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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세월호 인양 방해?…침몰서 인양까지 그것이 알고 싶다

2017-03-25 11:05 | 편집국 기자 | media@mediapen.com
정부가 세월호 인양을 막았다고?
- 당신들은 정말 세월호를 잊지 않았나

마침내 인양이 진행돼 세월호 선체가 수면 위로 드러나자 사람들이 말한다. 이렇게 빨리 인양할 수 있는데 왜 그동안 인양하지 않았냐고. 정부가 증거인멸을 위해 막은거고, 정치적으로 이용하기 위해 미룬 거라고. 박근혜가 내려가서 세월호가 올라온 거라고.

이런 헛소리들을 볼 때마다 정말 화가 난다. 저런 말을 하는 사람중 정치논리를 떠나 진심으로 세월호를 애도하고, 제 2의 세월호가 발생하지 않도록 진지하게 고민해본 사람이 몇이나 될까?

침몰 원인이었던 불법 증개축 문제는 아직도 여전하다. 해운사가 이윤을 내기 위해 평형수를 빼고 과적을 하는 것도 아직까지 암암리에 유지되고 있는 폐습이라고 한다. 2009년 11월 구조적 결함으로 일본에서 로로선(Ro-Ro ship)이 침몰한 후 같은 디자인 선박을 퇴역시켰는데, 그게 1년간의 개조를 거쳐 한국에서 돌아다닌 세월호다. 

이런 결함 선박 수입 및 재활용 관행도 남아있다. 선원들의 교육 및 훈련 부족, 안전매뉴얼 미비, 대형 재난에 대한 대비 부족 등등. 세월호 이후 3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는데 바뀐 게 얼마나 있나?

"잊지 않겠다"는 사람들이 이미 오래 전 밝혀진 침몰 원인은 안중에도 없고, 얼토당토 않은 음모론에나 혹하면서 제 2의 세월호를 예방하려는 노력에는 관심도 없다. 노란리본 달고 온갖 퍼포먼스와 집회는 다 하면서 도대체 사고에서 교훈을 얻고 또다른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당신들이 한 노력이 뭔가? 아니, 음모론 말고 진지하게 세월호 사고의 기승전결을 검토해보긴 한 건가? 왜, 박근혜만 끌어내리면 그걸로 된 건가? 대통령이 바뀌었으니 이런 사고가 다시는 일어나지 않는건가?

세월호 관련 뉴스를 조금만이라도 봤었다면 "이렇게 빨리 인양할 수 있는데" 같은 미친 소리는 할 수 없다./사진=연합뉴스



대형 사고를 정치적 도구로만 이용하고, 입으로만 추모, 애도, 잊지 않겠다고 외쳐대고 있으니 세월호 이후 관련 행정이 어떻게 되었는지도 알지 못한다. 그러니 "왜 이제서야 인양하냐, 이렇게 빨리할 수 있는데 정부가 막은거다" 따위의 미친 소리가 나오는 거다.

그 값싼 정의감을 과시하고자 입으로만 잊지 않겠다는 당신들을 위해 세월호 사고 이후 인양까지 얼마나 많은 노력이 있었는지 알려주겠다.

2014년 4월 16일 세월호가 침몰하고 4월 18일에 삼성, 현대가 세월호 인양을 위해 크레인과 도크 지원을 약속했다. 그런데 4월 18일 실종자 가족이 선체 인양에 반대 하고 나왔다. 정부는 가족들의 의사를 존중, 인양을 미룬다. 그렇게 반 년이 흘렀다. 

정치권에서는 세월호 인양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는데, 유가족과 그 주변 야권 정치인들은 이것이 세월호를 빨리 잊으려는 수작이라며 적극 반대한다. 10월 28일, 실종자 가족은 선체 인양에 반대해고 해수부 수색 작업 지속을 요구한다. 

해가 바뀌어 2015년 1월 14일. 실종자 가족은 이제 선체 인양을 요구한다. 정부는 즉시 계획에 착수하고, 2015년 4월 22일 해수부는 세월호 선체 인양을 공식 발표한다. 5월 7일, '인양추진 TF'가 구성되고, 선체 인양 업체 선정을 공고한다. 7월 15일, 세월호 인양 업체로 '상하이 살비지 컨소시엄'이 선정된다. 

8월 17일, 세월호 선체 인양 사전 작업에 착수했고 이틀 뒤 작업중 세월호 유실 방지를 위해 사각 철제 펜스를 설치했다. 그러나 11월 세월호 특조위가 선체 조사를 하며 작업은 일시 중단되고 특조위가 물러난 11월 22일 이후 인양 작업을 재개한다. 12월 1일, 겨울철 높은 파도와 온도 문제로 바지선에서 생활하며 인양을 진행하던 인양팀이 피항을 반복한다. 그들은 겨울, 다음해 봄을 그렇게 지내며 세월호를 끌어올리기 위해 고생한다.

2016년 4~5월 선수 들기 작업에 착수했으나 6차례 실패한다. 7월 26일 가까스로 선수 들기 작업에 성공한다. 9월, 세월호 선미 작업 중 굴착 난항으로 작업이 지연된다. 10월 4일, 태풍 '차바' 북상으로 인한 세월호 인양작업이 중단된다. 태풍이 지나가고 나니 이제 겨울이다. 

11월 9일 동절기로 인한 수온 문제 때문에 인양 작업에 차질을 빚고 있다고 발표한다. 다시 해가 바뀌고 2017년 1월 6일, 김영석 해수부 장관이 2017년 2분기로 인양 계획을 발표한다. 그리고 마침내 2017년 3월 22일, 세월호 시험 인양에 성공하고 드디어 본 인양에 돌입했다.

대한민국 현대사에 남을 세월호라는 비극이 누군가의 싸구려 정의감과 정치논리에 의해 소모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말로만, 노란리본으로만, 시위에서만 세월호에 관심있는 척 하는 게 아니라, 진심으로 세월호에 관심을 가졌다면, 제 2의 사고를 막기 위해 정부는 어떤 노력들을 하고 있나를 살펴봤다면, 하다못해 관련 뉴스를 조금만이라도 봤다면 "이렇게 빨리 인양할 수 있는데" 같은 미친 소리는 할 수 없다. 

과학적으로 다 밝혀진 침몰원인을 부정하고 "진실"을 찾는다며 특조위 구성해 세금을 쏟아붓고, 그들이 연수니 뭐니 하며 해외로 나가는 동안 팽목항에서는 세월호 인양을 위해 풍랑, 강추위에 싸우며 2년이란 시간을 고생한 사람들이 있다. 인양을 위해 쏟은 돈과 시간과 인력을 생각하면 다른 대형 참사도 많은데 세월호에만 이런 행정적 투자가 쏟아졌다는 게 이상할 정도다.

이런데도 "잊지 않겠다"고 떠들어댈 뿐, 박근혜만 끌어내리면 모든 게 해결된다고 믿는 치들이, 인양 성공조차도 정부 음모론으로 소화해버리는 모습을 보며 깊은 분노를 느낀다. 대한민국 현대사에 남을 세월호라는 비극이 당신들의 싸구려 정의감과 정치논리에 의해 소모되고 있다. 정치싸움만 해댈 뿐, 아무것도 바뀌지 않고, 본질에는 모두가 무관심한 상황. 그렇게 제 2의 세월호 참사가 우리를 향해 성큼성큼 다가오고 있다. /우원재 자유기고가

[우원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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