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태우 기자]큰 인기를 누리고 있는 현대자동차 그랜저IG의 하이브리드 모델이 출시되며 준대형 세단 친환경차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수려한 디자인과 뛰어난 안전·편의사양을 겸비하고 있던 그랜저IG에 친환경 파워트레인이 적용된 모델이 출시되며 국산 친환경 세그먼트의 대형화에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자동차 신형 그랜저IG 하이브리드/ 사진=미디어펜
그랜저IG는 지난해 12월에 이어 3개월 만에 신형모델만으로 1만대 판매를 넘기는 기록을 세웠다. 이는 경기 침체로 시장상황이 좋지 않음에도 달성한 기록이라는 점과 3000만원대가 넘는 고가의 준대형 차급이라는 점을 고려했을 때 이례적인 결과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런 선전은 모델 풀체인지 이후 높은 상품성을 기본으로 뛰어난 디자인에 젊은 감각의 차량으로 환골탈태 한 것이 큰 역할을 했다고 평가된다. 이에 친환경모델의 추가로 선택의 폭을 넓히며 더 많은 고객들의 선택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더욱이 그랜저IG 하이브리드와 그랜저IG 가솔린 2.4 모델의 엔트리등급인 프리미엄 트림 기준으로 365만원 차이로 고객의 접근성을 높였다. 즉 하이브리드 특유의 높은 연비와 기존 가솔린 모델에 뒤지지 않는 주행 성능이 뒷받침 된다면, 많은 고객들이 하이브리드모델의 선택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 상황이다.
실제 이런 강점들이 부각되며 그랜저IG 하이브리드는 놀라운 인기를 끌고 있다.
류창승 현대차 국내마케팅실장은 "지난달 30일 공식 출시 후 신형 그랜저 하이브리드는 판매 개시 4일 만에 올해 목표치의 16%가 넘는 1630대가 계약됐다"고 밝혔다. 현대차는 올 연말까지 그랜저IG 하이브리드를 1만대 이상 판매한다는 목표다. 하이브리드 모델의 가세로 신형 그랜저의 판매 질주에는 한층 더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그랜저IG 하이브리드의 복합연비는 17인치 타이어 장착 기준 16.2km/ℓ다. 기존 모델보다 8% 이상 개선됐고, 국내 판매되고 있는 경차를 소폭 웃도는 수준이다.
현대자동차 신형 그랜저IG 하이브리드 1열 실내/ 사진=현대자동차
실제 이번 시승에서 비가오는 악조건 속에서 급가속과 감속을 반복하는 상황에서도 15.4㎞/ℓ의 연비를 기록했다. 하지만 일반 적인 주행에선 약 20km/ℓ를 넘는 것은 일상적인 모습 이었다. 시승 내내 거센 봄비가 쏟아진 점을 감안하면 기대 이상의 효율성을 발휘한 셈이다.
이날 시승은 서울 강서구 메이필드호텔에서 파주 헤이리 마을을 오가는 왕복 약 80km 구간에서 이뤄졌고 실제 시승은 헤이리 마을로 가는 편도 40km 구간을 운전했다. 시승차는 최고급 트림인 익스클루시브 스페셜에 풀옵션을 적용한 모델이었다.
외관은 신형 그랜저IG의 디자인을 유지하면서 측면부에 친환경 모델임을 알리는 '불루 드라이브' 엠블럼을 부착해 하이브리드 특징을 살렸다. 공력성능 개선을 위해 라디에이터 그릴 내부에는 주행 상황에 따라 플랩을 여닫으며 공기 저항을 최소화하는 '액티브 에어플랩'을 적용했고, 휠의 돌출부에서 발생하는 공기 저항을 최소화하기 위해 직경을 줄인 하이브리드 전용 17인치 에어로 다이나믹 휠이 탑재돼 공기저항계수를 0.27Cd까지 줄였다.
문을 열고 실내에 들어서자 가솔린모델과 같은 익숙한 내관 디자인에 도어 트림에 적용된 '코르크 리얼우드 가니쉬'가 눈에 띈다. 나무에 피해를 주지 않고 채취한 참나무 껍질을 이용한 소재로 고급감은 높였고 친환경적인 이미지도 강조했다.
시동 버튼을 누르자 계기판 전체에 불이 들어왔다 꺼지며 특별한 엔진 시동음이 들리지 않는다. 이는 하이브리드 특유의 특징으로 처음 접하는 운전자에겐 이질감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그만큼 친환경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가속페달을 살짝 밟자 조용히 또 얌전하게 차량이 앞으로 나아간다. 저속구간에선 전기에너지만으로 움직이다 보니 일반 내연기관 차량모델과는 차이가 있는 모습이다. 그랜저IG 하이브리드 역시 일반 하이브리드 모델과 같이 출발부터 저속구간에선 전기모드로 작동하고 EV라는 초록색 등이 표시된다. 이 상태에선 엔진이 작동을 하지 않고 전기모터로만 움직인다.
