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한진 기자]삼성전자가 홀로 외줄타기를 하는 심정이다.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 공백으로 인한 내부 불안감이 사그라지지 않는 가운데 외부의 기업 때리기가 삼성전자의 어깨를 더 무겁게 하고 있다. 최근 삼성전자는 정확한 사실 확인을 거치지 않은 정보들이 일부 언론을 통해 전해지면서 더 난처한 입장이다.
올해 삼성전자는 삼성 뉴스룸의 ‘알려드립니다’ 페이지를 통해 ‘삼성전자가 배터리 불량을 묵인했다는 의혹’ ‘삼성 베트남 건설 현장 유혈 폭동’ ‘반도체 사업장에서 사용하는 물질을 숨겼다는 주장’ 보도 등이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했다.
삼성전자는 뉴스룸을 통해 왜곡된 정보를 바탕으로 전해진 뉴스 등에 대한 사실 관계를 알리고 있다. 그러나 삼성전자의 목소리는 공허한 메아리에 그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이미 관련 내용들은 포털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온라인커뮤니티 등에 전파되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사실’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잘못했네”라며 날아오는 수많은 비난의 화살까지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다.
일부에서는 삼성전자가 ‘엄살을 떤다’는 시각도 있다. 1분기 실적이 당초 시장 예상을 뛰어 넘을 것으로 전망되고, 올해 사상 최대 실적이 기대된다는 이유다. 먹고 사는데 걱정 없는 회사가 죽는 소리만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내년 이후에도 삼성전자가 글로벌 시장에서 지금과 같은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을지는 예단하기 어렵다. 올해는 지난해까지 쌓아온 체력으로 버틸 수 있다. 만에 하나 미래 준비가 소홀해 질 경우 급변하는 시장 환경에서 2‧3등으로 밀리는 것은 순간이다.
최근 글로벌 경영 환경은 일촉즉발 상황이다. 미국 도널드 트럽프 정부의 ‘미국 우선주의’와 중국의 ‘사드 보복’ 등 사방이 지뢰밭이다. 한 걸음만 잘못 떼도 치료하기 어려운 상처를 입을 수 있다. 벼랑 끝에 서 있는 셈이다.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서스에서 열린 CES 2017 삼성전자 부스 전경 /사진=삼성전자 제공
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된 삼성전자는 브랜드 가치와 기업 이미지에 이미 큰 손실을 입었다. 이 부회장의 ‘글로벌 ‘황금 인맥’도 당분간 가동하기 힘들다. 과거와 같은 ‘브랜드 프리미엄’과 ‘외부 지원 사격’을 당분간 기대하기 어려울 수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도 삼성전자가 경쟁 우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전 임직원이 발바닥에 불이 나도록 뛰어야 하는 상황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전열을 정비하면서 재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이 부회장이 자리를 비운 상태지만 ‘더 이상 지체할 경우 미래를 장담할 수 없다’는 절박한 마음으로 신발 끈을 조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부품과 세트 등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갖추고 있다. 전장과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분야에서도 빠르게 역량을 축적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글로벌 정보기술(IT) 공룡 등을 상대로 하드웨어‧소프트웨어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는 국내 기업은 삼성전자가 사실상 유일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몇 해 전 프로 야구팀 지휘봉을 잡았던 노 감독과의 인터뷰에서 그가 했던 말이 있다. “앞으로 한국은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좋은 성적을 내기 어렵다”는 것이다. 한국 야구가 1회와 2회 대회에서 각각 4강, 준우승의 위업을 달성했으나 경쟁국들이 대회에 신경을 쓰고 철저한 준비를 하면서 경쟁력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는 이유를 들었다.
실제 한국 야구 대표팀은 올해 WBC에서 힘 한번 제대로 쓰지 못하고 이스라엘과 네덜란드에게 덜미를 잡혀 예선 탈락이 사실상 확정됐다. 준비 소홀과 상황 대처 능력 부족이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꼽히고 있다.
삼성 뉴스룸 '알려드립니다' 페이지 /사진=삼성 뉴스룸 캡쳐
기업이 옳지 못한 행동을 하고, 이에 대한 객관적 사실이 드러날 경우 비판은 반드시 필요하다. 우리나라와 기업의 미래를 위해서도 견제와 감시는 중요하다.
하지만 ‘확인되지 않은 사실과 다른 정보’를 기반으로 생산되는 뉴스가 한 기업의 성장 동력 자체를 꺾을 수 있는 ‘나비효과’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무심코 던진 돌에 개구리가 맞아 죽는다’는 말처럼 왜곡된 정보가 사실처럼 확대 재생산 될 경우 기업들은 치명타를 맞을 수 있다. 경쟁사와 주요 수출국 정부가 우리 기업을 공격할 수 있는 빌미가 될 수도 있다.
국제 신인도가 떨어지고 매출이 하락하면 경영 활동과 성장 동력 확보에 차질이 불가피하다. 불필요한 에너지 소비로 미래 준비에 차질이 생길 경우 우리 기업들이 냉혹한 글로벌 시장에서 해외 경쟁사들의 먹잇감이 되지 말란 법이 없다. 과거 성적에 취해 자존심이 산산 조각난 야구 대표팀처럼 말이다.
[미디어펜=조한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