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세헌기자] 4월 경제 위기설의 국내 요인으로 지목되는 대우조선해양이 추가 지원을 통한 회생과 법적 구조조정의 갈림길에 서면서 현 위기를 어떻게 이겨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대우조선해양의 최대주주이자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과 금융당국은 모든 이해관계자가 손실을 분담한다면 대우조선에 신규자금 2조9000억원을 투입하겠다는 추가 경영 정상화 방안을 지난달 23일 발표했다.
이번 신규자금 지원에는 대우조선해양에 돈을 빌려준 국책은행, 시중은행과 회사채 채권자가 대출금 2조9000억원을 주식으로 바꿔주는(출자전환) 등 강도 높은 채무 재조정이 선행돼야 한다.
신규자금과 출자전환을 포함하면 총 5조8000억원 규모의 추가 지원이 이뤄지는 것이다.
만일 채무 재조정에 실패한다면 채권단은 대우조선해양을 워크아웃과 법정관리를 결합한 새로운 기업회생 방식인 ‘프리패키지드 플랜(Pre-packaged Plan·P플랜)’이란 카드를 쓰게 된다.
대우조선해양에 자금 투입을 결정한 지 1년 5개월 만에 추가 지원안을 발표하게 된 배경은 이달 회사채 만기 도래일부터 유동성 위기에 몰려서다.
대우조선해양은 이달 21일 4400억원을 포함해 내년까지 회사채와 기업어음(CP) 총 1조5000억원을 마련해야 한다.
하지만 대우조선해양이 국책은행으로부터 신규자금을 지원받기까지 풀어야 할 과제도 많다.
대우조선해양은 당장 이달 17일부터 18일까지 진행되는 사채권자집회에서 회사채 1조3500억원 가운데 절반을 출자전환하고 나머지는 만기를 3년 유예안을 안건을 올릴 예정이다. 안건이 부결될 경우 산업은행과 금융당국은 대우조선에 P플랜을 가동하게 된다.
이런 가운데 채무 재조정에 동의해 대우조선해양을 회생 가도에 올릴 핵심 역할을 할 국민연금에 관심이 쏠린다. 국민연금은 대우조선 회사채 3900억원어치를 들고 있는데, 이는 전체 회사채의 28.9% 수준이다.
이달 21일 만기 회사채는 국민연금이 40%가량을 들고 있는 만큼 국민연금이 어떤 결정을 내리느냐에 따라 대우조선의 미래가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중은행도 무담보채권 7000억원 가운데 80%를 출자전환하고 나머지는 만기를 5년 유예해주는 방안에 동의해야 대우조선이 P플랜에서 벗어날 수 있다.
이에 산업은행은 지난달 27일 채권은행들을 직접 만나 채무 재조정 문제를 논의하고, 구속력 있는 참여를 위한 협약서를 받기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다.
산업은행은 이르면 이번 주까지 대우조선 노동조합으로부터 무분규로 임금 반납 등 자구계획에 동참한다는 동의서를 받는다는 방침이다.
대우조선해양은 전체 인건비 총액을 지난해보다 25% 줄여야 하는 처지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1만명인 직영 인력을 내년까지 9000명 이하로 줄이라는 요구를 받았기 때문이다.
대우조선해양 노조 합의 뒤에는 채무 재조정에 동참하겠다는 시중은행의 결정이 수반돼야 한다.
산업은행은 채무 재조정에 동의한다는 시중은행들의 협약서 회신을 이달 7일까지 받기로 했다. 당초 지난 주까지 받을 계획이었지만, 은행들이 의사 결정을 내리는 내부 절차 등을 거쳐야 한다는 점을 고려해 채무 연장한 것이다.
다만 시중은행은 "산업은행·수출입은행이 손실 분담을 더 부담해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면서 채무 재조정에 쉽게 동의할 수는 없다는 입장을 보이며 피해를 최소화한다는 구상이다.
이처럼 산업은행과 대우조선해양은 노조의 부문규 동의서와 시중은행 협약서를 받아내야만 이번 채무 재조정의 관건인 사채권자와의 협의가 가능해진다.
노조와 시중은행을 대상으로 한 채무 재조정 동참 요청 작업을 무사히 마쳐야 다음 한 주 간 사채권자 설득에 나설 수 있는 것으로, 이후 17∼18일 열리는 사채권자 집회에서 채무 재조정 방안을 최종적으로 확정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