 국면으로 치닫게 될지 대한민국의 운명도 갈라질 전망이다.
야 4당은 벌써부터 조기 대선을 염두에 두고 네 탓 공방으로 구태를 보이면서 민심 끌어모으기에 발벗고 나섰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특검연장을 거부한 것을 놓고 후속 조치를 논의하려다가 책임론을 놓고 난타전만 벌이고 있는 것이다.
국민들은 헌재에서 어떤 탄핵 결정이 나오든 정치권이 나서 승복하고 국정혼란을 수습하기를 바라고 있다. 하지만 대선주자는 물론 정치권은 오로지 ‘닥치고 대선’으로 질주를 예고했다.
국민의당이 먼저 ‘문재인 대세론’을 공격하는 것으로 대선판을 열었다. 박지원 대표가 당초 ‘선 총리 후 탄핵’을 주장했다가 민주당의 반대로 무산됐던 일을 거론하며 책임을 물은 것이다. 하지만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는 “선 총리론은 탄핵을 피하려는 꼼수였지 않았냐”며 특유의 모호한 화법으로 응수했다.
국민의당의 대선주자인 안철수 전 대표와 함께 손학규 전 경기지사, 천정배 전 대표도 ‘민주당-문재인 책임론’에 가세했다. 특히 문 전 대표에 대해 독해진 안 전 대표는 “선 총리론을 반대한 민주당에 큰 책임이 있다”며 탄핵 과정에서 주도면밀하지 못했던 점을 비판했다.
민주당은 “선 총리론으로 했다가 탄핵 자체가 실패했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두 야당의 갈등은 지난 탄핵 소추 표결 때 추미애 민주당 대표가 당시 새누리당 김무성 의원을 독대했다가 박지원 대표가 격노했고, 한때 국민의당이 소위 친노·친문 세력들로부터 ‘탄핵 반대파’로 몰려 곤혹을 치렀던 지난 앙금이 고스란히 재현된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운명을 가를 3월이 시작됐다.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심판 최종 선고를 열흘 남짓 남겨둔 상태에서 헌정사상 처음으로 대통령의 파면이 이뤄질지 주목된다./사진=연합뉴스
이렇게 야당은 헌재에서 어떤 탄핵 결과가 나와도 국정혼란과 경제회생, 민생수습 대신 차기 대선에 사활을 걸 모양이다. 이미 문재인 전 대표는 탄핵만 되면 대통령이 될 것처럼 행세해왔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야당도 정권이 끝날 때까지 야당의 역할을 저버린 채 선거를 앞두고 이합집산에만 몰두하고 있다.
스스로 야당이 된 바른정당도 다를 바 없다. 아직 민주당에서 탈당도 하지 않은 김종인 전 대표와 ‘비(非) 문재인 빅 텐트’를 꿈꾸면서 김 전 대표의 정치적 영향력만 키워주고 있다는 비판이 있다. 당내에 유력한 대권주자가 없는 마당에 빅 텐트 구상은 모래 위에 성을 쌓는 형국이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 대권주자 2, 3위인 안희정 충남도지사와 이재명 성남시장은 3월1일 촛불집회에 참석하는 것으로 대권행보를 이어갔다. 그동안 정치인이 제도권 안에서 문제를 못풀고 집회에 참여해 여론을 선동한다는 비판이 있었지만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 외에 여야 대권주자 모두 광장에서 인기몰이에 여념이 없다.
헌재의 탄핵 결정을 앞두고 각 대권주자들의 승복 여부에 대한 입장을 정리해볼 필요가 있다. 문재인 전 대표는 한 방송 인터뷰에 출연해 “헌재에서 어떤 결정이 나오든 정치권은 승복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탄핵 초기 이미 “탄핵이 기각되면 촛불혁명”을 언급했던 그가 ‘정치권은 승복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하는 것을 지켜본 이들은 결국 ‘대중은 승복할 수 없다’는 선동적인 발언이라는 지적을 내놓았다.
안희정 지사는 지난 “선한 의지” 발언으로 지지율 하락을 경험하면서 ‘모호한 답변’으로 일관하고 있다. 안철수 전 대표도 마찬가지로 “예” “아니오”로 말하는 명확한 답변을 피해갔다. 하지만 이재명 시장은 “탄핵 기각을 수용할 수 없다”며 자신의 지지율을 무려 10%p나 올려준 촛불민심에 기대는 태도를 버리지 못했다.
탄핵을 반대하는 자유한국당에서 원유철 의원은 아예 “대선주자들은 탄핵심판 승복을 서약하자”며 강력 주장했다. 바른정당의 대권주자인 유승민 의원과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기각은 상상할 수 없다”면서도 “그럼에도 헌재 결정에 따라야 한다”고 했다.
최근 2심 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고 대권 도전을 시사한 바 있는 홍준표 경남도지사는 문 전 대표의 ‘탄핵 기각 시 혁명’ 발언에 대해 “정권교체가 아니라 정권탈취”라는 말로 비판하며 간접적으로 승복 불가피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그는 “박 대통령이 무능했지만 사법적으로 탄핵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의견도 피력한 바 있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