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사드(THAAD) 부지를 제공한 롯데와 관련해 논평을 내놨다. 롯데가 국방부와 토지 맞교환을 통해 사드 부지를 제공한 건 뇌물이자 배임이라고, 반드시 법적 책임을 지게 될 것이라며 겁박하는 내용이었다. 문재인 민주당 전 대표는 이미 오래 전부터 사드는 차기 정권이 결정할 문제라며 사드 배치를 취소해야 한다고 강변해왔다. 박원순 서울 시장도 최근 한 마디 보탰다. 정부의 무리한 사드 배치 때문에 중국의 반발로 경제 위기가 왔다는 것이다. 범야권 인사들이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발언을 하나하나 담으려면 끝이 없으니 일단 여기까지 해두자.
이들은 희한하리 만치 중국 입장을 대변하고 있다. 중국이 한국의 사드 배치 결정에 하는 협박 내용을 그대로 읊고 있다. 하긴, 조선이 청나라에 사신을 보내 굽신거리듯, 정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기어이 중국에 사드방중단 7인을 보내 저자세로 그들의 입장을 전해듣고 온 더불어민주당 아니던가. 중국은 신이 나서 7인의 사드방중단을 프로파간다로 활용했고, 한국 정부가 자국 의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사드 배치를 감행하는 것이라며 비판했다.
도대체가 이해가 안 된다. 일본에 나라 팔아먹은 친일파들은 그리들 싫어하면서, 지금 이 시대에 중국에게 나라를 팔아먹고 있는 정치인들에 대해서는 왜 이리 관심들이 없는지. 하긴, 일제시대도 이렇게 무관심 속에서 찾아왔을 터다.
중국의 행패가 심각하다. 언제든 한국을 집어삼키겠다는 의도를 과감하게 드러내고 있다. 사드 부지를 제공한 롯데에 대한 온갖 부당한 제재는 물론, 최근 있었던 롯데 해킹 공격의 배후로 중국이 지목되고 있다. 롯데에만 그러나? 중국 핵 폭격 부대의 타겟이 성주가 될 것이라며 도발을 하는가 하면, 대대적인 금한령으로 중국 시민들이 한국으로 관광오는 걸 금지시켜버렸다. 각종 한류 문화컨텐츠, 화장품, 식품 등은 이미 오래 전부터 금지되었다.
중국의 한반도 사드 배치 보복이 현실화되는 가운데 주중 한국교민사회에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사진은 롯데백화점./사진=연합뉴스
하나 하나 언급하기가 힘들 정도다. 중국 정부와 관영매체가 공식, 비공식 라인을 막론하고 한국에 대한 망언을 이어오고 있으며, 우리 재계 인사들 앞에서 “소국이 대국에게 대항해서 되겠느냐” 따위의 오만한 발언을 하기도 했다. 작은 나라 주제에 어딜 감히 우리의 심기를 거스르느냐, 시키면 시키는대로 하라는 뉘앙스였다. 대놓고 무력시위를 하기도 했다. 핵 폭격기를 포함한 전투기 10여대를 끌고와 우리 방공식별구역(KADIZ)을 침범했던 게 올해 초다.
우리 공군이 급히 출동해 물러나라며 수차례 경고메세지를 보냈으나 4~5시간 동안이나 이를 무시하고 한국방공식별구역을 비행했다. 일반 여객기도 아니고, 핵 폭격기가 포함된 군사작전용 전투기들이었다. 이에 해명을 요구하자, 중국 관영매체와 정부는 “중국의 군사 규모가 점점 커져 활동 범위 확대가 불가피하다”며 헛소리를 늘어놨다. 사과는 커녕, 어쩔 수 없으니 너희들이 참아라는 뻔뻔한 자세를 보인 것이다.
중국이 이런 싸가지 없는 반응을 보인 것이 어디 하루 이틀인가? 사드 배치 문제를 가지고 새삼스럽게 이러는 것도 아니다. 해적 수준의 중국 불법어선들이 우리 바다를 침범해 불법조업을 펼쳐 우리 어민들의 피해가 심각하다고 적극 항의하자 그 때도 “너희들이 참아라”는 반응이었다. 이에 우리가 원칙대로 무력제압하겠다고 반응하자 “한국 정부 미쳤나”며 “침착하게 생각해보고 이성적으로 반응하라”고 협박하기도 했다.
