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지금 상황으로는 (회복이) 힘들죠. 더 이상 ISA를 거론하는 사람도 별로 없습니다.”
시중 증권사 근무 중인 A씨의 말이다. 작년 3월 14일 금융당국의 ‘옥동자’로 기대를 한 몸에 받으며 출시된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가 곧 첫 번째 생일을 맞지만 분위기는 썩 좋지 않은 모습이다. 가입자 수 감소와 지지부진한 수익률은 되돌리기 힘든 흐름으로 고착된 모양새다. 당국은 ‘시즌2’ 출시를 강조하지만 부활을 위해서는 선결 과제가 많다는 지적이다.
ISA가 곧 출시 1년을 맞는다. '국민 재산증식'을 모토로 오랜 준비기간을 거쳐 출시된 ISA는 하나의 통장으로 예‧적금과 주식‧펀드‧ELS등 파생상품 투자를 해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작년 상반기 금융계 최고의 화제상품으로 자리매김했다. /사진=금융투자협회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ISA가 곧 출시 1년을 맞는다. ‘국민 재산증식’을 모토로 오랜 준비기간을 거쳐 출시된 ISA는 하나의 통장으로 예‧적금과 주식‧펀드‧ELS등 파생상품 투자를 해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작년 상반기 금융계 최고의 화제상품으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금융당국이 ISA에 한해서 은행들에게 투자일임업을 허용하면서 금융소비자들과의 접점을 넓혔다.
대중성을 넓히는 과정에서 부작용도 없지는 않았다. 이른바 ‘깡통 계좌’ 논란이다. 출시 초기에는 ISA 유치실적을 핵심성과지표(KPI)에 연계시키는 금융사들이 대다수였기에 ‘묻지마 가입권유’ 사례가 적지 않았다.
문제는 그렇게 공격적인 영업을 한 것에 비해 금융사들의 전문성이 부족했다는 데 있다. 특히 ISA 출시 5개월 만에 불거진 ‘수익률 공시 오류’ 논란은 소비자들이 금융사들의 전문성을 의심하는 빌미가 됐다.
한 은행이 공시수익률을 잘못 산정한 것을 계기로 당국이 ISA 상품을 내놓은 모든 금융사들의 모델 포트폴리오(MP) 수익률을 검증한 결과, 7개 금융회사의 47개 MP 수익률이 기준에 부합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줬다. 전체의 3분의 1 수준이었다. 은행이건 증권사건 전문성을 갖췄다고 보기에 무리가 있다는 비판은 불가피했다.
금융계 내부에서도 불협화음이 있었다. 은행에 대한 금융당국의 투자일임업 허용이 증권사들에게 생채기를 남겼다는 지적이 나온다. ‘ISA에 한해서’라는 단서가 붙긴 했지만 증권사들로서는 당국이 은행들에게 지나치게 편파적이라는 인상을 줬기 때문이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금투협-은행연합의 ‘기울어진 운동장’ 논란은 사실 ISA 때부터 예고돼 있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 이런저런 ‘흑역사’와 상처를 남긴 ISA지만 출시 1년을 앞두고 공개된 성과는 초라하다. 우선 가입자 숫자가 감소하고 있다. ISA 가입자는 1월말 기준 236만 1712명으로 작년 12월 말보다 오히려 약 2만 9000명 줄어들었다.
성과가 좋았느냐하면 꼭 그렇지도 않다. 금융투자협회가 1월말 기준으로 운용 3개월이 지난 25개 금융회사의 201개 일임형 ISA 모델 포트폴리오(MP) 위험 유형별 수익률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증권사 상품이 거둔 수익률이 평균 2.69%, 은행은 1.01% 수준이었다.
가장 큰 수익률을 달성한 상품은 키움증권의 초고위험 기본투자형으로 7.75%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높은 수익률임에는 틀림없지만 저렇게 높은 위험도를 감당할 수 있는 투자자는 많지 않기에 ‘국민 재산증식’이라는 모토와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와 당국은 올해 ‘ISA 시즌2’ 출시로 난국을 돌파하겠다는 복안을 세우고 있다. 단순히 은행이 ISA를 팔 수 있도록 하는 수준이 아니라 근본적인 상품 설계 단계에서부터 대중성을 넓혀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세제 혜택, 중도인출 허용, 가입대상 범위 확대가 가장 필요해 보인다”면서 “비과세 한도를 높이고 중도인출을 허용하면서, 원천소득영수증 증빙이 없는 자영업자‧학생‧퇴직자들도 자유롭게 가입할 수 있도록 범위를 확대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