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한기호 기자]이회창 전 한나라당(자유한국당 전신) 총재가 7일 예방한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통령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연대 불가' 방침에 공감을 이뤘다.
반면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를 경쟁 대상에서 배제하면서 '흡수통합'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홍준표 후보에게는 '치열한 토론'을 주문하면서 시각차를 드러냈다.
이회창 전 총재는 이날 서울 중구의 한 사무실에서 홍 후보와 만나 "좌파 내지 진보세력들과 같이한 분을 상대로 좌파 색깔이 약하다는 이유로 연대하자는 이야기가 나오는 건 정말 수긍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대선 판도를 보면 로또판같다"며 "5년간 우리나라를 이끌어갈 지도자를 뽑는데 각 정당이 이념과 정체성 논의는 별로 보이지 않고 마치 로또하듯, 제비뽑듯 '어느쪽이랑 연대해야 된다'는 계산이나 이해타산에 빠져있는 게 아닌가"라고 우려를 표명했다.
또한 "보수 쪽에서 '어느 쪽과 연대해야 살아남는다'는 식으로 말하는데, 사실 기막힌 얘기"라고 비판했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당선을 막고자 안철수 후보와 연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범보수진영을 향해 제기되는 것에 불쾌감마저 드러낸 셈이다.
홍 후보는 이에 "총재 말씀대로 연대는 정체성이 달라서 할 수 없다"며 "국민의당은 민주당 2중대, 호남의 2중대이며 국민이 대선 구도가 호남 1·2중대 선거로 몰고 가게 두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공감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통령 후보(왼쪽)와 이회창 전 한나라당(한국당 전신) 총재가 7일 오전 서울 중구의 한 사무실에서 만나 손을 맞잡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홍준표 후보 캠프 '스트롱 코리아' 홈페이지
이 전 총재는 또 "보수가 힘들어지고 망가진 것은 결국 한 사람 탓"이라면서 박근혜 전 대통령을 지목, "이상한 여자(최순실)를 끌어다가 나라를 엉망으로 운영했기에 모든 것이 파탄났다"고 비난했다.
또한 "(18대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와의 양자대결인데 그쪽에 정권을 줄 수 없으니까 당연히 내 후임으로 생각하고 열심히 (선거운동을) 했는데 이 지경이 되니 굉장히 자괴감이 든다"고 토로했다.
홍 후보도 수긍하는 듯 이 전 총재 발언 중에 "네"라고 수차례 답변했다. 다만 이 전 총재가 "보수정당과 세력이 마치 대립하는 것처럼 보이기에 걱정"이라며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의 노선을 적극 거론, 보수 경쟁에 나서라고 요구할 때는 쉽게 공감을 표하지 않았다.
이 전 총재는 "헌법적 가치와 정체성을 갖고 변화와 개혁, 국민행복을 지향하는 합리적 보수, 개혁적 보수, 따뜻한 보수의 길을 제시하고 어떻게 설득할지를 보수정당끼리 치열하게 서로 토론하고 공통분모를 찾아가는 과정이 필요하다"면서 "진지한 토론의 과정이 바로 보수가 살 길"이라고 당부했다.
'흡수통합'을 지향하는 홍 후보와 달리 유 후보와의 치열한 보수노선 경쟁을 거쳐 후보단일화를 실시해야 한다는 취지로 해석될 여지가 적지 않다.
다만 홍 후보는 예방을 끝낸 뒤 기자들과 만나 "총재님은 (바른정당과) 가능하면 합치는 걸 바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전 총재가 바른정당 흡수통합에 부정적인 것 아니냐'는 질문에 "꼭 그런 건 아니다"고 답했다.
한편 홍 후보는 한국당 '1호 당원'인 박 전 대통령 거취와 관련 자문을 얻었다면서 "총재는 원칙대로 당헌·당규대로 하는 게 좋겠다고 하더라"고 덧붙였다. 홍 후보 자신도 최근 박 전 대통령에 대해 '기소 시 당원권 자동 정지' 당규를 적용하는 게 좋겠다는 견해를 밝힌 바 있다.
[미디어펜=한기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