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되던 새 정부의 외교안보 문제에 상대적 안정감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6월 말 한미정상회담 개최 소식 때문이다. 회담에서는 한미동맹을 재확인하고 북핵을 최우선 이슈로 올리는 것으로 전해졌는데, 내용도 좋다. 양국 정상이 북핵의 완전폐기를 위해 제재-대화를 포함한 '모든 수단'을 동원한다는데 인식을 함께 한다는 점이다.
이 소식을 확인해준 청와대의 16일 발표로 새 정부에 쏠리던 의구심 하나가 지워지길 기대하는데, 발표 다음날인 17일 문재인 대통령이 국방부를 방문한 것도 훌륭한 결정이었다. 그 자리에서 북한을 적이라고 규정하고 도발 땐 강력 응징을 경고한 것도 굿 뉴스가 분명하다.
후보 시절과 달라진 군 통수권자의 모습에 국민들은 안도감을 품고 있다. 그렇다고 놀란 가슴이 모두 가라앉은 건 아니고, 상황 종료된 것도 아니다. 취임 직후 이뤄진 외교안보-대북 라인의 개운치 않은 인사의 여진 때문이다. 신임 국정원장에 서훈 전 국정원 3차장을 내정한 점, 남북평화협정 옹호론자인 문정인 연세대 교수를 국가안보실장에 앉힌다는 끈질긴 소문 등이 그것이다.
서훈 국정원장, 문정인 국가안보실장?
서훈-문정인, 둘 모두가 걱정스럽다. 서훈의 경우 20년 가까운 대북정보통인데, 발표 당일인 지난 주 그는 문제 있는 발언까지 했다. 남북정상회담과 관련해 "조건이 성숙하면 (내가) 평양에 갈 수 있다"고 했다. 그것부터 큰 잘못이라서 일부 언론이 좋은 지적을 했다.
중앙일보는 "북한과의 협상은 통일부 몫"(12일자 사설)이라고 지적했다. 그가 남북회담 준비를 위한 물밑 접촉에 나서는 순간 국정원의 대북정보가 왜곡될 수도 있다는 우려다. 다음날 조선일보 사설도 서훈에게 남북회담 일을 굳이 맡기려면 통일원 장관으로 자리를 바꿔 기용하라는 쓴소리를 했는데, 그걸 문재인 정부는 귀담아 들을 일이다.
두 신문은 거기까지 언급했지만, 더 중요한 건 서훈의 '과거'다. 세상이 알 듯 서훈은 제2의 임동원이다. 임동원이 누구던가? 햇볕정책의 전도사라는 그는 김대중 정부의 외교안보수석-국정원장-통일원장관-외교안보특보 등 대북 안보라인 보직을 석권했던 인물이다. 2000년 6.15 회담도 그의 작품이며, 특검을 받았던 대북송금도 당연히 그의 손을 거쳤다.
그리고 임동원의 임명 자체가 남북한 교감 속에 이뤄졌다는 걸 아는 이는 다 안다. 김대중 정부 초기 "남북관계가 잘 풀리려면 임동원 같은 사람이 책임있는 자리에 나서야 한다"는 북한의 공개-비공개 압박이 있었고, 김대중 정부가 그 신호를 덜컥 받아들였다는 게 정설이다.
우려되던 문재인(사진 왼쪽) 새 정부의 외교안보 문제에 상대적 안정감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6월 말 문재인·트럼프 대통령(사진 오른쪽)의 한미정상회담 개최 소식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후보 시절에 평화타령을 일부 늘어놓았던 걸 우리는 기억한다. 한미정상회담이 이런 우려를 모두 날리고 문재인 정부의 건실한 외교안보관을 재확인해주길 새삼 기대한다. /사진=연합뉴스
그런데 개운치 않은 임동원을 연상시키는 서훈이 왜 지금 다시 등장하는가? 그는 임동원의 손발이었다. 당시 북한에 2년 간 체재했을 정도다. 그런 서훈을 국정원장에 기용하고, 문재인-김정은 정상회담에 써먹는다? 서훈 후보자와 관련된 이런 의구심을 인사청문회 때 국회가 모두 밝혀주길 바랄 뿐이고, 그에 앞서 서훈 내정을 문재인 정부가 재고하길 바란다.
우려는 문재인 정부가 서훈을 통해 1~2년 내 남북정상회담 조기개최를 추진하는 시나리오다. 그런 섣부른 행보는 최악의 남남 갈등을 부르고 한미동맹을 깬다는 걸 경고해둔다. 트럼프 행정부와의 마칠 속에 양국관계 파국도 부를 수 있는 일이다. 실은 더 찜찜한 건 문정인이다.
대표적인 대북 유화론자인 그야말로 김대중 햇볕정책의 숨은 주역이다. 그래서 "김대중 노벨평화상 드라마의 남우조연상 감"으로 지목되기도 한다. 그가 노무현 정부 시절 초대 국정원장 후보로 검토됐다는 것도 우연이 아니다. 그래서 걱정은 여전하다. 새 정부의 외교안보-대북정책은 과연 어느 쪽일까가 여전히 안개속이다.
외교안보만큼은 노무현 반대로가 맞다
즉 문정인-서훈 인사에 대통령의 뜻이 실려 있는 것인지, 새 정부가 전통적 한미동맹에 충실할 지는 누구도 선뜻 장담 못한다. 이념으로 보나 통치철학으로 보나 문재인 정부는 노무현 2기일 가능성이 높은데, 다른 건 몰라도 외교안보-대북정책만은 노무현 노선대로만 한다면 명백한 실패의 길이라는 걸 재삼 귀띔해드리려 한다.
일테면 노무현은 "반미면 어떠냐? 남북관계만 잘 되면 다른 건 깽판을 쳐도 괜찮다"는 악명 높은 발언으로 유명하다. 문재인 대통령도 후보 시절 당선되면, 워싱턴에 앞서 평양에 먼저 갈 수도 있다는 말을 했는데, 노무현-문재인 둘 사이 외교안보관의 공감대가 그만큼 크다.
다만 그런 공감대가 기만적 평화주의에 대한 인식 공유 같은 게 결코 아니길 나는 바란다. 노무현은 2006년 말 민주평통에서 "전쟁에서 이기는 것도 안보의 목적이고, 평화를 지키는 것도 안보의 목적"이라고 말했다. 그건 좌익들이 떠들어대는'가짜 평화론'을 반복한 것인데, 지금 생각해보면 군 통수권자로선 최악의 발언이었다.
문재인 대통령도 후보 시절에 평화타령을 일부 늘어놓았던 걸 우리는 기억한다. "가장 좋은 전쟁보다 가장 나쁜 평화에 가치를 부여한다"는 모호한 발언이 대표적이었다. 이제 그런 낡은 가치, 모호한 레토릭과의 결별이 대통령 문재인에게 요구되는 결정적 시점이 지금이다.
한미정상회담이 이런 우려를 모두 날리고 문재인 정부의 건실한 외교안보관을 재확인해주길 새삼 기대한다. 한반도 주변환경은 노무현 정부 당시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엄중하다는 점도 재확인해둔다. 후보 시절 선관위를 통해 보내준 공약집에 엄연히 '안보 대통령 문재인'이라고 쓰여있던 걸 우리는 기억한다. /조우석 주필
[조우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