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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에 무너진 정치 누가 탄핵되어야 하는가

2017-03-07 10:05 | 편집국 기자 | media@mediapen.com

이인철 변호사

누가 정치에 책임져야 하는가? 광장 민주주의와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

작금의 탄핵 사건이 이미 무너진 헌법 질서에 대해서 그 책임을 타에 전가하거나 파탄된 헌법 상황을 이용하여 정적을 제거하려는 정변의 수단으로 이용되는 것이 아닌가라는 우려가 있다.

지난 10년간 기성 정치권은 광장에 권력을 양도하고 정치력을 발휘하지 아니하여 정치를 포기한 것처럼 보인다. 포퓰리즘의 시대라고 부르기도 하고, 2008년 광우병 사건 이후에 무슨 사건만 터지면 대중의 분노를 이용하여 광장을 장악한 홍위병의 민중 재판에 의해서 결론이 내려지는 홍위병의 시대라고 부를 수도 있겠으며, 의미가 불분명하지만 광장민주주의의 시대라고 할 수도 있겠다. 정치권이 책임을 지는 것을 본 적이 없다.

국회의원들은 국민에게 귀기울인다는 명목하에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권력을 포기하고 그때그때 군중의 선호와 그 선호의 변화에 따라 움직였다. 지난 10년간 국회는 더 이상 정치가 이루어지는 장소가 아니고 광장이 정치의 중심지가 되었다. 87년 체제가 제왕적 대통령제라는 국회의 엉뚱한 주장은 자기들은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주면서 그나마 일하는 곳에 대한 비난으로 들린다.

현안에 대해서 정치가 해결해 주지 않으면 모든 사건이 법원으로 간다. 가야하지 말아야 할 사건들도 간다. 그러하기에 이 시대의 소송은 증거 없이 주장만으로 제기된다. 증거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스스로 결론을 낸 사건을 법정에서 확인만 받는 것이라고 생각하고는 다른 결론이 나오면 판사를 욕하고 법원을 비난한다. 정치권도 이렇게 똑같이 행동하면서 책임을 법원에 돌린다. 국가의 모든 책임에 대한 최종 해결처가 법원이 되었다. 

지난 10년간 국회는 더 이상 정치가 이루어지는 장소가 아니고 광장이 정치의 중심지가 되었다./사진=미디어펜



탄핵소추안의 제기는 광장의 함성에서 시작되었다. 광장에 권력을 양도한 국회는 광장의 함성을 기초로 해서 소추안을 만들어서 이를 추인하는 정도로 탄핵소추를 하였다. 광장에서 이미 결론이 난 사안이어서 탄핵심판청구서에는 광장의 함성이 증거로 첨부되었다. 함성은 증거가 될 수 없다. 아무리 이 시대의 정치가 무너지고 광장민주주의 시대라고 하더라고 함성을 증거로 해서 사실을 인정한다는 것은 헌법재판이 아무리 정치적 성격이 있다고 하더라도 재판이라는 것을 포기하는 것이다.

현실 정치가 광장에서 이루어지는 시대에 누가 정치에 있어서의 책임을 져야 하는가? 광장은 권한을 행사하는 곳이지 책임을 지는 곳이 아니다. 책임과 권한이 분리된 것이 광장민주주의다. 이사건 대통령 탄핵사건의 질문은 이것이다.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시대에 누구에게 책임을 지울 것인가? 이미 헌법이 붕괴된 시기라면 과연 그러한 책임을 묻는다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라는 질문을 할 수 있겠다. 광장에 정치를 넘긴 국회와 그래도 정치를 하겠다고 혼자서 뛴 대통령 가운데 누구의 책임을 물어야 하는가? 누가 헌법을 무너뜨렸으며 누가 탄핵되어야 하는가? 

정치가 모든 권위를 스스로 던져버리고 모든 최종 책임을 스스로 포기해버린 무책임의 시대에 파탄에 이른 헌법질서에 대한 책임을 누구에게 물어야 하는지, 누가 탄핵 되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이다. /이인철 변호사

광장에 권력을 양도한 국회는 광장의 함성을 기초로 해서 소추안을 만들어서 이를 추인하는 정도로 탄핵소추를 하였다./사진=미디어펜



[이인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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