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백지현 기자]“‘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하지만 10년 전만해도 기계가 인간을 대신한다는 건 그냥 상상 속에서나 있을 법한 일이었다. 설마 은행권에서도 그런 일이 벌어지리라곤 전혀 생각지도 못했다.”
한 시중은행의 관리직 임원은 디지털 금융환경에 대해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변화임은 분명하지만 한편으로는 급격한 변화가 ‘불안하다’고 털어놨다. 은행권의 비대면 채널 강화 경쟁이 심화될수록 ‘언제 잘릴지 모른다’는 불안감 팽배하다는 것이다.
디지털 금융이라는 명목 하에 최근 은행권에선 급격한 변화가 이뤄지고 있다. 은행창구를 이용하는 고객들이 줄어들고 온라인과 모바일을 통한 비대면 금융거래가 대세로 자리 잡으면서 국내 시중은행의 점포와 임직원수가 급격히 줄고 있다.
디지털 금융이라는 명목 하에 최근 은행권에선 급격한 변화가 이뤄지고 있다. 은행창구를 이용하는 고객들이 줄어들고 온라인과 모바일을 통한 비대면 금융거래가 대세로 자리 잡으면서 국내 시중은행의 점포와 임직원수가 급격히 줄고 있다./사진=미디어펜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시중은행의 점포수는 2012년 4720개를 정점으로 감소하기 시작해 매년 100개 이상이 줄었다. 2015년 말에는 4311개로 3년간 통폐합 등으로 점포수가 391개나 줄었다. 올해도 200여 곳의 영업점이 문을 닫을 것으로 예상된다.
은행권이 몸집 줄이기에 나서면서 영업점의 인력도 두드러지게 감소했다. 지난해 기준 줄어든 전체 은행 직원 수는 2300여명으로 최근 6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 같은 변화의 바람이 앞으로 더욱 거세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미 씨티은행의 경우 최근 비대면 채널인 ‘고객가치센터’와 ‘고객집중센터’를 신설하는 등 비대면 플랫폼 강화에 나서면서 전국의 133개의 영업점을 32개로 통폐합하겠다고 발표했다.
단순 업무를 담당하는 기존 은행창구는 스마트 기술을 결합한 무인 창구로 대체하고, 이 과정에서 사라지는 점포의 인력을 비대면 채널에 재배함으로써 디지털 서비스를 강화하겠다는 얘기다.
비대면 채널을 통한 금융거래 비중이 8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금융서비스 이용 형태가 바뀌고 있는 점을 감안, 이에 따른 차별화된 서비스를 구축하겠다는 게 은행 측 설명이다.
씨티은행은 통폐합 과정에서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없을 것이라고 일축하고 있다. 하지만 은행 내부에서는 통폐합되는 영업점으로 재배치 되는 인력에는 한계가 있으며, 이 과정에서 자연적인 구조조정이 이뤄질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여기다 최근 출범한 인터넷전문은행의 예상치 못한 초반돌풍은 시중은행의 비대면 채널 강화를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인터넷은행은 오프라인 점포 없이 온라인과 모바일로 금융거래가 이뤄진다. 이 같은 특성을 살려 인터넷은행은 영업점과 인력에 드는 비용절감분을 시중은행보다 유리한 금리와 수수료로 책정하면서 고객들을 끌어 모으고 있다.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는 편의성과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한 인터넷은행의 출범으로 시중은행의 디지털 금융 혁신은 앞으로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이와 관련해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디지털 금융 패러다임에 맞춰 시중은행들의 비대면 플랫폼 강화 움직임은 가속화될 전망이어서 이 과정에서 은행영업점과 인력감축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