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문상진 기자] 대세론을 위협하는 대안론. 국민의당 안철수 전 상임대표가 본선 레이스에 접어들자마자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의 '추격자'에서 '추월자'로 급부상하고 있다. 독주를 해오던 문재인 전 대표의 밀월은 사실상 끝난 것으로 보인다.
예단할 수는 없지만 대선 한 달여를 앞둔 6일 현재의 판세대로라면 양강체제로 치러질 가능성이 높다. 이대로라면 독주 문재인 전 대표를 견제하기 위한 보수연대도 절대상수가 될 수 없는 상황으로까지 가고 있다.
안철수 전 대표는 이날 관훈토론에서 "정치인의 판을 정치인들이 만드는 시대는 지났다"며 재차 연대론을 일축했다. 안철수 전 대표는 이번 대선을 문재인과 자신의 대결이 될 것이라고 자신해 왔다. 그의 밑그림은 후보 경선이 끝나자 현실화되는 모습이다.
이번 대선판은 역대와 다를 것이란 전망은 있었지만 표심의 변동이 예상보다 빠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갑자기 앞당겨지면서 역대 대선을 좌우했던 이념과 세대와 지역이라는 가장 큰 변수가 퇴색되고 있다. 불확실성이 높아진 만큼 '바람'의 영향력이 그 어느 선거보다 거셀 것으로 보인다.
촉박한 일정에 정책은 고사하고 후보 검증조차 제대로 이뤄지기 힘든 깜깜이 선거다. 영호남 몰표라는 역대 선거에서의 지렛대도 흔들리고 있다. 네 명의 후보가 부산·경남(PK, 문재인·안철수·홍준표), 대구·경북(TK, 유승민)이다. 호남의 대선 후보가 없는 상황에서 치러지는 선거다. 문재인 후보나 안철수 후보 모두 호남의 몰표를 기대하기 힘든 현실이다.
대선판이 문재인 안철수 후보의 양강 구도로 가시화 되면서 우려했던 부분들이 고개를 들고 있다. 깜깜이 선거를 뒤흔들 상대방 흠집내기가 볼썽사납게 등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영남의 표심도 흔들리기는 마찬가지다. 홍준표 후보나 유승민 후보보다 안철수 후보를 놓고 전략적 고민을 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역대 대선과는 확연히 다른 판도다. 갈 곳 잃은 중도·보수 표심이 대안론을 찾아 나선 것이다. 안철수의 '문재인 대 안철수의 대결'이 가시화되고 있다.
대선판 구도가 가시화 되면서 우려했던 부분들이 고개를 들고 있다. 깜깜이 선거를 뒤흔들 상대방 흠집내기가 볼썽사납게 등장하고 있다. 안철수 후보의 박 전 대통령 '사면' 발언에 대해 문재인 후보 측은 매섭게 몰아붙였다. 뒤이어 문재인 후보 아들의 특혜 문제가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문 후보 측은 국민의당 불법 경선 동원 진상을 밝히라며 차떼기, 조폭과 같은 자극적인 단어가 등장했다. 안 후보 측은 이에 맞서 문재인 후보의 민정수석 시절 노무현 전 대령의 사돈 음주 교통사고 은폐 의혹으로 맞받아치고 있다. '눈만 뜨면 문재인 타령'이라는 뜻의 '문모닝'이란 말이 유행했다.
문재인 후보가 내세운 적폐청산을 안철수 후보 진영은 패권세력으로 못 박고 나섰다. 서로에게 삿대질을 하며 자신만이 국민에게 꽃길을 걷게 해줄 적임자라 내세우고 있다. 안보도 경제도 안갯속이다. 그들이 내민 달콤한 사탕은 이를 상하게 할 뿐이다.
딱하다. 한 달여 후면 누군가는 꽃가마에 안겠지만 지금대로라면 그 길은 꽃길이 아니라 가시밭길이 될 우려가 높다. 세계 경제는 미국발 트럼프노믹스로 봄을 맞이했다고 들썩인다. 이웃 일본은 '잃어버린 20년'에서 'U자 회복'에 성공했다. 하지만 한국의 대내외 상황은 온통 지뢰밭이다.
북한의 잇단 핵도발로 안보가 위협 받고 있다. 경제는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 중국 사드 경제보복, 브렉시트로 사면초가에 처해 있지만 대한민국의 국가 컨트롤타워는 수의 신세다. 당장 구조조정과 허리띠를 졸라 맬 것을 호소해야 할 판에 이들이 내민 정책이라곤 반경제적이고 포퓰리즘으로 물든 독이 든 사과다.
미국의 금리 인상 후폭풍으로 가계부채는 시한폭탄을 안았다. 잠재적 재앙인 저출산·고령화의 그늘은 깊어만 지고 있다. 청년실업과 소득 양극화는 갈등을 부채질 하고 있다. 이 모든 것이 묻힌 채 검증조차 없는 선거판이 되어 가고 있다. 정치 리스크의 쓰디 쓴 맛이 채 가시지도 않았지만 그 길을 가고 있다.
혼돈의 선거판을 바로잡을 유일한 심판자는 유권자다. 대선 후보자들의 사적인 싸움의 구경꾼이 되어선 안 된다. 의혹을 받는 후보는 모든 것을 숨김없이 털어놔야 한다. 국정농단이란 초유의 일로 대통령이 탄핵을 당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을 끌어내린 건 범죄적 판단에 앞서 도덕적 심판을 받은 것이다.
지금 후보자들을 둘러싸고 떠도는 얘기가 도덕성 측면에서 그보다 덜하다고 누구도 자신할 수는 없다. 문재인 후보나 안철수 후보는 자신을 둘러싼 의혹을 하루 빨리 해소해야 한다. 그리고 남은 시간동안이라도 정책대결을 펼쳐야 한다. 아울러 유권자인 국민은 매의 눈을 가져야 한다. 두 번의 아픔을 겪을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미디어펜=문상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