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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중공업 크레인 사고, 조선업계 비극 현주소

2017-05-02 11:35 | 김세헌 기자 | betterman89@gmail.com
[미디어펜=김세헌기자]지난 1일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야드에서 작업 중이던 타워 크레인과 골리앗 크레인이 충돌해 타워 크레인 구조물이 아래로 떨어져 건조중인 선박을 덮었다. 

이 사고로 숨졌거나 다친 근로자 대부분이 협력업체 소속 직원인 것으로 파악되면서 조선업계 내 열악한 업무 환경과 위험한 작업 현장으로 내몰리는 하청업체 근로자의 비극적인 희생이 잇따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일 오후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7안벽에서 800톤급 골리앗 크레인과 32톤급 타워크레인이 충돌, 타워크레인 붐대(지지대)가 넘어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회에 만연한 대기업과 협력업체의 갑을 관계(원청-하청)와 불공정 관행, 불황·실직은 상대적 약자인 하청 근로자를 막다른 길로 내몰고 있다. 이들의 안타까운 희생을 막기 위해 원청과 하청업체간 상생 노력과 근본적인 제도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일 삼성중공업과 경찰, 조선업계 등에 따르면 전날 오후 2시 50분께 거제조선소 7안벽에서 800톤급 골리앗 크레인과 32톤급 타워크레인이 충돌해 타워크레인 붐대(지지대)가 넘어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원인은 800톤급 골리앗 크레인이 남쪽에서 북쪽으로 이동하던 중 고철통 샤클(shackle·연결용 철물)을 해체하고 있던 32톤급 타워크레인과 충돌, 타워크레인 붐대가 낙하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 사고로 타워 크레인 붐대(지지대)가 무너지면서 해양플랜트 제작 현장을 덮쳐 40대 고모씨 등 작업자 6명이 현장에서 숨지거나 병원 치료를 받다 사망했고, 25명이 중·경상을 입는 참변을 당했다. 사망자는 협력업체 5곳의 직원들이었으며, 사상자는 '마틴링게 플랫폼' 작업장에서 근무 중이었다.

마틴링게 플랫폼은 2012년 12월 프랑스 토탈사로부터 약 5억달러에 수주한 해양플랫폼으로 오는 6월 인도 계획이었다.

삼성중공업은 사고 발생 직후 현장에서 종합상황실을 가동하며 인명 구조를 벌였고 사고 원인 등을 확인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근로자의 날에 대형 사고가 나자 당혹스러워하면서 일단 사고 수습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이달 초부터 미국 휴스턴에서 열리는 2017 해양플랜트 기자재박람회(OTC)에 참석하기 위해 연휴 기간 출장길에 올랐던 박대영 사장은 미국에 도착하자마자 사고 소식을 보고받고 귀국할 것으로 전해졌다.

조선업계는 이번 삼성중공업 크레인 전도 사고는 국내 산업계에 팽배한 원청 대기업과 협력업체 간 폐해를 단면적으로 보여준다고 꼬집는다. 

원청업체가 공정의 일부 또는 상당수를 하청업체에 맡기는 것은 국내 산업현장의 일반적인 시스템으로 굳어졌다. 

비핵심 공정까지 모든 업무를 원청업체가 수행하는 것보다는 전문성을 가진 하청업체에 맡기는 편이 효율적이고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을 위해서도 필요하다는 논리에서다.

출근하는 조선소 근로자들


저가입찰로 공사를 따낸 원청업체들은 비용을 줄여 수익을 내기 위해 역시 최저가 입찰로 하청업체를 선정하는 경우가 많다. 하청업체는 낮은 비용으로 조금이나마 수익을 내려고 무리하게 공기를 단축하고 인력을 줄이면서 산재로 이어지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이런 구조 안에서 조선업계 원청업체 직원들은 핵심업무인 설계·시공·관리를 맡고 하청 근로자들은 현장에 직접 투입돼 위험한 업무를 대부분 맡는다. 안전사고가 발생하면 현장의 하청 근로자에게 그 책임이 떠넘겨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노동계와 전문가들은 양극화, 사회에 만연한 불평등·차별의 문제가 하청업체 근로자의 비극을 낳는 원인으로 보고 있다. 근로자의 처지가 불안하고 악순환을 끊기 힘든 사회 구조에서 이런 비극은 재생산될 수 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노동단체 한 관계자는 "원청에서 이윤을 늘리기 위해서 안전 관리 비용을 줄이고 그 위험을 하청 근로자가 떠안게 되는 구조"라면서 "안전 관리 비용과 인력을 늘리고 산재 책임과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산재 사망자 가운데 하청 근로자 비율은 2012년 37.7%, 2013년 38.4%, 2014년 38.6%로 높아지더니 2015년에는 40%를 넘어섰다.

조선업 불황으로 하청 근로자를 중심으로 대규모 실직이 이어지면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어 우려를 낳고 있다.

지난해 7월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해양에서는 협력업체 한 근로자가 스스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조선업 경기침체로 다니던 회사를 나온 뒤 다른 일자리를 찾다가 결국 스스로 세상을 등졌다.

지난해 4∼6월 구조조정 여파 속에서 삼성중공업 협력업체 직원 3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지난해 12월에는 울산 현대중공업 협력업체 대표가 자금난을 견디지 못하고 목숨을 끊기도 했다.

조선업계 관계자도 "파견 근로, 사내 하청 등 근로자가 처한 약한 고리, 불안한 지위를 개선해야 한다"면서 "노동을 비용이 아닌 투자로 인식하고, 근로자의 삶을 개선하고 사회를 튼튼하게 하는데 투자하려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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