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최주영 기자] "중국이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한반도 배치 결정 후 교묘하게 경제 보복에 나서는 시점에서 국내 기간기업을 중국 자본에 넘기는 것이 온당한가?"
산업계 한 관계자의 말이다. 금호타이어를 중국 컨소시엄에 매각하려는 산업은행 등 금호타이어 채권단을 향한 우려 섞인 목소리이기도 하다.
박삼구 금호그룹 회장은 금호타이어 인수에 필요한 1조원 마련 위해 컨소시엄 방식을 허용해달라고 요청한 상태이지만, 채권단은 매각원칙을 바꿀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채권단은 개인 자격으로 한정된 우선매수권을 가진 박 회장의 컨소시엄 요구가 협상의 원칙에서 한참 벗어나있다고 주장했다. 박 회장의 우선매수권을 제3자에게 양도할 수 없다는 '원칙'도 사전에 형성됐다는 게 채권단 논리다.
다만 채권단은 중국 타이어 업체 더블스타의 컨소시엄 구성은 허용해줬다. 더블스타는 이번 인수전에서 6개 회사와 공동으로 1조7000억원 규모의 사모펀드를 조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산업계에선 기대보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금호타이어 채권단이 우선매수권 3자 양도금지 원칙을 고수하는 것은 단순 금융논리에만 입각한 처사일 수 있다고 경고한다.
우선 더블스타의 금호타이어 인수에 따른 피해로 국내 타이어 산업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금호타이어와 거래해왔던 협력업체들의 네트워크까지 인수된다면 해외에서 공동전선을 펼쳐왔던 국내 타이어업체들의 입지 역시 좁아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중국 자본에 인수된 회사의 실패 사례가 재현될 수 있다는 점도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수년 전 쌍용차를 인수했던 중국상하이기차는 핵심기술을 빼돌린 후 매각하는 이른바 '먹튀'했고, 채권단의 법정관리 절차를 밟았던 한진해운 역시 극한의 갈등으로 그 존재가 사라진 케이스다.
중국이 사드 배치와 관련해 한국 투자에 제동을 걸고 있다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세계 각국이 자국이익을 위해 보호무역주의를 강화시키는 상황에서 정부와 채권단은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 제품 및 방산 기술을 해외로 유출시키는 과오를 범해서는 안 될 것이다.
우선매수권자인 박 회장의 인수 의지도 그 어느때보다 확고하다. 박 회장은 지난해 7월 그룹 전략경영세미나에서 금호타이어의 체질 개선을 위해 설비투자와 연구개발 등 강화 방안을 주문했다. 2013년 금호타이어 워크아웃 당시에는 1130억원의 사재를 투입, 경영정상화에 힘썼다.
채권단은 국가의 경제와 산업적 차원에서 이 문제를 전략적으로 풀어나가야 한다. 국내 산업의 영속성을 위해서라도 중국 자본의 철저한 검증이 필요한 '굿 타이밍'은 지금이 아닐까 싶다.
금호타이어를 반드시 금호아시아나그룹이 품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중국 컨소시엄에 매각해야 한다는 법도 없다. 산업은행과 채권단의 공정성이 그 어느때보다 요구된다.
[미디어펜=최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