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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현대차 SK 투자막는 수도권 규제지옥 풀자

2014-03-29 17:08 | 편집국 기자 | media@mediapen.com

   
▲ 박종운 미디어펜 논설위원, 시민정책연구회 연구위원
맞춤형 규제개혁

지난 3월 20일 청와대에서 박근혜대통령 주재로 규제개혁 끝장 토론이 있었다. 국민들의 주시하는 상황에서 박대통령, 경제관료, 이해관계자들이 함께 모여 토론을 한 것은 ‘숙의(熟議)’하는 민주주의의 모습을 보여준 것으로서 신선한 것이었다. 대통령이 애용하는 ‘손톱 밑 가시’를 뽑는 일, 그리고 ‘규제개혁이라고 쓰고 일자리창출이라고 읽는다’는 말은 사람들의 많은 공감을 자아냈다.

필자는 지난 글에서 규제개혁의 첩경이 원인별 맞춤 대응 전략임을 이야기했다. 첫째, 사건 사고에 대한 대응과정에서 일어나는 규제. 이것은 일몰제로 재검토 기회를 끊임없이 가져야 한다, 둘째, 퇴조하는 산업에 대한 보호요구로 인한 규제. 표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입법화하는 이러한 규제는 헌법상 영업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고, 자유무역협정(FTA) 시대에 걸맞지 않은 내외국인 차별금지이기에, 위헌 판결과 국제조약 위반 판결로 제어해야 한다.

셋째, NIMBY(Not In My Back Yard), PIMFY(Please In My Front Yard) 현상에 의해서 생기는 규제. 이것은 지방자치 시대에 내 지역의 발전을 위해서 타 지역의 발전을 억제할 권리는 없다는 ‘지역 자결주의’ ‘지역 자결권’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수도권 정비계획법은 수도권 주민이 정비계획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 넷째, 시장봉사의 공이 큰 대기업을 질시하는 잘못된 좌파 사상체계(wrong left ideology)에 의해서 생기는 규제. 이것은 시장에서 소비자의 욕구를 가장 잘 만족시켜주는 기업이 큰 기업으로 되어간다는 생각이 국민들 속에 각인되어야 하기 때문에, 끊임없이 좌파적 생각 걷어내기를 확산시킴으로써 제거되어야 한다.

다섯 번째는 아무도 규제를 만들어놓지 않았지만 익숙한 것들 자체가 족쇄로 되는 규제. IT기술의 발달로 원격의료가 필요해지고 의료관광으로 인해 숙박 등까지 일체화할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그런데도 과거의 관행을 가지고 미래의 가능성을 억누르려는 것에 대해서는, 시대적 과제를 제시하는 미래지향적 개혁의 비전을 가지고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꾼다’는 정신으로 익숙한 것들과 결별할 수 있다는 합의를 이끌어내야 한다. 의사협회의 시대착오적인 '노(盧)다이트 운동' 같은 것도 이겨내야 한다.

다른 모든 규제도 개혁되어야 하지만, 특히 시대착오적인 규제로서 우선적으로 폐기 내지 개혁해야 하는 것은 수도권 규제다. 오늘의 이 글에서는 수도권 규제에 초점을 맞추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역대급 장애물의 등장 배경

전두환 정권은 1982년 12월 31일 수도권 정비계획법을 만들었고, 1983년 7월부터 이를 시행했다. 그 당시의 수도권정비계획법 제정 이유는 다음과 같다.

“지난 20여 년간의 공업화시책에 따라 전 국토면적의 11.8퍼센트에 해당하는 서울을 중심으로 하는 수도권에 인구 및 산업의 35% 이상이 과도하게 밀집되어 있어 국가안보상의 취약성·지역 간의 격차유발과 교통난·주택난·공해·범죄 등 도시문제의 심화현상 등 문제점이 야기되고 있어 이의 해결을 위해 인구 및 산업을 적정하게 재정비·배치하고 광역적인 차원에서 수도권의 질서 있는 정비를 위한 중앙정부차원의 정비계획을 마련하여 이를 추진하는 제도적인 기틀을 확고히 함으로써 국토의 균형 있는 발전을 기하려는 것임.”

제정 이유에서도 보여지듯이 이 법의 기본 성격은 1960년대와 1970년대 박정희 대통령 시대의 산업화 기조를 삶의 질 기조로 크게 바꾸는 것이었다.

