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문상진 기자] 한복이 아닌 정장차림으로 국민을 향해 '엄지 척' 하는 영부인. 문재인 대통령의 '호남 특보'로 '유쾌한 정숙씨' '따뜻한 정숙씨'로 국민에게 다가선 선 격의없는 영부인.
4년 만에 청와대가 안주인을 맞았다. 문재인 대통령보다 한 살 어린, 7년의 연애 끝에 결혼에 골인한 김정숙 여사에 대한 소탈한 일면들이 화제다. 아울러 앞으로 5년간 대통령과 함께 대한민국의 소프트 외교를 이끌어 갈 영부인에 대한 기대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첫날 일정은 탈권위였다. 취임식 이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직접 인선을 발표하는 파격행보을 이어갔다. 제1호 업무지시로는 '일자리위원회 설치'였다. 환영 나온 시민들과 악수를 나누고 사진을 찍기도 했다. 덕분에 경호원들이 진땀을 흘렸다는 후문이다.
취임 첫날부터 관례와 격식을 깬 문 대통령처럼 김 여사도 역대 영부인과 다른 '내조 스타일'로 시선을 끌었다. 김정숙 여사는 10일 취임식을 마친 문재인 대통령과 국회를 떠나며 지지자들을 향해 활짝 웃으며 엄지를 추켜세웠다. 활짝 웃으며 두 손을 흔드는 모습은 어렵잖게 보아 온 모습이다.
남편의 지지를 호소하며 지역 구석구석을 누비며 구수한 유행가에 가락에 맞춰 춤추는 모습도 심심찮게 보여 왔다. 함께 밥을 먹고 때로는 등을 토닥이고 격한 포옹의 모습도 어색하지 않게 다가온 것은 진심이 어렸기 때문일 게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10일 오전 국회에서 취임식을 마치고 청와대로 이동하며 시민들에게 손을 들어 보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유쾌한 정숙씨'에서 시간이 갈수록 '따뜻한 정숙씨'로 불렸다. 지난 추석 이후 일주일에 한 번씩 1박2일로 호남의 구석구석을 누볐다. 호텔 대신 이불 보따리 싸고 마을회관에서 자는가 하면 허달재 의재미술관장이 운영하는 '춘설헌'에서 묵으며 주민들의 속내를 들었다. 자주 찿았던 대중목욕탕은 '동네 이야기'를 듣고 사랑방이었다.
버락 오바마의 내조에는 미셸 오바마가 있었고 중국 시진핑의 옆에는 펑리 위안이 있다. 펑리 위안 여사는 전국문학예술계연합회 부주석, 세계보건기구(WHO) 에이즈ㆍ결핵 예방치료 친선대사로 국내외에서 광폭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이전 중국 지도자 부인들과는 전혀 다른 펑 여사의 왕성한 대외활동은 국제사회에서 중국의 대외 이미지 제고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에 비해 트럼프 대통령의 부인 멜라니아 여사는 은둔형에 가깝다는 평이다. 공식적인 행사에 참여한 횟수도 손에 꼽을 정도이며 뉴욕에 남아 막내 아들을 보살피고 있다. 전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부인 미셸 여사의 활발한 대외활동과 비교할 경우 은둔 이미지가 더 두드러진다.
김정숙 여사는 기존의 '영부인 상'의 통념을 깼다. 대통령 곁을 가만히 지키는 것이 아니라 시민들과 거리낌없이 악수했고 양손을 흔들며 활짝 웃었다. '광화문 대통령'을 내건 문 대통령이 격식과 권위를 내려놓은 것처럼 김 여사도 '친근한 퍼스트레이디'로서 면모를 보였다.
4년만에 안주인을 맞은 청와대의 제2부속실도 제 기능을 회복할 것으로 보인다. 제2부속실은 역대 영부인 보좌에 핵심적인 역할을 맡았지만 비선 실세 논란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 재임 당시 폐지됐다. 제2부속실은 박정희 전 대통령 부인 육영수 여사 때는 민심을 듣는 창구로 중요한 역할을 했다.
국민과 소통하는 '유쾌한 정숙씨' '따뜻한 정숙씨'에서 이제는 국제무대에서 대한민국의 국격을 높이고 소프트 외교를 이끌어 갈 주인공이 됐다. 유쾌하고 따뜻함 속에 감춰진 강단 있는 결기와 소통이 국제무대에 바이러스처럼 퍼져나가길 기대해 본다.
[미디어펜=문상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