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규태 기자]30일 법정에 출두해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임하고 있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구속 여부를 판가름할 가장 주요한 관건은 ‘증거인멸 우려’가 될 것으로 보인다.
파면된 전직 대통령으로서 사실상 삼성동 사저에 유폐된 현 상황에서 도주 우려는 없으나, 증거인멸 우려에 대한 판단은 영장전담판사에게 달려있기 때문이다.
박 전 대통령이 헌법재판소의 탄핵 파면 결정 전, 검찰 대면조사에 응하지 않고 청와대 압수수색을 거부한 일련의 행위는 증거인멸의 의혹을 떨치기 어렵다.
영장실질심사는 박 전 대통령의 유·무죄를 가리는 재판이 아니다. 구속을 결정하더라도 혐의 개연성에 대해 재판부가 인정했을 뿐 뇌물죄나 직권남용 등 주요 혐의에 대해 고도의 증명을 요구하는 유죄를 인정하는 자리가 아니다.
실제로 재판부가 구속을 결정하면서 영장발부 사유를 밝힐 때, 증거인멸이나 도주의 가능성을 직접적으로 표현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검찰은 이에 대해 “그동안 다수의 증거가 수집됐지만 박 전 대통령이 대부분의 혐의를 부인해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상존한다”고 밝혔다. 최순실 게이트가 불거진 후 지금까지 혐의를 전면 부인했던 태도가 구속을 결정짓는 순간에 도리어 부메랑이 된 격이다.
헌재 또한 대통령 파면 결정문에서 이 점을 지적하면서 “대통령에게서 헌법 수호 의지를 확인할 수 없다”며 파면 근거로 삼았다.
반면 박 전 대통령 변호인단은 '박 전 대통령이 파면 상태인 것을 고려할 때 설득력이 없다'는 반론을 제기하고 있다. 무슨 힘이 있어 증거인멸을 하냐는 지적이다.
이날 직접 영장심사를 주관할 강부영 판사는 이러한 주장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가능성이 높다.
검찰은 법원에 청구한 구속영장에서 이와 관련 “박 전 대통령은 공범 및 관련자들의 진술을 번복하도록 영향력을 행사하여 입을 맞추거나 증거를 조작할 우려가 매우 높고, 안종범 등 청와대 비서진을 통해 수사 대응책을 마련하여 이승철 전경련 부회장 등 관련자들에게 허위진술을 요청하는 등 적극적으로 증거인멸한 사실이 확인되었다”고 언급했다.
뇌물수수 등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박근혜 전 대통령이 3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형사소송법에 명시된 구속사유는 범죄가 소명되고, 주거불명이나 도주 우려, 증거인멸 우려 중 하나에 해당하면 된다.
현재로선 주거불명과 도주의 우려가 없지만 증거인멸의 우려는 여전하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최순실,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등 공범으로 지목된 피의자들이 모두 구속됐다는 점에서 범죄 소명은 충족했다고 보이며, 구속된 공범과의 형평성이 문제라는 것이 법조계의 중론이기도 하다.
박 전 대통령 변호인단의 한 변호사는 공범과의 형평성에 대해 "삼성으로부터 뇌물을 받았다는 혐의에 관해 이재용 부회장도 뇌물을 주지 않았다고 거듭 주장하고 있다"며 "아직 사실관계가 확정되지 않은 부분이기에 구속 형평성 문제를 제기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강 판사가 장시간의 영장심사 후 구속을 결정할 경우, 이러한 점에서 주요 구속 사유로 증거인멸을 들고 그에 따른 혐의 및 범죄 소명으로 삼성뇌물죄 및 재단기금 모금과 관련한 직권남용을 제시할 것이라 관측되고 있다.
현재 서울중앙지법 321호 법정 피의자석에 앉은 박 전 대통령은 영장심사에 임하고 있다. 검찰 측에선 한웅재 형사8부장과 이원석 특수1부장이 나섰고 변호인단으로는 유영하 변호사와 정장현 변호사가 배석했다.
오전10시30분에 시작한 영장심사는 오후1시6분에 종료됐으나 오전에 심문의 반도 못 끝냈다고 전해졌다. 휴정시간에 도시락으로 점심을 때운 박 전 대통령의 영장심사는 오후 2시에 재개됐다.
재판부가 검토해야 할 기록이 방대하고 박 대통령 측이 방어권 행사에 총력을 다할 것으로 보여 심문시간은 7시간30분이 걸렸던 이재용 부회장 전례보다 더 길어질 가능성이 크다.
[미디어펜=김규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