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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국 감자' 김진태, 그를 왜 우린 못 잊나

2017-04-02 09:05 | 편집국 기자 | media@mediapen.com

조우석 주필

'애국 감자' 김진태가 빠진 대선판을 지켜봐야 하는 허전함을 어떻게 추스를까? 그런 안타까움을 호소하는 이가 적지 않은데, 나 역시 그 중 하나임을 고백한다. 자유한국당 당내 경선에서 대선 후보로 선출된 한국의 스트롱맨 홍준표에게 관심을 옮겨가야 하는데 2위로 밀려난 진태령(진짜 태극기 대통령) 김진태가 자꾸만 눈에 밟힌다.

그렇다. 지난해 말 이후 전개된 숨 가쁜 대통령 탄핵국면에서 마지막 버팀목이던 그마저 낙마하고 보니 상심이 작지 않다. 헤아려 보니 그가 대선 예비후보로 활동한 기간이 의외로 짧았다. 그리고 짧은 만큼 강렬했다.

"진실에 대한 열망, 자유에 대한 투지만큼은 누구보다도 자신 있다."며 그가 전국 단위 선거에 첫 도전했던 게 지난 3월 14일의 일이다. 이후 불과 보름 남짓한 기간에 그는 위기에 빠진 대한민국에 대한 진단과 처방으로 우리 마음을 사로잡았고, 이 과정에서 대중정치인으로 일어서는데 성공했다. 그런 김진태를 어떻게 자리매김할 수 있을까? 

짧고도 강렬했던 '김진태 현상'

이걸 잘 복기(復碁)해야 우리가 소망하는 앞날도 열 수 있는데, 그는 현대정치사에 등장해본 일이 없던 종류의 정치인이고, 앞으로도 당분간 그럴 것이다. 좌편향된 얼치기 인식을 리버럴과 진보로 착각하는 무리가 수두룩한 여의도 정치판에서 그는 단연 돋보인다. 국가관-체제수호 의지에서 그를 앞서는 현역정치인은 없다. 그렇게 단언해도 되는데, 더욱이 상황이 상황이다.

지금은 국회가 반체제세력의 숙주(宿主)로 변해 국가위기를 부채질한다. 이 최악의 위기국면에서 김진태가 등장했다는 것 자체가 경이롭다. 19대 국회 의정활동을 지켜보며 그의 사람됨을 가늠했지만, 이번 당 경선과정에서 김진태가 누구인지를 재확인했다. 

"사람이 저렇게 무식할 정도 진솔해도 되나?" 그의 유튜브 토론 동영상을 본 사람들은 그런 댓글을 줄줄이 달았다. 패기 넘치면서도 담백한 스타일 때문인데, 무엇보다 지난 30여 년 대한민국을 망쳐온 포퓰리즘과 거리를 둔 각종 공약 제시로 안도감을 심어줬고, 우릴 환호하게 만들었다. 특히 보수진영에서 대중적 확장성을 갖춘 정치스타의 등장은 실로 거대한 축복이 아닐 수 없다.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은 1일 오후 우천에도 불구하고 서울 중구 대한문·시청광장 일대에서 열린 박 전 대통령 석방을 요구하는 태극기집회에 참석해 연설했다./사진=김진태 의원실 제공


경선 패배에도 그가 우파 정치권의 공공재(公共財)로 떴다는 사실을 누가 부인할까. 물론 우리는 안다. 김진태는 당내에선 독고다이(단독 플레이)로 통하니 대중정치인으론 흠결이 아닐 수 없다. 조·중·동·포를 포함한 이 나라의 얼빠진 언론은 숫제 그를 투명인간 취급하는 것도 현실이다.

아니면 '친박 8적(賊)'이란 주홍글씨 딱지를 붙여 손가락질을 해대니 그는 힘든 싸움을 계속할 수밖에 없었다. 얼결에 대선판에 뛰어들어 당내 경선 2위를 기록했지만, 아직 충분한 전국적 지명도를 가진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김진태 현상'은 실로 강렬했는데, 일베 사이트를 중심으로 화제 몰이에 대성공을 거뒀다.

그와 관련된 뉴스나 동영상이 무수히 퍼날라지고 음미됐다. 허접한 일베 따위는 무시하라고? 아니다. 구글 트렌트(단어 검색빈도)가 일주일째 1위를 달리는 등(3월29일 현재) 빅데이터도 김진태 현상을 너끈히 증명했다. 무엇이 김진태 현상을 만들었고, 왜 우린 그에게 열광했나? 그건 분명한 정치 의리와 원칙, 표를 구걸하지 않는 공약의 참신함, 그리고 진솔한 사람됨의 세 가지 측면에서 분석할 수 있지 않을까?

우선 정치 의리와 원칙은 출마선언문에서부터 두드러졌다. "탄핵으로 인한 상처를 어루만지고 대통령을 지켜드리겠다"고 그는 당당히 밝혔다. 그 이전 모든 태극기 집회에 참석하며 탄핵의 부당성을 외쳤던 건 대단한 용기였다. 