   
▲ 수도권규제 완화는 당장 추진돼야 한다. 박근혜대통령이 주재했던 청와대 끝장토론에서 수도권규제 혁파 문제는 건드리지도 안했다. 가장 중요한 몸통규제는 아예 언급하지도 않아 아쉬움이 크다. 수도권규제는 지방자치주의와 지방자결주의, 자유시장경제원리에 역행하는 악법이다. 다른 지역의 발전을 억제시켜 내지역의 발전을 꾀하려는 것은 지역자결주의를 부인하는 것이다. 수도권규제가 지속되면 대기업들의 해외탈출이 가속화할 것이다. 일자리도 줄어들 것이다. 이제는 나라별 경쟁시대는 가고, 대도시권경쟁으로 바뀌고 있다. 서울의 경쟁상대는 충청 경북 경남 부산 광주가 아니다. 도쿄 오사카 베이징 상하이 등이다. 수도권 규제를 지속시켜 혜택을 보려는 비수도권정치인들과 행정가들이 수도권규제 지속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있다.

과거 산업화 시대에는 국제무역에 유리한 환경이라는 차원에서 집적과 집중의 효과에 주목했었다. 따라서 이촌향도(離村向都)가 많은 문제점을 노정한 것은 사실이었지만, 전원생활을 누리려는(?) 그 어느 누구도 강제로 도시로 압송되어 오지 않았고, 또한 저마다 가난의 탈피를 위해서 그리고 행복을 찾아서 자발적으로 일자리가 있는 도시로 온 것이었기에, 불가피한 현상으로(!) 인정되었다. 다만 농촌 소득의 향상에 대한 만족, 그리고 열악한 도시 주거환경에 대한 불만, 또한 인구 밀집 지역의 민주주의 의식의 각성으로 인해, 이촌향도 현상의 정치적 표현은 여촌야도(與村野都)일 수밖에 없었다.

전두환 정권으로서는 설령 군사독재라 할지라도 이러한 여촌야도 현상으로 인한 집권 불안정을 근본적으로 극복할 길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었다. 따라서 기존 도시 주민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서 기본적으로 기존 이주민의 기득권을 지키고 신규 이주민의 진입 제한을 실시하는 방법을 택했다. 거주이전의 자유라는 헌법적 권리를 거스를 수는 없었기에 그 대신 유효한 수단으로 산업 입지에 대한 규제, 인구밀집 시설에 대한 규제를 꾀한 것이었다. 그것이 바로 수도권 정비계획법의 탄생 배경이었다. 위에서 인용했던 제정 이유는 그것을 잘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이 법의 적용이 계속되었지만, 이촌향도 현상은 멈추질 않았다. 오히려 새로운 문제가 계속 생겨났다. 주거지역은 쾌적해져갔지만, 주거지역과 일자리가 계속 멀어져서 이동거리가 늘어나는 어려움이 생겨나거나, 공장 증설 규제 등으로 일자리를 찾기 어려운 경우가 많이 생겨났다. 특히 지금 시점에서 보면 인구의 50%가 수도권에 집중해있지만, 일자리는 수도권정비계획법의 족쇄 때문에 그에 맞게 늘어나지 않고 있어서, 일자리 창출을 가로막고 있는 족쇄에 대한 불만이 급속하게 표출되고 있는 실정이다.

지방자치 시대에 지역자결주의를 훼손하며 갈등의 중심에 선 수도권정비계획법

1983년 수도권 정비계획법의 실시 이래 시간이 지나면서 법이 적용되는 환경이 크게 바뀌었다. 그 와중에서 중요한 정치 환경변화가 있었다. 그것은 민주화 이후 지방 차원에서도 민주주의가 꽃을 피울 수 있도록 1991년 이래 지방자치가 시작된 것이었다.

1995년부터는 지방자치단체장까지 선출됨으로써 본격적으로 지방자치시대가 전개됐다. 지방자치단체장들의 주요한 관심은 지역발전에 있었고, 지역발전 전략은 ‘지방의 세계화, 즉 glocalization’이었다. 초기에는 특색 있는 지역 만들기에 집중이 되었으나, 점차로 지역민들의 일자리 창출 정책 요구가 거세졌다. 주민들의 자녀들 취업난을 보고 일자리 부족을 심각하게 느꼈기 때문이다. 비수도권 지방의 경우에는 수도권 규제가 있었음에도 그러했고, 수도권에는 수도권 규제 때문에 더욱 그러했다.

