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한기호 기자]자유한국당 대선주자 중 가장 선명한 보수우파 색채를 지닌 김진태(재선·강원 춘천) 의원과 홍준표 경상남도지사는 17일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두고 이견을 노출했다.
김진태 의원은 탄핵에 전면 반대해온 '태극기 민심'을 대변하는 논변으로 지지층을 휘어잡는 한편, 홍준표 지사는 조기 대선을 앞둔 '현실론'을 들어 자신의 "박근혜를 지우고 우파가 총결집해야한다"는 발언의 진의를 설명했다.
양측은 탄핵에 앞장서다가 바른정당행을 택한 비박계를 두고도 입장차를 보였으나, 대선 예비후보자 자격으로 처음 마주한 합동연설회 자리에서는 반갑게 악수를 나누며 원만하게 마무리했다.
한국당이 이날 오후 63빌딩에서 후보자 비전대회를 열고 총 9명의 예비후보 정견을 청취하는 가운데 김 의원은 4번째, 홍 지사는 9번째 발표자로 나서 이같은 견해를 밝혔다.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이 17일 오후 63빌딩에서 열린 당 대선 예비후보자 비전대회에서 4번째 연사로 나서 정견발표를 하고 있다./사진=자유한국당 유튜브 방송 캡처
김 의원은 "김진태는 대통령을 끝까지 지켰다. 보수의 아이콘, 의리의 사나이, 태극기시민의 친구"라고 피력한 뒤 "우리가 어떡하다가 여기까지 왔는가. 박 전 대통령 실정이 문제라고 생각하시나. 최서원의 국정농단이 문제인가"라고 현장의 당원과 지지자들에게 반문했다.
이어 "1년 전 우리는 어떤 상황이었나. 180석을 넘보고 있었는데 무엇을 그렇게 잘못했는가"라며 "누구라고는 말하지 않겠지만 딱 1년 전 우리 당 대표는 도대체 어떻게 당을 이끌었기에 작년 (4·13) 총선을 그렇게 참패를 하느냐"고 김무성 바른정당 의원을 겨냥했다.
다만 "무조건 (김무성 전) 대표만 욕할 것도 아니다"며 "언제 한번 제대로 된 이념 토론을 한 적이라도 있는가. 그저 세태에 따라 왔다 갔다 하다가는 저 좌파들에게 또 한번 정권을 내줬을 때 오늘처럼 애국가를 부르지 못하고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를 수도 있다"고 당내 자성도 촉구했다.
그는 자신의 의정활동 과정에서 구 통합진보당 세력, 민주노총, 언론, 종교계 등과 "타협하지 않고 끝까지 원칙을 지켰다"며 "그렇게 싸웠는데 제게 강경친박, 친박 결사대라는 말만 돌아오더라"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일명 '삼성동계', '사저정치' 논란 제기에도 "사저로 가 민간인이 되셔서 아무런 권력도 없는 대통령을 돕겠다는 사람들에게 무슨…이제 우리 당에 친박이 있겠느냐"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대통령 탄핵 결정에 불복하는 건 아니나, 우리는 (최순실) 사건에 숨겨진 또다른 진실도 보고 싶다. 고영태도 조사하고, 태블릿PC 조작도 반드시 조사해야 한다. 그래야 우리가 이번 탄핵도 진정으로 승복할 수 있다"면서, 해당 문제에 미온적인 대처로 일관하는 검찰을 개혁하겠다고도 밝혔다.
김 의원이 이같은 발언으로 장내를 뜨겁게 달군 반면, 마지막 순서인 홍 지사는 연설에서 "이번 대선에서 기울어진 운동장을 어떻게 바로세우고 국민의 냉정한 판단을 받을지를 생각해야 한다"고 주의 환기를 촉구했다.
자유한국당 소속 홍준표 경상남도지사가 17일 오후 63빌딩에서 열린 당 대선 예비후보자 비전대회에서 9번째 연사로 나서 정견발표를 하고 있다./사진=자유한국당 유튜브 방송 캡처
홍 지사는 "운동장이 기울어진 건 탄핵 때문이다. 탄핵 가부를 갖고 자꾸 논쟁하면 운동장은 계속 기울어질 것"이라며 "국민이 냉정을 찾도록 우리는 이제 진정 국면으로 가야 한다. 제가 '박 전 대통령을 잊자'고 얘기한 것도 대선 때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는 탄핵 반대 민심을 적극 대변하는 김 의원이 전날 '박근혜를 잊자'는 발언으로 자신을 겨냥 비판한 데 대한 일종의 해명으로 해석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사적 감정이 아니라, 대선 승리를 우선 지향하자는 충고인 셈이다.
탄핵 반대를 주장하는 당원과 시민들의 야유가 빗발치기도 했지만, 홍 지사는 "이제라도 한 마음이 돼서 대선에 나가야지, 대선을 포기하고 탄핵 찬반을 계속 끌고갈 수 있겠나"라며 "이 상황 하에서 우리가 정말 대선을 치를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자신의 지론인 '우파 스트롱맨'의 필요성을 거듭 설파한 뒤 "국외 조건은 좌파가 일어날 수 없게 돼있는데 우리가 단합해서 이를 국민에게 알리는 데 온 힘을 쏟아야지, 그렇지 않고 '노무현 정부 2기'가 탄생하면 이 나라는 희망이 없다"고 강조했다.
또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를 지목, 과거 '무상급식 파동' 때 "(문재인 당시 대표가) 아무 내용도 모르고 대책도 없었다. 참 벽 보고 이야기하는 것 같았다"고 맹비판하면서 "얼마 전 우리 당 초선 의원들이 기가 죽었길래 '내가 만약 문재인과 토론하게 되면 10분 만에 제압할 자신이 있다'고 했다"고 격려한 사실을 소개하며 호응을 이끌어냈다.
홍 지사는 "구도를 잘 짜면 우리는 이길 수 있다"며 "우파 단일후보가 나가고, 좌파의 둘(문재인·심상정)이 나오고 중도가 한명(안철수)이 나오는 4자 구도로 가면, 1987년 대선을 살펴봤을 땐 이길 수 있다"고 당원들을 독려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한 마음이 돼야 한다. 바른정당 사람들에게도 '우리가 이혼한 게 아니고 별거하고 있지 않느냐. 별거할 땐 서로 입에 담지 못할 욕설도 하지만 우리나 당신들이나 똑같은 우파진영 사람들이다. 한 마음이 돼서 대선에 임하자'고 얘기를 한다"고 범(凡)보수 통합론을 설파했다.
한편 홍 지사는 연설 직후 연단에서 내려와 앞서 연설을 한 8명의 후보자와 악수를 나누면서, 김 의원과는 두 차례 연속 악수를 나누는 등 전날의 갈등은 해소한 듯한 모습을 보였다.
[미디어펜=한기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