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세헌기자]유동성 부족으로 생사의 기로에 몰렸던 대우조선해양의 구조조정을 관리할 ‘경영정상화 관리위원회’가 8일 출범했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주도의 관리체계를 탈피하기 위해 채권단과 대우조선해양과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위원회는 조선업, 금융, 구조조정, 법무, 회계, 경영 등 분야별 민간 전문가로 꾸려져 이날 공식적으로 업무에 돌입한다.
위원회는 대우조선의해양 자구계획 이행상황과 경영실적을 평가하고 매년 회계법인 실사를 통해 경영정상화 진행 상황을 점검해 개선방안을 제시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아울러 국내 조선산업의 발전적 재편을 유도할 수 있는 대우조선해양의 인수·합병(M&A) 실행 방안도 모색할 예정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위원회를 통한 감독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을지에 이문이 생긴다는 견해가 나온다. 대우조선해양 구조조정 과정에서 힘 있는 권한과 책임을 갖지 않는 만큼 허울뿐인 조직이 될 것이란 우려가 있다.
8일 금융당국과 채권단, 조선업계에 따르면 위원회는 산업은행·수출입은행을 비롯한 채권단이 빠진 독립기구로, 산은·수은은 위원들의 업무 수행을 지원하는 역할만 하게 된다.
회생의 기회를 잡은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관리·감독의 끈을 조이기 위한 위원회의 활동이 시작되지만, 위원회에 권한과 책임이 주어지지 않는다는 점이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허리띠를 더 졸라매 신규지원의 조건이었던 자구 노력을 철저하게 이행하고, 일감을 많이 따와 회사를 작고 단단하게 만들어야 하는 대우조선해양의 정상화 작업에 깊이 관여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시각이 있다.
채권단 한 관계자는 “신규 자금이 생기면 대우조선해양의 자구 노력이 느슨해질 가능성이 있다”며 “얼마나 제대로 하고 있는지 등 경영정상화 추진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문제가 있다면 적기에 대응하기 위한 틀을 만들어 놓기 위해서는 위원회의 위상과 활동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위원들은 비상근으로 회의에 참석해 대우조선해양 관련 현안을 논의하는 수준에 머물 전망이다. 그 대가로 회의비 정도를 받으며 월급이나 활동비 역시 따로 받지 않아 본연의 역할에 충실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간 대우조선해양의 부실에는 해외플랜트 사업을 무분별하게 확장한 경영진의 문제도 있으나, 이를 방치한 사외이사와 대주주 산업은행의 책임도 크다는 지적이 상당했다.
정부는 글로벌 조선 경기 예측이 크게 빗나간 탓을 하고 있지만, 금융당국과 산업은행의 관리 감독 부실, 임직원의 도덕적 해이 등이 더 근본적 원인이라는 비판이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실제로 대우조선해양의 고재호, 남상태 전 사장은 분식회계로 손실을 감춘 혐의로 구속기소 돼 재판을 받았다. 이들은 부실 경영에도 퇴직금을 각각 20억원 가까이 챙겨 논란을 낳기도 했다.
여기에 조선업 구조조정에 따른 대우조선해양의 자구계획 이행률도 지난해 30%에 못미치고 있다는 평가다. 현대중공업(56%)이나 삼성중공업(40%)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대주주이기도 한 산업은행은 퇴직 임직원들을 낙하산으로 내려보내면서 관리 감독은 제대로 하지 않았다. 감사원은 지난해 6월 대우조선해양 부실이 산업은행의 소홀한 관리·감독과 대우조선의 부실 경영이 낳은 총제적 산물이라는 감사결과를 내놓은 바 있다.
이에 위원회 출범과 함께 책임을 지지 않고 대우조선해양 정상화의 고비를 잘 넘길 수는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간 빚어진 경영 부실이나 관리·감독 소홀의 원인을 철저히 규명해 엄중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동안 회사 임직원, 대표이사의 직무수행을 감시해야 할 이사나 감사도 분식회계를 묵인· 방조했을 수 있는데도 최고경영자(CEO)나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제외한 임직원들은 처벌받지 않고 여전히 근무하고 있어 위원회의 권한과 책임을 더욱 강화해야 할 것이란 목소리도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대우조선해양의 경우 불가피하게 연명 자금을 지원하더라도 그동안 빚어진 경영 부실이나 관리·감독 소홀의 원인을 철저히 규명해 엄중히 책임을 물어야 할 필요가 있는 상황”이라며 “위원회가 앞으로 위험 관리를 강화하고 도덕적 해이를 막는 기구로서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 의심의 눈길이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