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한기호 기자]유승민 바른정당 대선후보가 2040년쯤 순현금유출이 시작돼 2060년쯤 고갈될 것으로 전망되는 국민연금 소득대체율(현행 40%)을 50%로 높이겠다고 공약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 "재원 마련 방안이 없다"고 집중 추궁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도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인상에 앞서 수혜 사각지대 해소가 필요하다며 해법을 동시에 주문해 합동 공세 양상이 됐다.
문재인 후보는 "설계하기에 따라 다르다"며 추가 재원 마련 없이 연금 수급액을 높일 수 있다고 주장하다가, 지속된 추궁에 "전문가가 포함된 사회적 합의기구에서 결정하겠다"고 후퇴했다. 재원 방안을 제시하지 못한 것이다.
전날(19일) 밤 생방송으로 진행된 KBS 주최 대선후보 초청 TV토론회에서 유승민 후보가 "문 후보는 지난번에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40%를 50%로 높이는 것을 세금으로 높이냐, 보험료 납부액을 늘리냐 물으니 '여러가지 방법이 있는데 출산율 높이고 가입자수를 늘리는 것'이라고 했는데 그거 답 아닌 것 알지않느냐. 무슨 돈으로 올리나"라고 포문을 열면서 이같은 공방이 시작됐다.
문 후보는 "그렇게 높이겠다는 게 2015년 공무원연금개혁을 할 때 국회 특위에서 합의한 내용이고 합의 보증을 위해 당시 당대표였던 저와 유 후보 선대위원장인 김무성 (당시 새누리당) 대표 보증 도장을 찍은 것"이라고만 했다.
(왼쪽부터) 유승민 바른정당 대선후보,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사진=KBS 방송 캡처
유 후보가 "(합의 당시) 재원 얘기가 아무것도 없었다. 대통령이 되려면 재원을 얘기하라"고 거듭 묻자 문 후보는 "어느정도 기간 동안 어떤 비율로 올리느냐에 따라 재원 대책이 달라진다. 설계 잘 하면 그런 것 없이도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유 후보가 의아하다는 듯 "더 내는 걸 안 하고 더 받는 걸 하겠다는 것이냐"고 하자 문 후보는 "설계에 따라서는, 현실성 있게 단계적으로 (높이면 된다)"라고 말했다.
유 후보는 "노무현 정부 때 50%에서 40%로 내리는 조정을 해 놓고 지금 선거에 와서 50%로 올리느냐"고 추가로 공세를 벌였고 문 후보는 "공무원연금 개혁하는 쪽은 똑 따먹고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합의를 그냥 부인하는 것이냐"고 동문서답을 이어갔다.
이에 유 후보는 "공무원연금개혁은 구체적 합의를 하고 법까지 고친 것이고 국민연금에 대한 합의는 재원 조달 방안이 없다"고 따졌고, 문 후보는 "10% 인상은 합의한 내용이고 재원 조달방안은 사회적 합의를 통하자는 것"이라고 답했다.
지루한 공방 끝에 유 후보는 "합의를 아무리 해도 돈이 어느 구멍에서 나오느냐. 하늘에서 떨어지나"라고 '돌직구'를 던지기도 했다. 문 후보는 "전문가가 포함된 사회적 합의기구에서 결정하겠다"며 "유 후보가 합의를 지키라"고 강변했다.
그러던 중 안철수 후보가 문 후보를 향해 "다른 측면에서 묻겠다"며 "형편 좋은 사람들이 국민연금 가입률이 높고 나쁜 사람들은 낮아 굉장히 문제"라고 전제한 뒤 "사각지대 문제가 해소돼야만 국민연금이 제대로 정착할 수 있는데, 그보다도 소득대체율을 먼저 올린다는 것이냐"고 가세했다.
문 후보는 "선후 문제가 아니다"며 "소득대체율을 높인다는 건 국회에서 합의된 내용이고 (유 후보는) 그걸 합의하신 분"이라고 했다. 유 후보는 놓치지 않고 "재원 조달 방안 없이 50%로 올린다고 하면 포퓰리즘"이라고 날을 세웠다.
안 후보는 "이쪽도 저쪽도 (선후관계 없이) 필요하다고 했는데 어떻게 사각지대를 해소하겠다는 것이냐"고 재차 물었다.
그러나 문 후보는 답변을 피하면서 유 후보를 겨냥 "그때(2015년) 우리 각 정당들이 합의한 내용"이라며 "재원설계는 다시 사회적 합의에 맡겨질 일"이라는 주장을 되풀이했다.
유 후보는 "어떻게 올릴 것이냐고 물었는데 답을 못 하면 넘어가겠다"고 일축한 뒤 안 후보를 향해 공약 재원조달 방안을 추궁하고 나섰다.
(왼쪽부터) 심상정 정의당·홍준표 자유한국당·유승민 바른정당·문재인 더불어민주당·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는 지난 19일 밤 KBS 주최 대선후보 초청 TV토론회에서 안보·경제·정치·사회 주요 현안을 놓고 격론을 벌였다./사진=KBS 방송 캡처
그는 "안 후보는 저와 약속을 비슷하게 하고 재원을 연 40조원 해서 5년간 200조원이 든다. 그런데 돈을 어디서 마련할지를 보니까 2012년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가 얘기한 것과 거의 똑같다"며 "기존 재정을 개혁해 70%를 마련하고 공정과세로 30%로 마련한다고 했다. 세금 안 올리느냐"고 물었다.
안 후보는 "올려야 하지만 순서가 있다. 정부 재정이 효율적이지 못하고 투명하지 못한 걸 고쳐야 한다. 그 다음 누진제가 제대로 적용되게 바꾸고 증세해야 한다. 그 부분도 솔직해야 한다"고 사실상 증세 계획임을 시사했다.
이에 유 후보는 "과세를 투명, 공정하게 한다는 건 박근혜 정부 약속과 똑같다"고 지적했고 안 후보는 "억지로 뒤집어 씌우려는 거다. 원하는 답 말씀드리지 않았느냐"고 맞받았다.
유 후보가 거듭 "200조 세원을 어디서 마련할지 말하지 않으면 소요되는 공약을 지킬 수 없다"고 채근하자 안 후보는 "분명하게 말씀드렸다"며 앞서의 답변을 반복했다.
한편 이같은 '재원 공방'을 지켜보던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는 "기재부 국장들끼리 논쟁하는 것 같다. 대통령은 경제 철학이나 사상이나 통치 철학으로 덤벼야지 수치로 따지는 게 역할이냐"라면서 "문 후보와 안 후보가 쩔쩔매는 걸 보니 기재부 국장에게 설교받는 것 같아 유감"이라고 세 후보를 싸잡아 비판했다.
[미디어펜=한기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