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난 7일 오전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고 있는 모습./사진=연합뉴스
[미디어펜=김영진 기자] 검찰이 지난 17일 미르·K스포츠 재단 자금 출연과 관련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뇌물공여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경영권 분쟁에 최근 중국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까지 갈 길이 첩첩산중인 롯데로서는 또 다른 벽에 부닥친 셈이다.
신 회장은 지난해 10월 1750억원대 배임·횡령 혐의 등으로 신격호 총괄회장 등과 함께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지금도 매주 2차례씩 법원에 출석하고 있는 신 회장은 뇌물공여 혐의로 추가로 재판을 받게 되면 거의 매일 법원에 가야할 상황이다. 정상적인 경영 활동을 할 수 없다고 봐야한다.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3월부터 중국에서 정상적인 영업활동을 하지 못하고 있는 롯데마트는 매월 1000억원 가량의 피해를 보고 있다. 이런 추세가 연말까지 지속된다면 연 1조원 손실까지도 감안해야 한다. 그룹 전체적으로는 상반기에만 1조원 매출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그룹의 위기 속에서도 총수인 신 회장은 법원에 불러 다녀야 할 상황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검찰은 미르·K스포츠재단에 45억원을 출연한 이후 지난해 3월 14일 박근혜 전 대통령과 독대한 뒤 5월에 K스포츠재단에 70억원의 추가 출연금을 낸 신 회장을 뇌물공여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70억원의 추가 출연금이 박 전 대통령과 독대 이후 추가적으로 이뤄졌다는 점,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업무수첩에 '면세점 사업권 재승인' 관련 내용이 적혀있었다는 점에서 검찰은 이를 '부정 청탁'의 결정적 단서로 삼은 것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롯데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롯데는 박근혜 정부에서 특혜가 아닌 피해를 본 기업이라는 것이다. 29년간 영업을 잘 하고 있던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이 문을 닫게 된 것도 롯데월드타워 완공 과정에서 끊임없이 안전 이슈에 시달려했던 것도 '특혜 기업'이었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오히려 박근혜 정부에서 면세점 특허를 취득한 한화와 두산이 더 특혜일 수 있다.
롯데의 입장을 들어보면 롯데는 신 회장과 박 전 대통령 독대가 있던 3월 14일 이후 K스포츠재단 출연금을 내지 않기 위해 여러 노력을 했다. 먼저 롯데는 고 이인원 부회장 주도하에 K스포츠재단에서 요구하던 70억원이라는 금액을 현금이 아닌 직접 건물을 지어주는 현물 출연 방안을 제안했다. 계열사에 롯데건설이 있으니 70억원보다 비용이 적게 나갈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K스포츠 재단은 이를 거절했다.
또 롯데는 3월부터 출연금을 낸 5월 까지 금액을 30억원으로 낮추기 위해 장기간 협상 과정을 거쳤다.
만약 70억원을 뇌물로 간주했다면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롯데 관계자는 "K스포츠재단 사업이 국가에서 하는 중대한 사업이라는 말을 들어 출연을 해야 한다고 판단해 한 것이며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 특허를 다시 받기 위해서는 절대 아니었다"고 항변했다.
또 서울 시내면세점 추가 특허는 3월 14일 박 전 대통령과 신 회장 독대와 상관없이, 그 이전부터 준비돼 왔다.
2015년 11월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과 SK네트웍스의 워커힐 면세점이 특허를 상실하면서 고용물안 문제, 면세업 글로벌 경쟁력 악화 등의 여론이 일었다. 이후 면세업 관련 법안 개정 필요성이 대두됐고 지난해 1월 기획재정부 신년 업무계획에는 '시내면세점 특허 수 증가 방안'이 포함돼 있었다.
관세청도 박 전 대통령과 최태원 SK그룹 회장 면담 이후 면세점 확대 검토라는 일부 보도에 대해 "2013년 개정 관세법에서 나타난 면세점 제도 관련 문제점을 개선하고 당시 위축된 내수경기를 중국인 관광객 특수를 이용해 활성화하기 위해 2015년 9월부터 추진됐다"고 해명자료를 낸 바 있다.
면세점 제도 개선 공청회가 지난해 3월 16일 열렸는데 이것 역시 준비 기간 등을 감안하면 신 회장과 박 전 대통령 면담 이후에 이뤄졌다고 보기 힘들다.
결국 롯데는 70억원이라는 K스포츠재단 추가 출연금 과정에서 △30억원으로 금액을 낮추려고 노력했고 △현금 대신 건물 건립을 직접 해주겠다는 안을 제시했고 △3월부터 5월말까지 장기간 협상 과정을 거쳤다.
만약 이 70억원이 '뇌물'로 간주됐다면 이런 장기간의 복잡한 과정을 거칠 필요가 있었을까. 롯데가 억울해 하는 점이 바로 이런 것이다. 이미 검찰은 신 회장에 대해 뇌물공여 혐의로 불구속 기소하면서 재판을 받아야하는 상황은 불가피하다.
롯데는 재판 과정에서 의혹이 충분히 소명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지루한 재판이 이어지면서 롯데의 미래는 더욱 불투명해질 것이고 롯데 임직원들은 물론 주주, 소비자, 해외에 진출한 롯데 등 롯데의 글로벌 경쟁력은 더욱 떨어질 것이다.
[미디어펜=김영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