국내 기업들이 고임금 구조 때문에 국내 생산으로는 수지를 맞출 수 없기 때문에 해외로 생산기지를 옮긴 것이 기본 원인이기도 했지만, 수도권의 경우에는 공장 증설 자체를 막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2006년 취임 이래 수도권 규제를 철폐할 것을 강력하게 요구했던 것은 이러한 배경에서다. 그러나 수도권 정비계획법으로 인해 반사 이득을 보고 있던 경기도 바로 옆의 천안, 음성, 원주 등이 속한 인근 지방자치단체들은 수도권정비계획법을 발판 삼아 공장을 유치하려고 하는 전략을 세웠고, 결국 지방 대 지방의 갈등으로 비화되었다.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 다른 지역의 발전을 억제해야 내 지역이 발전된다는, ‘지방자치주의’ ‘지역자결주의’에 어긋나는 논리가 백주에 횡행하고 있다. 기업들이 입지를 정할 때 원료공급지, 노동력 공급지, 소비시장을 고려하여 입지를 정하는 것을 보장한다는 자유시장경제의 원리도 지방 대 지방의 갈등으로 인해 맥을 못추었다.

 그러다보니 2007년경 하이닉스반도체(현 SK하이닉스) 공장 증설과 관련하여 경기도와 충청북도가 갈등을 빚었지만, 수도권 정비계획법의 횡포로 인해 결국 충청북도 청주에 공장을 증설하는 일이 있었다. 경기도의 하이닉스는 수질을 잘 관리해서 상수원 보호에도 어긋나지 않게 관리하고 있지만, 충청북도의 하이닉스는 (아마도 유치 과정에서 편의를 보장하겠다는 묵계가 있었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배기가스나 방출수 수질 면에서 신경을 거의 쓰지 않아 지역 주민들이 고통을 겪고 청주시 당국도 벙어리 냉가슴을 앓고 있다는 안타까운 소리까지 들리고 있다.

또 기업들은 '울며 겨자먹기' 지방행보다는 해외로 눈을 돌리는 경우가 있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중국 등지에 대규모 공장을 세웠다. 현대자동차도 마찬가지이고... 물론 현지 진출에의 동기도 있고 외국의 유치 노력도 있었겠지만, 결과적으로 국내에서 기존 입지 옆에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입지를 만들어내는 것을 막는 수도권 규제를 못견딘 것도 그 이유의 하나인 것은 분명하다. 실제로 2007년 6월 전경련 조사 결과 주요 대기업의 33%는 수도권에 신규투자를 못하게 하면 차라리 해외로 나가겠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했기 때문이다.

미국 오바마 대통령은 지금은 고인이 된 스티브 잡스 애플 최고경영자에게 미국에서 아이폰을 생산할 것을 권유하기도 하고, 현대자동차 미국공장을 방문하여 칭찬하기도 했다. 우리나라는 대통령이 나서서 외국에 나가는 국내 기업에 국내 투자를 권하고 되돌아오는 기업에 대해 수도권 규제 해제를 포함하여 온갖 편의를 제공해주려는 노력이 매우 부족하다. 외국인 직접투자의 경우 수도권 규제가 그래도 관대한 편인데, 국내 기업에는 수도권 규제가 엄격한 것도 문제다. 역차별이란 이야기도 나오고 있을 정도다. 이런 상태에서는 ‘떠나가는 한국에서 돌아오는 한국’으로의 기업환경을 만들기가 어렵다. 역차별이란 FTA 시대에는 절대로 맞지 않는 것으로서, 이 역차별까지 철폐할 필요가 있다.

세계는 이미 대도시권 간의 경쟁의 시대

영국도 노동당 정부 때인 1947년에 수도권 규제가 실시되었으나 결국 1979년 보수당 대처 정부가 등장하고 나서 폐지되었다. 프랑스는 1950년대 수도권 규제가 있었으나 1980년대에 마찬가지로 없어졌다. 유럽은 유럽경제공동체가 있었고, 그것이 1993년에 유럽연합으로 변화하긴 했지만, 기본적으로 국경간 이동이 자유로운 곳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수도권 규제를 하다보니 기존 대도시의 정체가 심해지고, 다른 도시권들에 밀리는 현상까지 생기게 되자, 몇십 년 간의 시행착오 끝에 결국은 시대가 대도시권간의 경쟁이 중요하다는 깨달음을 얻고, 경제 위기에 직면하자 수도권 규제를 과감히 풀었다.

그 결과물로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런던과 파리 외곽에 도크랜드와 라데팡스 지역과 같은 상업업무 신도시를 만들었다. 필자는 2007년에 수도권 정책 비교시찰단의 일원으로 유럽을 둘러보고 왔던 적이 있었다. 그 때 그 지역들의 도시 분위기는 서울이나 뉴욕과 같은 현대적 도시 분위기였기에 외관 자체로는 흥미를 끌지는 못했지만, 그 신도시들이 그들의 관점 변화의 결과물이었다는 점에는 눈길이 갔다.

