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9일은 위기에 빠진 ‘대한민국호’의 5년을 책임질 제19대 대통령을 뽑는 날이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이후 보궐선거로 치러지는 대선인 만큼 대통령후보들은 ‘개혁’과 ‘통합’을 힘주어 다짐하고 있다.
이와 함께 북한과 미국간 대화 가능성 제기 등 한반도 주변 상황이 불투명해지면서 차기 정부의 외교안보정책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디어펜은 대통령후보들의 통합과 개혁 정책, 대북 정책, 청년 일자리와 미세먼지 대책 및 복지 정책 등을 골자로 정치, 통일외교, 경제, 사회 네개 분야에서 제시된 주요 대선후보의 공약을 집중 분석한다. [편집자 주]
[미디어펜=한기호 기자]5당 대통령후보들의 경제 공약을 들여다보면 대체로 규제완화와 사회적 약자에 대한 복지 강화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어떤 규제를 완화하고 누구를 사회적 약자로 간주할 것인지에 있어 견해차가 크다.
또 다수의 후보가 경제민주화와 경제활성화를 동시에 내걸고 있지만 방법론에 있어 커다란 간극을 드러냈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심상정 정의당 후보·유승민 바른정당 후보 등 대부분 후보들은 평등주의 관점에 입각한 각종 경제입법과 대기업집단(재벌) 경영 개입, 노동 규제 강화 등을 경제민주화 방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입법 사례로는 경제민주화 상법개정안에 포함되는 집단소송제도(문·안·유)·감사위원 분리선출(안) 또는 대주주 의결권 제한(심)·집중투표제 의무화(문·안·심)·다중대표소송제(문·안·심), 재벌 총수 일가 등 기업인에 대한 범죄 사면복권 차단 및 경영참여 금지, 대기업 순환출자 해소(심), 비정규직 축소와 휴직·실업수당 강화 등이 꼽힌다. 청년층과 비정규직 노동자 등을 사회적 약자로 간주하는 게 주된 경향이다.
징벌적 손해배상제 강화, 최저임금 1만원으로의 인상, 대기업 일감몰아주기 금지, 전통시장 및 골목상권 보호·지원 강화 등은 5당 후보간 원론적인 선에서의 공감대를 이루고 있다.
다만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의 경우 경제민주화는 헌법 제119조 2항에 명시된 부수적 개념이며, 자유주의적 시장경제를 천명한 119조 1항의 원칙이 우선된다는 견해를 밝혀 '기업 기살리기'로 명명한 규제완화 정책의 근거를 마련해 뒀다. 유일하게 재산·소득·법인세 등 세율 인상에 반대하고 있기도 하다.
대신 일정 소득수준 이하 계층에 복지·금융 지원을 집중해 빈곤 탈출을 돕는다는 자신의 '서민경제론'으로 경제민주화 개념을 대체했다. 부정청탁금지법(김영란법) 3·5·10 원칙을 10·10·5로 바꿔 식사·선물 경제를 되살리는 것도 서민과 농축수산업 종사자들을 위한다는 취지다.
경제활성화 대책의 경우 민간 주도의 4차 산업혁명을 이끌어내기 위해 불합리한 규제를 철폐하고 금융분야 등의 규제 방식을 네거티브로 전환할 것, 창업·중소기업에 정부 지원을 집중한다는 대원칙에 5당 후보가 공감하고 있다. 창업·벤처 지원은 특히 안 후보와 유 후보가 역점을 두면서 선명성 경쟁을 벌여온 의제다.
5당 후보 중 문·심 후보는 이른바 '부자 증세'를 통한 기본소득·각종 수당 지급 등 소득주도 성장 정책 전환을 주장하면서 홍·유 후보와 대립하고 있다. 홍 후보는 부유층 소득을 집중 징세해 저소득층에 나눠주는 것을 "로빈훗 방식"이라며 사실상 약탈에 다름없다는 입장을 보였고, 경제학자 출신인 유 후보는 "나눠준다는 말만 있을 뿐 어떻게 성장할 것인지 해법이 없다"고 반대하고 있다.
홍 후보는 국민연금 기금을 활용해 국공립 어린이집·임대주택·요양시설 등을 짓겠다는 문 후보와, '청년공공임대주택 임대채권'에 투자해 5년 임기 동안 25만 호의 공공임대주택 공급 사업을 벌일 계획인 안 후보와 거듭 각을 세우고 있다.
경남도지사 시절 재정·행정 개혁으로 '채무 제로'를 달성한 경험을 들어 구조조정과 경제활성화 세수 증가분을 통해 재원을 확보한다는 원칙을 세우고, "증세는 필요없다. 국민연금은 절대로 한푼도 건드리지 않겠다"고 단단히 선을 그었다.
경제활성화 각론에서도 무(無)규제 지역을 만들(안·홍)거나, 공정거래위원회 역할 강화(안), 중소기업청을 장관부처로 승격(문·유)하는 방안, 4차 산업혁명 전담기구 신설(문·홍·심), 금융분야 금산분리(문) 등에서 후보들 간 의견이 갈렸다. 문 후보의 공공부문 일자리 81만개 창출 재원 액수(5년간 21조원) 책정과 그 조달 방안은 끊임없는 논쟁 대상이 됐다.
이밖에 쟁점으로는 총 1400조원을 넘는 것으로 알려진 가계부채 해법이 거론된다. 문 후보와 심 후보는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을 150%이하로 유지하는 총량관리제와 법정 최고이자 상한제를, 안 후보와 유 후보는 각각 제2금융권 대출 관리 강화와 대부업체 고금리 인하 등 정책을 제시했다.
홍 후보 측은 선대위 경제산업 1본부장인 김종석 의원이 "가계부채는 총량으로 접근할 문제가 아니고 양보다 질이 문제"라며 "하위20%(5분위 중 1분위) 소득계층의 70조원 정도 가계부채가 전문가들이 보는 위험부채"라며 문 후보 측과 각을 세웠다.
이같은 관점에 따라 홍 후보는 상환 능력이 없는 소액·장기 연체채권 채무를 특별 감면하거나 금융채무불이행자 등록 기준을 상향하는 한편 채무조정 프로그램 성실상환자 인센티브 부여 등 지원책을 생계 곤란자 등 서민에 한정해 제공하겠다고 밝혀뒀다.
[미디어펜=한기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