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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경제공약 분석⑤-부동산] 복지만 있고 시장은 없는 '빈집 공약'

2017-05-05 09:20 | 조항일 기자 | hijoe77@mediapen.com
5000만 대한민국의 시선이 5월 9일로 향하고 있다. 위기에 빠진 ‘대한민국호’의 5년을 책임질 제19대 대통령을 뽑는 날이다. 이번 대통령 선거에는 모두 15명이 출사표를 던졌다. 모든 후보가 대한민국의 ‘장밋빛 미래’를 장담하며 한 표를 호소하고 있다. 최근 수출이 늘고 제조업 경기가 살아나고 있지만 대내외 환경은 긴장의 연속이다. 한반도 긴장 고조, 미국 보호무역주의 강화 등 대내외 여건 악화로 우리 경제의 시름은 깊어지고 있다. 미디어펜은 주요 대선후보의 경제공약이 국가 경쟁력 향상과 국민 선택권 확대에 기여할 수 있는지 재벌개혁, 경제활성화, 가계부채, 금융개혁, 부동산, 일자리, 미래먹거리 등 7개 부문에 걸쳐 집중 분석한다. [편집자 주]

[19대 대선후보 경제공약 분석⑤]-부동산


[미디어펜=조항일 기자] 대선에 출마한 각 정당 후보들의 부동산 공약은 공공임대주택 공급확대 등 서민주거복지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전반적으로 현재의 정책 흐름을 이어가면서도 공공성을 보다 강화하는 방식이다.

후보 간 다소 차이가 있지만 대규모 개발이나 부동산 시장 활성화를 위한 규제 완화보다는 최근 경제·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가계부채 문제 등을 의식해서인지 보수적인 공약을 들고 나왔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또 공공임대주택 공급 확대와 도심재생 등 눈에 띄는 공약도 없지 않지만 실현 가능성에 대해서는 고개를 젓고 있다.

▲대출규제 강화로 가계부채 잡는다?  

4일 부동산업계와 주요 대선 후보 선거 캠프에 따르면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를 제외한 나머지 문재인 더불어 민주당 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 심상정 정의당 후보의 부동산 정책 공약은 상당부분 같은 색채를 보이고 있다.

먼저 최근 급격하게 늘어난 가계부채의 주범(?)으로 꼽히고 있는 주택담보대출과 관련해서는 지금보다 더 엄격해질 가능성이 크다.

특히, 문 후보와 심 후보는 가계부채 총량관리제를 도입해 나머지 세 후보들 가운데 가장 강력한 대출규제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반면, 홍 후보는 '금융취약 차주 집중관리' 카드를 들고 나왔다. 새로운 규제보다는 대출자들의 소득을 향상시키 등의 방식으로 가계부채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안 후보와 유 후보는 대출규제 강화와 관련해 뚜렷한 입장을 내놓고 있지 않지만 이미 은행권이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을 도입하고 있는 만큼 상반된 입장을 내놓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대출 가능금액을 결정할 총부채상환비율(DTI)과 주택담보인정비율(LTV)에 대해서는 홍 후보만 판단을 유보했고 나머지 후보들은 완화할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홍 후보가 당선되면 규제 완화 가능성이 있지만 나머지 후보가 된다면 추가로 규제가 강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해석이다. 앞서 정부는 주택 거래 활성화를 위해 DIT와 LTV 기준을 오는 7월 말까지 완화한 상태다.

대부분의 주요 대선 후보들은 일제히 가계부채의 주범으로 주택담보대출을 지적하면서 부동산 시장에 대한 금융 규제 강화를 공약으로 내걸고 있다. 그러나 이는 국가 경제의 근간을 책임지고 있는 건설경기의 침체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사진은 지난 3월 분양한 한 견본주택 현장의 모습.


대선 후보들의 이 같은 부동산 시장 규제 강화 움직임에 대해 일부 전문가들은 국가 경제의 근간을 책임지고 있는 건설경기의 침체를 우려하고 있다. 

건설사 입장에서도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위축으로 주택사업이 사실상 유일한 버팀목이 되고 있는 상황에서 규제가 강화될 경우 주택사업도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을 우려하고 있다.

