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항일 기자] 금융권의 중도금 대출 심사 강화로 숨통이 막혔던 공공분양주택의 집단대출 문제가 극적으로 해결됐다.
대출 문제가 해결되면서 계약자들은 한시름 놓게 됐지만 내 집 장만을 기뻐할 새도 없이 이번에는 늘어난 이자에 또 다른 고민이 커지고 있다.
12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따르면 지난해 분양한 경기도 수원 호매실 A7블록과 시흥은계 B2블록, 화성동탄 A44블록, 하남감일 B&블록 등 4개단지가 시중은행과 집단대출 협약을 맺었거나 체결을 준비 중이다. 이 가운데 화성동탄 A44블록을 제외하고는 모두 대출 금리가 확정됐다.
LH 등이 공급하고 있는 공공주택에 대한 집단대출 문제가 극적으로 해결됐지만 높은 대출 금리는 여전히 입주자들을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지난해 LH가 수도권에 공급한 공공주택 단지, 수원 호매실B2 블록은 오는 9~11월 중도금 1차 납부일로 아직까지 여유가 있다는 판단에 이번 집단대출 은행 선정 단지에서 제외됐다.
국민은행이 집단대출을 약속한 수원 호매실은 금리가 연 3.88%이고, 시흥은계(신한은행)와 하남감일(국민은행)은 각각 3.84%와 3.66%이다.
이들 단지는 중도금 대출 납부 기한을 연장한 상태로 집단대출 은행을 찾은 것 자체가 다행지만, 늘어난 이자 부담이 걱정거리다.
공공주택 입주자들은 대부분 자금 여력이 부족한 서민들인만큼 높아진 대출금리가 부담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이전만 하더라도 중도금 집단대출 금리 수준은 2% 중후반대. 정부가 가계부채 대책의 일환으로 대출심사 기준을 강화한지 1년도 채 되지 않은 상황에서 1%포인트 이상 금리가 오른 것이다.
일반적으로 3억원짜리 아파트를 분양받은 경우 중도금 대출 금리가 1%포인트가 오르면 연간 180만원의 추가 부담이 발생한다. 매달 이자로 15만원을 더 마련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 같은 공공주택의 금리는 민간건설사의 일반 분양아파트 대출 금리와도 큰 차이가 없다. 일반 분양단지에 대한 시중은행의 중도금 집단대출 금리는 지난달 기준 3.46~4.13% 수준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시중 은행이 '대출 장사'에만 매달리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대출 규제 강화는 정부의 권고사항이지 의무가 아닌만큼 공공주택에 현재의 대출 금리를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 관계자는 "정부가 중도금 대출 규제를 강화했다 하더라도 공공분양까지 일괄 적용한 것은 문제"라며 "주거안정 일환의 사업인 만큼 차등 적용하는 등 제도 개선이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LH는 부산명지(1201가구)와 호매실 B-2블록(999가구), 강릉유천 A-2블록(864가구) 등 나머지 3개 지구도 중도금(1차 납입일 9~11월) 대출 은행을 구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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