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백지현 기자]산업은행이 대우조선해양의 회사채 채무 조정과 관련해 국민연금 측의 요구사항을 수용할 수 없다고 못 박으면서 대우조선 채무조정에 난항이 예상된다.
이동걸 산은 회장은 10일 서울 여의도 산은 본점에서 열린 기관투자자를 상대로 한 설명회에 참석한 후 기자들과 만나 “수출입은행의 영구채 금리를 기존 3%에서 1%로 인하하고 회사채에 우선 상환권을 부여하는 내용을 새롭게 제안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동안 대우조선의 정상화를 위해 국민 혈세를 너무 많이 투입했다고 생각한다”며 “설명회에서 나온 이야기에 대해 고민하겠지만, 요구사항이 있을 때마다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국민연금은 설명회에 앞서 전날 산은을 찾아 정용석 구조조정 담당 부행장과 채무재조정과 관련한 비공개 면담을 진행했다.
국민연금은 이 자리에서 이달 21일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채(전체 4400억원 중 1900억원)는 일단 상환하고, 대주주 감자· 채무재조정의 핵심인 출자전환 비율, 전환가액 조정 등을 우선적으로 반영해 줄 것을 요구했다.
국민연금은 대우조선 회사채 전체 발행잔액 1조3500억원 중 약 30%에 해당하는 3889억원을 보유하고 있다.
이에 대해 산은은 국민연금의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정용석 부행장은 이날 설명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산은의 추가감자, 회사채 출자전환 시 전환가격 조정 등의 요구사항에 대해 “받아들일 수 없다”고 답했다.
양측의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음에 따라 대우조선의 P플랜 돌입 가능성은 높아진 상황이다.
앞서 이번 대우조선 지원방안을 내놓은 금융위원회와 산은, 수출입은행 등은 회사채 투자자들의 채무재조정이 원만히 이뤄지지 않을 경우 법적 구조조정인 P플랜에 착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국민연금은 이르면 11일, 늦어도 12일까지 투자위원회를 열고 대우조선 회사채 채무재조정에 대한 최종 입장을 발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