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항일 기자]"박근혜 대통령이 삼성전자 반도체 산업단지 기공식 참석할 때만해도 이렇게 될 줄 알았나…"
고덕면 인근 한 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지난 2015년 5월 박근혜 대통령이 삼성전자 반도체 산업단지 기공식에 참석했던 당시를 회상했다. 삼성그룹의 핵심 사업인 반도체 산업단지의 입주가 알려지면서 일대 부동산 시장이 들썩였다.
이 관계자는 "고덕신도시 개발 계획을 알지 못하던 사람들이 박 대통령의 기공식 참석 이후 하루에 수십통 씩 문의 전화가 왔다"며 "당시만 해도 삼성만 들어오면 지역경제는 물론 부동산 경기가 크게 반등할 것으로 예상했다"고 회상했다.
2020년까지 5만6000여가구가 입주 예정인 평택 고덕국제신도시는 삼성전자 반도체 산업단지, SRT지제역, 평택 미군기지 이전 등을 호재로 앞세웠지만 입지 대비 높은 분양가가 흥행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점쳐진다. 사진은 평택 고덕신도시 사업지 인근 전경.
고덕신도시는 평택 서정동·고덕면 일대 1743㎡ 규모에 오는 2020년까지 총 5만6000여가구가 조성되는 사업이다.
고덕신도시는 2기 수도권의 마지막 신도시이자 삼성전자 반도체 산업단지 입주로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지제역SRT가 지난해부터 본격 개통되면서 서울 접근성이 개선됐고 일정이 늦춰지기는 했지만 평택 미군기지 이전도 오는 2018년 마무리될 것으로 보이면서 준비된 흥행이 보장된 신도시라는 평가를 받았다.
호재를 바탕으로 최근 2년간 분양시장이 호황을 누리는 사이 평택에서도 대규모 신규 공급이 쏟아졌다. 대형 건설사의 브랜드 아파트가 쇄도한 평택은 그러나 예상과 다른 저조한 청약 성적을 기록하며 '미분양 무덤'이라는 오명을 쓰게 됐다.
더욱이 최근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된 혐의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속되면서 고덕신도시의 핵심 주체인 삼성의 어수선한 분위기도 평택 부동산 시장에 위화감을 조성하고 있다. 연내 가동 예정인 삼성반도체 공장은 그 형태를 거의 갖춰가고 있지만 좀처럼 분위기 반등이 쉽지 않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난 3일 '고덕 동양 파라곤'(752가구)이 마수걸이 분양에 나섰다. 이후 '자연앤자이'(755가구, 공공분양), 제일풍경채(1022가구), 신안종합건설(613가구) 등이 연내 분양을 앞두고 있다.
삼성전자 반도체 산업단지 조성이 완료되면 약 2만여명의 근무자가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 이들 수요와 함께 하청업체도 입주할 경우 그 수요는 더욱 많아질 전망이다.
그러나 배후 수요를 제외하고는 입지와 가격면에서는 높은 점수를 받기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먼저 평택 내 분양하는 단지들이 앞세워 홍보하는 SRT지제역은 교통 호재로 보기 어렵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많다. SRT의 경우 서울 출퇴근이 아닌 이상 지역 거주민들이 SRT를 이용할 가능성은 낮기 때문에 직접적인 호재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실제 평택 비전동 인근 P부동산 관계자는 "서울에서 문의하는 전화는 드물다"며 "동탄에서도 서울까지 거리가 상당한데 평택은 출퇴근이 사실상 어렵다"고 설명했다.
고덕신도시와 SRT지제역 사이의 거리도 4~5km 떨어져 있어 교통호재 보다는 불편 요소로 여겨진다. 상업시설 및 편의시설 등 생활인프라가 갖춰지기까지 소요되는 시간이 상당하다는 점도 흥행의 불안요소다.
분양가 적정성도 논란이다. 업계에 따르면 고덕신도시의 3.3㎡당 평균 분양가는 1100만원대로 전망된 가운데 실제 지난 3일 분양한 동양건설산업의 '고덕 동양 파라곤'은 벌써부터 고분양가 논란이 일고 있다.
이 단지는 3.3㎡당 평균 1140만원, 84㎡(최상층) 기준으로는 1177만원이다. 발코니 확장비를 포함하면 사실상 1200만원대 분양이다. 이는 최근 2년간 평택 내 분양한 단지들과 비교하면 무려 300만원 가까이 비싸다.
더욱이 최근 청약돌풍이 일었던 남동탄이 3.3㎡당 평균 분양가가 1100만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고덕신도시의 분양가는 무리수로까지 보여진다.
동탄2 반석동 인근 K부동산 관계자는 "최근 남동탄은 발코니 확장 등을 포함해 3.3㎡당 1100만원대 후반에 분양하고 있다"며 "동탄2에서도 20~30km 더 떨어진데다가 분양가가 남동탄과 비슷한데 (평택으로)내려가겠느냐"고 지적했다.<2편에 계속>
[미디어펜=조항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