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세헌기자]'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수사 중인 검찰이 SK그룹 김창근 전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등 전·현직 임원을 소환하자 SK는 당혹스러워하며 수사 방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검찰은 수사 제3자 뇌물수수 의혹과 관련해 지난해 SK그룹을 압수수색하면서 수사에 시동을 걸었으나 박영수 특검 출범으로 관련자 소환 등 본격적인 수사 단계에 진입하지 못하고 사건을 그대로 특검에 인계한 바 있다.
연초부터 LG실트론을 인수하는 '반도체 빅딜'을 이끌어낸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올해 그룹 역대 최대인 연간 17조원 투자 계획을 꾸렸다.
16일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김 전 의장과 김영태 전 커뮤니케이션위원장(부회장), 이형희 SK브로드밴드 대표이사 등 SK그룹 전·현직 임원 3명을 이날 오전 소환해 조사하고 있다.
검찰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15년 7월 24일 김창근 전 의장과 단독 면담에서 최태원 회장의 사면 문제를 논의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재계는 이번 SK그룹 전·현직 임원 소환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제3자 뇌물수수 의혹 등과 관련해 SK그룹을 겨냥한 본격적인 수사에 돌입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대해 SK그룹 관계자는 "최태원 회장이 사면 받을 당시에는 미르·K스포츠재단은 언급되지도 않은 상황이라 전혀 연관이 없다"면서도 긴장한 채 검찰의 수사 향방을 주목하고 있다.
아울러 면세점 재승인 심사와 관련해서는 "면세점 심사 결과 워커힐의 사업권을 잃었으므로 대가나 특혜와는 상관이 없는 것으로 본다"고 했다.
무엇보다 SK그룹은 검찰 수사의 칼날이 향후 최태원 회장을 겨냥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현재도 최태원 회장은 출국 금지 신세로, SK그룹은 최근 경영활동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전해졌다.
각국 재계 유력 인사가 모이는 1월 다보스포럼에 불참한 것은 물론 중국 화학사 상하이세코 지분 인수 추진 등 중국 사업에서도 차질이 빚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들어 대규모 투자와 인수·합병(M&A)을 진행하고 있는 최태원 회장으로서는 최순실 게이트 리스크에 발목이 잡힌 모양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연초부터 대형 인수·합병(M&A)을 잇따라 성사시키며 '공격 경영'의 고삐를 단단히 조여왔다.
최태원 회장은 연초에 그룹 역대 최대 규모인 연간 17조원 투자 계획도 밝혔다. 지난해 14조원보다 21%나 늘어난 규모다. 그룹 채용 규모도 지난해보다 100명 늘어난 8200명으로 잡았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등 다른 재벌 총수들이 '최순실 게이트' 여파로 인사, 투자 등에서 정상적인 경영 활동을 펼치지 못하는 상황과는 대조적이었다.
이 같은 움직임에는 투자를 확대하고 인재를 더 확보해 대내외의 불확실성을 뚫고 나가겠다는 최태원 회장의 의지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이번 검찰 수가가 최태원 회장의 공격경영에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커졌다는 게 재계 안팎의 시각이다.
한편 검찰은 다음주 박근혜 전 대통령 소환 조사에 앞서 정부 관계자 조사와 함께 기업 수사도 신속히 진행해 뇌물공여 의혹의 핵심 사실관계를 파악할 방침이다.
SK그룹과 함께 '면세점 특혜' 등과 관련된 기업으로 거론되는 롯데그룹도 검찰 수사를 주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