그랜저IG 하이브리드는 시속 120km/h까지 전기모드로 운행이 가능하다고 현대차는 설명했다.
현대자동차 신형 그랜저IG 하이브리드의 특징을 잘 살린 친환경소재 코르크 가니쉬/ 사진=현대자동차
그랜저IG 하이브리드는 핵심 부품인 고전압 배터리 용량을 중량 증가 없이 기존 1.43kWh에서 약 23% 개선된 1.76kWh로 증대시켰다. 또 배터리의 충방전 효율을 약 2.6% 개선함으로써 모터로만 주행할 수 있는 EV모드의 가동 범위를 늘렸다.
이에 단 한 방울의 기름 소모도 없이 메이필드 호텔을 출발해 자유로에 올라탈 수 있었다. 이 차량의 EV모드를 충분히 체험한 뒤 스포츠 모드로 전환하고 자유로를 만끽해 봤다. 가속페달을 부드럽게 밟자 일반 차량과 진배없이 잘 나갔다.
배터리와 전기모터 등으로 차량 무게에 변화가 생겨 답답할 것으로 예상됐던 것과 달리 페달을 밟는 만큼 쭉쭉 뻗어나가는 가속성이 일품이다. 코너링에서 역시 부드러우면서도 탄탄하게 잡아주는 서스펜션은 어딜 가도 만족스러운 승차감을 선사한다.
이 차량의 최고출력 159마력, 최대토크 21.0㎏·m의 성능을 발휘하는 세타II 2.4 MPI 하이브리드 전용 엔진이 탑재됐다. 여기에 엔진과 함께 출력을 담당하는 전기모터는 기존(35kW)보다 최대출력을 38kW로 10% 끌어올렸고, 최대토크 21.0kg·m(205Nm)의 성능을 발휘한다. 변속기는 6단 자동이 맞물렸다.
구간단속구간에서 현대차가 자랑하는 현대스마트센서를 모두 작동시켜봤다.
힘을 뺀 상태에서 핸들에 손을 얹고 가속페달에선 발을 때었다. 지정속도는 90km/h 였지만 앞차량과의 간격을 위해 감속하는 느낌이 전해졌고 코너가 나오자 핸들이 알아서 움직이며 차선이탈을 막아준다.
비가고고 가시거리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도 앞차가 감속하자 따라서 속도를 줄였고 앞차가 빨리가자 설정속도까지 꾸준히 속력을 올렸다. 자율주행을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랜저IG 하이브리드의 또 다른 장점은 N.V.H(소음 및 진동)성능이다. 하이브리드 모델답게 실내 정숙성은 고속 주행에서도 만족스러웠다. 그랜저IG 하이브리드에는 실주행시 사용 빈도가 높은 엔진 저회전 구간에서 발생하는 엔진의 소음 및 진동을 '모터의 역(逆) 방향' 토크를 통해 상쇄하는 '능동부밍제어' 기술이 적용됐다.
현대자동차 신형 그랜저IG 하이브리드/ 사진=현대자동차
이 기술이 적용되면서 그랜저IG 하이브리드의 가속시 소음은 51데시벨 정도다. 조용한 사무실 수준인 셈이다. 여기에 도어 3중 실링은 물론, 전면 윈드실드 및 앞좌석 도어 글라스에 차음 필름이 내장된 이중접합 차음 유리를 기본 적용하고 휠 강성을 증대하고 조용한 주행성능을 구현했다.
그랜저IG 하이브리드는 고연비에 가족 모두를 태우고 움직일 수 있는 준대형 세단이다. 여기에 엔트리모델 기준 3000만원대 중후반의 가격대, 편안한 유지보수를 생각하면 많은 매력을 보유한 차량이다. 경쟁 모델로 꼽을 수 있는 렉서스 하이브리드 모델인 ES300h(구연비 기준, 16.4km/ℓ)보다 효율성 측면에서 우세하다. 그랜저IG 하이브리드의 복합 연비를 구연비로 환산하면 17.3km/ℓ다.
그랜저IG 하이브리드의 판매 가격은 3540만~4113만원이다. 엔트리 트림의 경우 기존 대비 26만원 인하됐다. ES 300h의 국내 판매가격은 5270만~6470만원이다.
[미디어펜=김태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