영국 중앙정부의 런던 담당 사무소인 GOL(Government Office for London)을 방문했을 때나, 프랑스의 국토정책기관인 도시계획연구소 요리프(IAURIF)와 중앙정부의 파리 담당사무소인 DIACT를 방문했을 때, 그들이 우리에게 설명한 초점은 ‘대도시간 경쟁력 강화’정책이었다. 그들에게 수도권 규제에 대해서 물어보았다. 그러나 그들은 30년 전에 이미 사라졌던 이야기를 물어보는데 대해 어리둥절해했다. 전문적인 학자들이 아니다보니, 그 질문에 대해 대답도 잘 하지 못했다.

그래서 그들에게 다른 질문을 해보았다. 한 지역의 규제 해제를 다른 지역에서 반대하지는 않는가? 이에 대한 대답은 ‘왜 내가 발전하려고 하는데 남이 막는가’ 하는 것이었다. 당연히 그들이 강조하는 ‘대도시권 경쟁력 강화’의 주체도 대도시였지 국가가 아니었다. 중앙정부의 통제 수단이 무엇인가에 대해서 물어보았더니, 지방정부가 중앙정부와 협상을 하지만, 중앙정부가 맘에 들지 않으면 예산을 안주는 정도일 뿐이라는 것이다.

일본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과거에는 동경 오사카 중심의 발전을 분산시키기 위해서 많은 규제정책을 펼쳤다. 그러다가 2000년대 초 고이즈미 총리가 수도권 규제정책을 과감히 철폐했다.

여기서 알 수 있는 것은 이제는 세계가 변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만 우물안 개구리 시대에 살아서는 안된다. 대도시권간 경쟁의 시대에 걸맞게 수도권 규제를 철폐해야 한다. 그래야 수도권도 살고 대한민국도 살고, 결국에는 비수도권도 산다.


지방자치시대에 맞게 수도권 정비계획법의 규제 주체를 바꾸자

지역자결주의나 세계적 추세를 고려하면, 우리나라도 수도권 정비계획법을 없애든지 바꾸어야 한다. 현실적으로 법을 폐지하는 것이 당장 어렵다고 해도 전혀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수도권 정비계획법 제4조(수도권정비계획의 수립)에는 ① 국토교통부장관은 수도권의 인구 및 산업의 집중을 억제하고 적정하게 배치하기 위하여 중앙행정기관의 장과 서울특별시장·광역시장 또는 도지사(이하 "시·도지사"라 한다)의 의견을 들어 다음 각 호의 사항이 포함된 수도권정비계획안을 입안한다고 되어 있다. 또한 ② 국토교통부장관은 제1항에 따른 수도권정비계획안을 제21조에 따른 수도권정비위원회의 심의를 거친 후 국무회의 심의와 대통령의 승인을 받아 결정한다. 결정된 수도권정비계획을 변경할 때에도 또한 같다고도 되어 있다.

여기서 국토교통부 장관의 역할 변경 의식이 중요하다. 정부의 규제개혁 의지를 담아 그것을 실천에 옮기려면, 서울 인천 경기도의 의견만 조율하고, 나머지는 서울 인천 경기도의 의사대로 하도록 전폭적으로 밀어주면 되는 것이다. 부작위(不作爲)의 행정으로, 권한은 가지고 있더라도 상향식 행정을 하는 것으로 패턴을 바꾸기만 하면 된다. 과밀억제권역, 성장관리권역, 자연보전권역으로 인한 규제 지옥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그 권역설정들을 재조정하여 대폭 풀어주는 방법도 있다.

실질적으로 계획 주체, 규제주체를 바꾸는 것이 핵심이고, 수도권정비계획법에도 지방자치시대를 열자는 것이다. 그렇게 지방자치에 일임하면, 경기도지사 서울시장 인천시장은 지역발전의 선봉장이 될 것이고, 대한민국의 제2의 도약을 이루는데 앞장서는 주체가 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수도권정비계획법은 수도권경쟁력강화법이 될 수도 있다. 이는 민주주의 지방자치 시대에 맞게 전두환 군사독재시대에 채워진 족쇄를 푸는 것으로 새로운 시대에 맞는 역사적인 조치이기도 하다. /박종운 미디어펜 논설위원, 시민정책연구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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