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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플랜' 향하는 대우조선해양…거센 후폭풍 온다

2017-04-12 11:47 | 김세헌 기자 | betterman89@gmail.com
[미디어펜=김세헌기자]사채권자 채무 재조정에 적신호가 켜지면서 법정관리로 갈 가능성이 커진 대우조선해양의 운명에 산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서울본사 건물과 빨간신호등의 모습


12일 금융당국과 채권단, 업계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 채무 재조정 안을 두고 산업은행과 국민연금이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서 대우조선이 단기 법정관리인 P플랜(Pre-packaged Plan)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앞서 금융당국과 산은은 대우조선해양 노동조합의 임금 삭감, 시중은행의 채무 재조정 합의, 회사채 투자자의 채무 재조정 합의 등 세 가지 요건을 걸었다.

모두 충족될 경우 대우조선해양에 신규자금 2조9000억원을 투입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단기 법정관리인 P플랜에 보낸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이 가운데 첫 번째와 두 번째 조건은 마무리되는 모습이다. 

먼저 회사 경영 정상화를 위해 전 임직원을 대상으로 임금반납 동의를 받고 있는 대우조선해양은 절차 개시 하루 만에 임직원 98%의 동의를 받은 상태다.

대우조선해양은 회사 조기 경영정상화를 위해 지난 6일 노사가 고통분담에 동참하기로 결정한 후, 전직원을 대상으로 임금반납 동의절차를 지난 10일부터 진행했으며, 하루 만에 총 1만265명 중 1만37명(98%)이 임금반납에 동의했다.

아울러 대우조선해양이 사채권자 채무 재조정에 난항을 겪고 있는 와중에서 시중은행들은 채무 재조정에 동의한다는 합의서를 속속 제출하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이는 사채권자들이 채무 재조정에 동의할 경우 시중은행도 동참한다는 조건인 관계로 대우조선해양의 운명은 여전히 국민연금 등 회사채 투자자들이 쥐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의 회사채 채무 재조정 문제를 놓고 대주주이자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과 국민연금은 입장차를 여전히 좁히지 못하고 있다. 국민연금의 대우조선 재실사 요구에 산은이 불가 입장을 보이면서 채무 재조정의 매듭을 풀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

국민연금은 아울러 채무 재조정 결정을 3개월 미루자는 제안도 했으나, 산은과 금융당국은 국민연금의 자체 실사와 채무 재조정 연기 요청을 받아들일 수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처럼 대우조선해양의 채무재조정이 난항을 겪고 있는 가운데 단기 법정관리인 P플랜에 들어가면 그동안 어렵게 확보한 물량들을 놓칠 수 있는 등 대우조선의 생존을 더욱 어렵게 할 요인이 상존한다는 게 업계의 일반적 견해다.

우선 P플랜 돌입 시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계약 취소가 얼마나 발생할 지 주목된다. 

대우조선해양은 P플랜도 법정관리의 일종인 만큼 저유가로 수익성 확보가 어려운 선주, 아직 용선처를 확보하지 못한 선주, 비싼 가격에 발주 계약을 체결했던 선주들에게 빌미를 제공해 계약을 취소당할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이다.

거제시 아주동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서문으로 직원들이 출근하고 있다.


현재 대우조선해양이 건조 중인 선박과 해양설비는 총 114척으로 이 가운데 계약서에 '빌더스 디폴트(선박 건조계약 취소, Builder's default)' 조항이 있는 경우는 96척이다.

앞서 삼정회계법인은 실사보고서에서 P플랜 돌입 시 건조공정 등을 감안할 때 총 8척의 빌더스 디폴트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

여기에는 파산 가능성이 거론되는 유전개발업체 시드릴이 발주한 드릴십 2척과 인도대금을 받기 위해 한창 협상이 진행 중인 앙골라 소난골 드릴십 2척이 대상이 된다.

대우조선해양은 시드릴로부터 드릴십 2척을 1조2000억원에 수주했으나 계약금액의 20%밖에 받지 못한 상태로 80%에 해당하는 인도대금 1조원 규모의 유동성이 묶여 있다. 소난골 드릴십도 계약금의 20%만 받은 상태로 아직 1조원의 대금이 묶여 있는 상태다.

때문에 빌더스 디폴트가 발생하게 되면 2건의 계약만으로 최대 2조원의 손실이 발생된다. 나아가 P플랜 시 실제 발주 취소 선박은 8척보다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P플랜이 아닌 통상적인 법정관리 돌입 시 빌더스 디폴트 40척이 생길 것으로 추정됐던 만큼, 최악의 경우 최대 40척의 계약취소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해양플랜트에 비해 상대적으로 상선은 빌더스 디폴트 발생 가능성이 낮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보편적이다.

상선은 실수요자들이 발주해 건조 중단을 요구할 가능성이 낮기 때문인데, P플랜 이후에도 정상적으로 건조를 진행한다면 빌더스 디폴트가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예측된다.

P플랜에 들어가면 경쟁입찰은 사실상 불가능해지고, 그간 신뢰관계를 맺어온 발주처들로부터 잇달아 따냈던 수의계약마저도 어려워져 사실상 신규 수주에도 제약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또한 대우조선해양이 P플랜에 돌입하면 법원 주도의 강도 높은 채무 재조정이 진행돼 금융권 손실 예상액은 4조4000억원으로 늘어난다. 자율적 구조조정시에는 3조1000억원으로 추산됐다.

손실액으로 따지면 수출입은행이 1조5000억원으로 가장 많고 국민연금 등 회사채가 1조3500억원, 시중은행은 9000억원 정도다.

그렇지만 채권액 대비 손실률을 따지면 회사채 투자자는 원금의 90%를 까먹게 돼 손실률이 가장 높은데, 대주주인 산업은행의 경우 손실률은 33.8%에 이른다.

P플랜에 들어가면 인력 감축 규모도 기존 발표보다 더 늘어날 전망이다.

대우조선해양은 현재 1만명 수준인 직영 인력을 당초 2018년 상반기까지 1000명 가량 추가 감축해 9000명 선으로 맞출 방침이었다. 하지만 P플랜 시에는 이 계획이 시기적으로 앞당겨지거나 감원 규모가 늘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P플랜 적용 시 건조 중인 선박과 해양설비 계약이 얼마나 취소되는지가 인적 구조조정과 직결되므로, 계약 해지가 잇따를 경우 자연히 인력 감축이 앞당겨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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