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세헌기자]금융당국이 유동성 위기에 처한 대우조선해양에 다시 수조원의 자금을 투입하는 추가자금 지원 여부를 놓고 고심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업계 안팎으로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가 대우조선해양에 신규자금을 지원하면 2015년 10월 4조200억원에 이어 다시 천문학적인 규모의 세금이 동원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그 파장은 더욱 증폭되고 있는 모양새다.
현재까지 정확한 규모나 방식은 결정되지 않은 상태이나 금융당국이 나서지 않으면 대우조선해양이 더 버티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하면 정부 지원은 불가피할 것이란 시각이 일반적이다.
대우조선해양은 다음 달 21일 4400억원을 시작으로 7월 3000억원, 이어 11월 2000억원의 회사채 만기가 돌아오고 있는데, 올해 하반기 부족자금 규모는 최대 3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보인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해 연결기준으로 잠정 실적이 매출액 12조7374억원, 영업손실 1조6089억원, 당기순손실 2조7106억원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3년부터 4년 연속 적자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지난해 4분기에만 영업손실 1조177억원, 당기순손실은 1조2829억원에 달한다.
업계는 대우조선해양이 연간 110억~120억달러 가량 수주할 것이라고 내다본 정부의 예측과 달리 지난해 15억5000만달러 수주에 그친 점을 문제로 삼고 있다.
앙골라 국영 석유회사 소난골에서 받아야할 자금 1조원도 묶이면서 대우조선해양의 어려움은 더욱 심화되는 상황이어서 정부의 예상이 빗나갔다는 시각이 대체적이다.
이런 가운데 감독 당국 입장에서는 채권단 자율협약이 가장 부담이 덜하겠으나, 이는 사채권자에게는 법적 구속력이 없는 만큼 워크아웃(채권단 공동관리)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현재 채권단은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추가 지원을 할지, 추가 지원을 할 경우 지원 규모와 형식, 추가 지원 분담 방안 등을 논의 중이다.
지원 내용은 신규 자금지원과 출자전환 등 채무재조정이 거론되고 있고, 지원 형식은 조건부 신규자금 지원(현상유지), 조건부 자율협약, 워크아웃, 법정관리, 프리패키지드 플랜 등이 제기되고 있다. 프리패키지드 플랜은 워크아웃과 법정관리의 장점을 결합한 제도다.
그러나 수주산업인 조선업 특성상 기업이 워크아웃에 돌입하면 선박 계약이 파기되고 신규 수주가 어려워져 영업 자체가 힘들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욱이 국책은행이 수조 원대 선수금 환금보증(RG)을 물어줘야 해 선택 가능성이 작다. RG는 조선사가 주문받은 배를 넘기지 못할 때를 대비해 은행들이 수수료를 받고 발주처에 선수금을 대신 물어주겠다고 보증하는 것이다.
수출입은행의 경우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위험 노출액이 RG 6조6000억원, 대출 1조6000억원, 영구채 1조원 등 9조2000억원에 달한다. 대우조선해양이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에 돌입하면 부실이 그대로 전이돼 수출입은행이 위태로워지는 것이다.
신규자금 지원은 산업은행·수출입은행을 중심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시중은행은 여신한도를 2015년 중순 수준으로 복원하고, RG 발급을 재개해달라는 요청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대우조선해양은 "채권단은 당사의 자구노력, 수주 및 유동성 상황 등을 점검 중으로 당사 경영정상화를 위한 유동성 대응방안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 중에 있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신규 자금지원이 결정된다 하더라도 2015년 10월 4조2000억원을 투입하면서 "더 이상의 지원은 없다"고 재차 밝혔던 금융당국의 책임론이 커지면서 논란은 더욱 가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조선업계 한 관계자는 “대우조선해양이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에 들어간다면 해외 선주들의 선수금 반환 움직임이 거세질 것으로 예상되며, 대우조선해양의 추가 수주 작업에도 큰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