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항일 기자] 최근 수도권 청약열풍을 이끌고 있는 평택 고덕신도시 청약자 중 상당수가 실수요보다는 투자를 목적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고덕신도시 청약열기가 '11·3 부동산대책'에 따른 일종의 '풍선효과'라면서 무분별한 청약을 경고하고 있다.
5일 금융결제원 아파트투유에 따르면 지난달 분양한 '고덕 동양 파라곤'은 1순위 청약에서 597가구(특별공급 제외) 모집에 2만9485명이 청약을 신청해 평균 49.4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는 올해 수도권에서는 최고의 경쟁률이며, 이후 분양한 '자연앤자이'도 두자릿수 청약률을 기록하면서 평택 고덕신도시는 단숨에 분양시장의 태풍의 눈으로 떠오른 것이다.
정부가 서울 등 일부 수도권과 부산 5개구(해운대구, 동래구, 연제구, 수영구, 남구), 세종시를 대상으로 청약 관련 규제를 강화하자 갈 곳을 잃은 투자세력이 몰린 것이 이같은 현상을 만든 것으로 풀이된다.
평택 고덕신도시에 첫 분양한 동양건설산업의 '동양 파라곤'은 1순위 청약에서 49.4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면서 수도권 청약시장의 태풍의 눈이 됐다. 그러나 실제 당해지역 청약자는 20%에 불과해 투기시장이라는 꼬리표를 안게 됐다.
실제로 고덕 동양 파라곤의 경우 평택 당해지역의 청약통장은 6174건으로 전체 청약자의 21%에 불과했다.
물론, 당해지역이 아니더라도 직장 등의 이유로 2~3년 후 고덕으로 이사를 계획하는 실수요자들도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지만, 상당수가 실거주 보다는 시세차익을 목적으로 한 투자자라는 설명이다.
이는 같은 시기에 부산에서 분양한 '부산 연지 꿈에그린'의 경우와 상당히 대조적이다. 이 단지는 1순위 청약에서 10만9805명이 청약통장을 사용한 가운데 97%(10만6740명)가 부산 당해지역 청약자였고, 1순위 경쟁률은 228대 1이었다.
두 시장이 정반대의 현상을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두 시장의 성격과 상황이 다른 만큼 이 같은 결과가 당연하다고 주장한다.
부산 해운대구 P중개업소 관계자는 "부산은 노후화된 아파트가 많아 향후 재개발·재건축을 통한 새 아파트 수요가 상당하다"며 "부산 5개구에 대한 대책이 강화되자 이외의 지역으로 1순위 청약통장이 몰린 것이 높은 청약률로 이어진 것"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고덕신도시는 11·3대책이 적용되지 않는데다, 삼성반도체 산업단지 입주라는 호재가 투자자들을 끌어모았다는 분석이다.
평택 비전동 P중개업소 관계자는 "지난해 대책 발표 이후 수도권 일대 마땅한 투자처가 없었는데 삼성반도체 산업단지 입주라는 호재를 앞세운 고덕신도시에 대한 관심이 커진 것"이라며 "평택 내 미분양 물량이 상당한 만큼 실수요와 연관된 청약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신도시 조성이 완료되기까지 일반적으로 10여년의 시간이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입주시점에 마이너스 프리미엄이 붙을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5월 장미대선 결과 정권이 바뀔 경우 부동산 정책이 규제 강화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은 만큼 섣부른 진입을 피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평택 동삭동 N중개업소 관계자는 "고덕신도시의 청약률이 계속해서 과열양상을 보일 경우 정부의 추가 제재가 나올 수 있다"며 "실수요자가 아니라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한편 고덕신도시는 제일풍경채가 이날 1순위 청약을 앞두고 있다.
[미디어펜=조항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