건설사의 자금조달과 주택수요자의 대출이 어려워지면 사실상 후분양제 효과가 나오면서 주택 실수요자 입장에서도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문도 한국부동산학박사회 회장은 "박근혜 정부는 수출 등 부진한 경제상황을 부동산 시장 활성화로 만회한 측면이 많다"며 "후보들의 대출규제 강화 공약이 건설업계를 사지로 내몰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보유세 강화와 시장 논리?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등 부동산 보유세 인상에 대해서는 홍준표 후보가 반대, 나머지 후보들은 '알단 유보'다. 보유세 인상이라는 기본 방향은 맞지만 현 시점에서 올리는 것에 대해서는 조금 더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유예 연장과 관련해서는 홍준표 후보 찬성, 심상정 후보가 반대, 나머지 후보들은 입장을 유보하고 있다. 최근 잇따라 재건축 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강남권 등에서의 표심을 잡기 위한 전략이 밑바탕에 깔린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세제 강화에 대해서눈 부작용을 우려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이홍일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보유세 강화는 결국 주택수요와 거래를 위축시켜 건설기업, 금융기관, 가계 부실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며 "현재 주택시장이 과잉공급, 가계부채 대책 등으로 경착륙 우려가 있는 만큼 도입에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인호 숭실사이버대 부동산학과 교수도 "전월세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과 같은 제도 도입으로 시장논리가 무너질 수 있다"며 "시장가격보다 낮은 임대료가 형성돼 임대주택 공급이 줄어들 가능성이 다분하다"고 설명했다.

문재인 후보와 홍준표 후보의 이른바 '뉴딜 정책'도 눈에 띈다.

문재인 후보는 5년간 50조원의 공적재원을 투입해 노후 주거지를 살리는 도시재생 뉴딜사업을, 홍준표 후보는 50조원을 투입해 노후 공공 인프라를 재건하는 경제 살리기 뉴딜플랜을 내놨다.

하지만 두 후보 모두 장기적 플랜과 재원조달 방법이 뚜렷하지 않다는 점은 한계로 지적되고 있다.

▲서민주거복지…'빛 좋은 개살구' 안되게

전월세 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에 대해서는 홍 후보를 제외한 나머지 후보가 모두 찬성의 입장이다. 홍 후보는 '지나친 재산권 침해와 전셋값이 급등할 수 있다'는 이유로 반대의 뜻을 내비치고 있다. 

서민주거복지와 관련해서는 모든 후보가 제시하고 있는 최고 정책의 지향점. 큰 틀에서는 공공임대주택 공급을 늘리는 공통점이 있지만 각론에서 차이가 있다.

현재 공공임대주택(5년·10년) 입주대상별 공급비율./자료제공=한국토지주태공사(LH)


먼저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매년 17만가구씩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하겠다고 약속했다. 공공임대주택의 30% 수준인 4만가구는 신혼부부에게 우선 공급하는 등 청년층을 타깃으로 한 지원 대책도 내놨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도 공공임대주택을 매년 15만가구 가까이 공급하고, 청년빈곤층에 우선적으로 청년희망임대주택을 매년 5만가구씩 공급한다는 약속도 내놨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는 5년 간 청년·신혼부부 주거에 100만가구를 공급할 것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공공임대 30만가구, 저리 구입·전세자금 55만가구, 주택수당 10가구, 공공분양 5만가구 등이다.

유승민 후보는 1∼2인 가구시대에 맞춰 소형주택 공급을 확대하고 저소득층 주거복지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소형 신축 분양·임대주택 공급 확대, 빈집·노후주택 재건축 등을 통해서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매년 15만가구 '반값 임대주택 공급, 215만가구에 월 20만원 주거급여 지급 등을 공약했다.
 
각 후보들의 공약에 대해 전문가들은 '빛 좋은 개살구'가 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한문도 한국부동산학박사회 회장은 "서민을 위한 임대주택 공급 확대는 필요하지만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대상을 좀 더 세분화할 필요가 있다"며 "최대 100만가구에 가까운 공급을 위한 재원 마련도 풀어야할 문제"라고 말했다. 

조기 대선으로 인해 후보들이 관련 정책을 제대로 점검하지 못해 부동산 공약이 포퓰리즘적 성격을 띄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박인호 교수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조기 대선이 치러지면서 부동산 정책에 대한 전반적인 검토가 부족한 것 같다"며 "표심을 얻기 위한 포퓰리즘 정책은 시장에 혼란만 가중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미디어펜=조항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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