도저히 참다 못한 우리 어민들이 각종 흉기로 무장한 중국 불법어선들과 맞서서 이들을 자력 체포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어민들 입장에서는 생계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걸고 투쟁할 수 밖에 없었다. 결국 우리 해경이 단속을 강화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우리 해경 배를 침몰시켜버렸다. 중국 불법어선들이 흉기로 무장하고 저항하면서 벌어진 일이었다. 우리 바다에서, 우리 공권력이 외세의 불법 무력에 당한 것이다. 도저히 참다 못해 해경이 매뉴얼을 대폭 수정해 실탄발포를 시작했다. 그러자 중국 정부는 자국 해경에게 발칸포 등을 포함한 중무장을 지시한다.
중국의 이런 제국적 태도는 비단 한국 뿐만 아니라 모든 주변국을 대상으로 견지해오던 것이다. 그리고 지금 불거진 사드 배치 문제는 중국의 그 제국적 자존심이 걸려있는 문제인 셈이다. 가뜩이나 미워죽겠는 미국이랑 친한 “소국” 대한민국이 사드 배치를 하지 말라는 “대국” 중국의 “명령”에도 불구하고 기어이 배치하겠다는 거다. 이러니 어떻게든 대가를 치르게 해야겠다는 게 중국의 입장이다. 실리를 떠나 자존심의 문제인 셈이다.
중국이 사드 한반도 배치와 관련한 보복으로 한국 여행을 사실상 불허하면서 청주국제공항의 지난달 국제선 이용객이 전년대비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떠나는 중국인 관광객들./사진=연합뉴스
이러니 중국의 행패에 쌍욕이 나올 수 밖에 없다. 그간 북한의 각종 대남도발과 핵실험에는 침묵으로 일관하며 사실상 북한의 국제적 양아치 짓에 동조해왔던 게 중국이다. 그런데 정작 우리가 북한의 핵 위협으로부터 우리의 국민과 영토를 지키기 위해 사드를 배치하겠다고 결정하자 온갖 위협과 협박을 하며 내정간섭을 한다. 그 이유가, 사드 레이더를 통해 미국이 중국을 감시하게 되기 때문이라는데, 사드 방위각과 운용 방침에 따라 중국 감시가 불가능하다고 여러 차례 밝혔음에도 마냥 안 된단다.
반 세기 전, 중국은 우리의 주적과 손잡고 대한민국을 침공한 나라다. 그 뿐만 아니라, 지난 수십년 간 우리의 주적이 정권을 유지하는 데 최대 지원을 해온 나라이기도 하다. 내 적의 적은 친구라지만, 내 적의 친구는 명백한 적이다. 중국은 우리의 적이다. 지난 수천 년의 역사 내내 그래왔다. 아니, 한 세기 근현대사만 살펴봐도 알 수 있다. 그들은 언제나 우리의 반대편에서 총구를 겨누고 있었고, 틈만 나면 제국주의적 야욕을 가감없이 드러내며 우리를 위협했다. 미국이 없었으면 이미 오래 전 우리를 집어삼켰을 나라이며, 지금도 ‘그럴 능력이 있음’을 과시하며 시비를 걸고 있다.
씁쓸하게도, 한국의 대중정서가 철저히 반일감정에만 매몰되어 있다보니, 이 상황을 제대로 인지하고 있는 사람이 너무 적다. ‘동맹국’으로서 기능하고 있고, 실제로 많은 경제적/군사적 협력을 제공해온 일본에는 아직까지 이를 갈면서, 중국의 온갖 패악질에는 철저히 침묵한다.
얼마 전 중국 전투기가 날아와 우리 하늘을 유린했던 날에도, 우리 정치계와 언론계는 소녀상이 어쩌고 저쩌고, 일본 정부가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해야 한다며 핏대를 세우고 있었다. 중국의 핵 폭격기가 우리의 방공식별구역에 무단으로 날아왔는데도 너나 할 것 없이 일본의 아베만 욕하고 있었던 것이다.
중국 관영매체는 지난 4일 사드 배치와 관련된 중국의 경제보복 조치로 인해 한국 관광산업이 위기를 맞고 있다고 보도했다./사진=연합뉴스
이러니 정치인들이 매국노 같은 소리를 해도 욕을 먹지 않는다. 중국의 ‘눈치를 봐야 한다’며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이들부터, 미국보다는 중국이 우리의 이웃이라는 이들, 중국과 같이 가야 한다는 이들까지. 그야말로 일제강점기 때 나라 팔아먹는 소리를 하고 있는데, 비판은 커녕 오히려 지지를 받고 있다. 그저 ‘정부’와 대항한다는 이유만으로.
아무래도 중국이 진짜 쳐들어 오면 그때서야 정신을 차리려나 싶다. 일제강점기처럼 중제강점기를 겪고나야 을사오적 만큼이나 정유칠적(사드방중단 7인)을 미워하지 않을까 싶다. /우원재 자유기고가
[우원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