그에게 열광했던 이유 세 가지

비박(非朴) 홍준표도 경선 토론 때 "대통령을 지킨 김진태는 영웅"이라고 치켜세웠을 정도인데, 그건 박근혜와의 맹목적 의리가 아니라 대한민국을 지켜야 한다는 현실인식에 토대를 뒀기 때문에 더욱 듬직했다. 일테면 지난해 11월 당시 새누리 의총에서 사자후를 터트린 김진태의 모습을 기억하시는가?

모두가 자기만 살겠다며 아비규환이던 상황이었는데 그만은 달랐고, 그게  그의 진면목임을 이제 우리 모두가 안다. "새누리호는 난파 직전이다. 난 여기에서 죽겠다. 나만 살아보겠다며 대통령에게 나가라고 손가락질하지 않고 이 배와 함께 가라앉겠다.…애꿎은 선장을 제물로 바다에 밀어 넣어선 안 된다."

그리고 강렬한 김진태 현상이란 그가 내건 공약의 힘이라고 나는 분석한다. 한국정치의 풍토에서 당분간 이런 정면돌파형의 공약이 나올 가능성은 매우 드문데 모두가 표 구걸에 환장해 복지를 말하고, 화합-통합의 헛소리를 할 때 그는 당당했다. 일테면 문재인이 사병 복무기간을 1년으로 단축하자고 최악의 공약을 내걸고 있지만, 그는 '현행 유지'를 약속하며 "당당히 국민의 평가를 받겠다"고 선언했다.

'마마보이 군대'는 이제 그만하자는 설명도 곁들였다. 국가유공자 전수(全數)조사, 중국에 미세먼지 환경부담금 부과, 사형집행으로 성폭행 등 흉악범 근절 등의 약속은 그동안 보아왔던, 나라 망치는 선심 공약과는 차원이 달랐다.  

그리고 무엇보다 김진태 현상을 가져온 세 번째 결정적 요인은 사람됨이라고 나는 믿는다. 그의 표정과 구사하는 언어를 보고 눈 밝은 사람들은 어떻게라도 김진태의 내면을 직관하는 법인데, 어떤 포털 사이트의 댓글 하나를 나는 지금도 잊지 못한다.

"서울법대 출신의 공안 검사, 50대 재선의원이 순박한 시골 청년 같네?" 적지 않은 이들이 그에게서 젊은 개혁가 케네디의 모습을 발견하려 했지만, 멀리 갈 것 없이 나 역시 그랬다. 지난 3월17일 태극기가 넘실대던 한국당 첫 경선대회에서 했던 김진태의 10분 연설 동영상을 그냥 볼 수 없었다. 연신 눈을 부비고 눈물을 훔치며 봐야 했는데, 지금 다시 봐도 울컥한다.

자유한국당 당내 경선에서 김진태 의원을 누르고 대선 후보로 선출된 홍준표 경남지사. 한국의 스트롱맨을 자처하는 홍준표 후보는 김진태의 바통을 이어받아 그의 몫까지 다해야 한다./사진=연합뉴스


홍준표가 태극기세력 끌어안아야 

"이번에 정권 빼앗기면 태극기는커녕 태극기에 노란 리본을 단 국적불명의 깃발을 들어야 합니다. '애국가' 대신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를 수도 있는데 이래도 되겠습니까? …이제 당에 무슨 친박이 있습니까? 그래도 친박 주홍글씨를 안고 가겠습니다. 끝까지 대통령을 지키겠습니다."

앞으로 당분간 그의 명연설이 귓전을 맴돌 것이다. 나라 망치는 야바위꾼 정치인들의 세상에서 "청명에 죽으나 한식에 죽으나" 소리를 외치던 애국감자 김진태의 결기는 우리 가슴을 뜨겁게 할 것이다. 맞다. 이 난국을 '보수 아이콘'이자 '미래의 아이콘'인 그와 함께 할 수 있어서 그래도 위안이었다.

이제 한국의 스트롱맨 홍준표의 차례다. 바통을 이어받아 김진태의 몫까지 다하는 게 승리자이자 정치 선배인 그의 과제임을 재확인하려 한다. 크고 작은 대목에서 생각이 다르겠지만, 종북좌파 정부의 탄생만은 결단코 안 된다는 인식만은 김진태-홍준표가 같다. 

나는 믿는다. 지난 보름 경선과정에서 정치 초보 김진태가 대한민국의 시대정신을 읽어낸 측면이 실로 많은데, 그걸 그대로 가져와 홍준표의 2% 부족한 측면을 보완하는 게 맞다. 바른정당과의 통합만큼 태극기세력을 끌어안는 큰 과제에 몰입해야 옳다는 뜻이다. 그래야 확실히 대한민국 편이 된 홍준표가 큰바위얼굴이 된다. 그게 당선 가능성을 높인다는 것은 굳이 말할 필요조차 없다. /조우석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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