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태우 기자]친노동조합 기저를 보이고 있는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올해 임금단체협약을 앞두고 있는 완성차 업체들이 긴장하고 있다.
올해도 대기업 노조의 임단협 문제가 난항을 걸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 노사는 지난 4월 첫 상견례를 시작으로 지난 18일 오후 6차 임단협을 진행했다. 앞서 지난 16일 5차 교섭에서도 협상을 진행했지만 아직 큰 성과는 없는 상태다.
문제는 현대차 노조가 올해 임금협상에서 지난해 임금인상폭의 두배에 가까운 요구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의 근로자 입지 강화 관련 공약을 염두에 둔 것으로 분석된다.
문 대통령은 후보 시절 노동시간 단축 및 하청근로자에 원청기업 책임 강화, 비정규직 차별 금지 등을 내용으로 한 노동공약을 제시했다. 이에 현대차 노조는 공식 지지를 선언하기도 했었다.
상세 임단협 요구안은 △기본급 15만4883원 인상 △전년도 순이익의 30% 성과급 지급 △주간연속2교대제 8+8시간 완성 △조합원 총고용 보장 △사회공헌기금 확대 및 사회공헌위원회 구성 △통상임금 확대 등을 제시한 상태다.
이에 현대차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지난해 실적 부진에 이어 올해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사드) 배치에 따른 중국 판매 감소 및 미국의 자국 보호무역주의 대두로 수익성 창출에 비상이 걸린 상태이기 때문이다.
또 내부적으론 R&D분야의 투자를 늘려야 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노조의 입장을 전적으로 수용하기엔 큰 부담일 것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윤갑한 현대차 대표는 5차 교섭에서 "비정규직문제 등의 해결을 주장한 문 대통령도 기업 부담을 감안해 비용문제보다는 고용안정에 무게를 두고 실천한다고 했다"며 "현대차 역시 비용경쟁력에 한계가 있고 경직된 노사관계는 향후 고용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 노조가 강경한 입장을 보이면서 관례상 기아차 임협도 험난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아차 노조도 기본급 15만원 인상 및 지난해 영업이익의 30% 성과급 지급, 통상임금 확대 적용 등 현대차 노조와 비슷한 제시안을 냈다.
김성락 기아차 노조지부장은 지난 11일 사측과의 첫 상견례 자리에서 "새 대통령이 당선됐고 일자리 및 비정규직문제 해소 등을 언급했다"며 "회사는 더 이상 비껴나지 말고 선제적 해결의지를 보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올해 국내 완성차 업계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사드) 배치에 따른 중국 판매 감소 및 미국의 자국 보호무역주의 대두로 수익성 창출에 비상이 걸린 상태다./ 사진=미디어펜
올해 임협만 진행하는 한국지엠은 상세 교섭 일정은 확정되지 않았다. 다만 지난달 확정된 노조 요구안에는 현대·기아차 노조 못지않은 강경한 내용이 다수 포함돼 있어 역시 쉽지 않은 교섭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지엠 노조는 △기본급 15만4883원 인상(정기 승급분 제외) △통상임금 500%에 해당하는 성과급 지급 △8+8 주간연속2교대제 및 월급제 시행 △사무직 신규인원 충원 △평일 시간외 수당 지급 △만 61세까지 정년 연장 △비정규직 처우 개선 △퇴직금 연금제 시행 등을 사측에 제시한 상태다.
한국지엠은 올 초 올 뉴 크루즈 등 신차 출시에도 지난달 내수는 전년 동월 대비 15.9% 줄어드는 등 실적 부진에 시달리고 있는 상태다. 이에 따라 지난 3월 사무직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하기도 했다.
지난해까지 무파업 임단협 타결을 이뤄낸 쌍용자동차와 르노삼성자동차의 경우 노조와의 관계가 비교적 원만한 편이다. 다만 문 대통령의 친노조정책으로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점은 다른 곳과 비슷하다.
실제로 르노삼성은 지난해 무파업 합의를 이끌어내긴 했지만 잠정합의안 투표가 두차례 부결되는 등 고비를 겪었던 바 있다.
쌍용차와 르노삼성 노사는 이르면 이달 중 상견례를 갖는다.
업계 관계자들은 "노동자입장에 서겠다는 정부의 기조가 귀족노조와 강성노조를 위한 무기가 되어서는 안된다"며 "노조가 정부입장을 방패삼아 정치싸움을 벌이는 것은 철저히 경계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미디어펜=김태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