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홍샛별 기자]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의 공판이 7회째에 접어들도록 결정적 증거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최순실씨 측에 400억원대 뇌물을 건네거나 약속한 혐의로 구속기소 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6일 서울중앙지법 417호 대법정에서 이 부회장에 대한 일곱번째 공판이 진행된 가운데 특검이 부실한 증거로 빈축을 샀다.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진동)의 심리로 열린 이날 공판은 비진술증거에 대한 서증조사를 중심으로 진행됐다. 특검과 이재용측 변호인단은 2015년 10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이하 영재센터)에 후원금을 지원하도록 지시한 사람이 누구인지, 지원 목적은 무엇인지에 대해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이번 공판은 관련자들의 진술 증거를 공개했던 앞선 재판과 달리 객관적 자료 위주의 증거가 나올 것으로 예상되면서 주목을 받았다. 주요 증거들을 다수 내놓을 가능성도 점쳐졌다.
이날 오전 재판에서 특검은 영재센터의 목적사업계획서, 사업수지예산서 등을 증거로 내세우며 “삼성의 영재센터 지원은 매우 부실하고 졸속 검토에 의해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삼성측 변호인단은 “영재센터에 대한 지원이 긴급하게 처리된 것 맞지만 (후원금이 5000만원으로 표기된) 사업수지예산서 등은 애초에 받은 바 없다”고 못 박았다.
이어 “목적사업계획서상 계획됐던 행사 대부분은 실제로 진행됐고 영재센터 홈페이지, 행사 포스터 등에는 삼성의 후원 사실이 명확하게 표시돼 있다”고 덧붙였다. 대가를 바라고 거액의 후원금을 지원한 게 아닌 브랜드 노출 등의 후원 권리를 포함한 정상적 계약이라는 의미였다.
특검은 졸속 검토에 의한 자금 지원을 주장하는 이유로 사업 계획서의 ‘오자’와 ‘비문’을 꼽기도 했다. 졸속으로 사업 계획서를 작성하다 발생한 일이라는 것. 이처럼 미흡한 사업 계획서를 바탕으로 10억7800만원이라는 거액의 후원금을 집행한 것이 뇌물 공여와 횡령의 증거로 삼을 수 있다는 게 특검의 입장이었다.
이 밖에 특검은 삼성이 계약서 초안을 작성한 것도 문제 삼았다. 후원을 받아야 하는 쪽이 계약서 초안을 작성해 기업에 보내는 게 일반적이라면, 영재센터 후원 건에서는 이례적으로 삼성이 먼저 초안을 작성해 전달한 사실을 지적했다.
‘최순실→박근혜→이재용’으로 이어지는 청탁의 연결고리상, 대통령에게 지시를 받은 삼성이 앞장서 지원을 했다는 의심이었다.
‘청와대→김종 문화체육관광부 전 차관→제일기획→삼성전자’ 순서로 영재센터에 대한 자금이 집행됐다는 입장인 삼성은 “계약서 초안을 먼저 작성해 보낸 걸 ‘이례적’이라고 볼 수는 없다”고 반박했다. 초안은 계약의 내용과 틀을 잡는다는 점을 고려할 때, 먼저 초안을 작성하는 것이 자금을 지원하는 ‘갑’의 입장에서 유리한 방향으로 계약을 이끌어 갈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변호인단은 이어 “김 전 차관의 영재센터 지원 요구에 제일기획 이영국 상무가 계열사간 업무 협조 차원에서 삼성전자에 요청, 후원금이 지급됐다”며 “이 같은 계열사 간 지원 요청은 빈번하지는 않아도 종종 발생한다”고 말했다.
[미디어펜=홍샛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