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마트 서울양평점 1층 '어반포레스트' 공간, 이 곳을 이용하는 고객들을 찾아보기 어렵다./사진=미디어펜
[미디어펜=김영진 기자] 롯데마트 서울양평점이 오픈한지 1개월 가까이 됐지만 정착을 하지 못하고 있다. 방문 고객수도 현저히 떨어지며 서울양평점이 오픈한지도 모르는 고객들도 많았다. 일반적으로 매장이 오픈하면 일정 기간 정도 '오픈발'로 영업성과를 올린다. 하지만 서울양평점은 이런 '오픈발'도 통하지 않았던 것이다.
지난 20일 오전 11시쯤 서울 영등포에 위치한 롯데마트 서울양평점을 방문했다. 지상 3층부터 8층까지 주차장이었지만 3층과 4층에만 차량들이 주차돼 있었고 5층부터는 주차장이 텅텅 비어 있었다.
바로 한 건물만 지나면 있는 코스트코 양평점과 매우 대조적이었다. 코스트코 양평점은 이른 아침부터 주차장에 들어가려는 차들이 길게 줄서 있었고 매장 내에도 카트를 끌고 들어가는 고객들이 줄을 이었다.
롯데마트 서울양평점 오픈 이후, 코스트코로 가는 고객들을 어느 정도 가져올 것이라는 기대가 컸지만 결과는 전혀 그렇지 못했다. 코스트코에서 쇼핑을 하는 한 고객에게 이 주변에 롯데마트가 오픈한 걸 아는지 물었다. 대답은 "모른다"였다.
롯데마트 서울양평점 오픈 아냐는 질문에 "모른다"
롯데마트 서울양평점은 롯데마트에서 나름 의미를 지니는 매장이다. 롯데마트가 서울 지역 내 매장면적 약 3000평 이상의 단독 매장을 낸 것은 2005년 구로점 오픈 이후 처음이다.
또 서울양평점 반경 3km 안팎에는 이마트, 홈플러스, 코스트코 등 10여개의 대형마트가 치열하게 경쟁을 펼치는 곳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에 롯데마트는 서울양평점의 컨셉을 가격이 아닌 '힐링', '휴식' 등으로 잡고 1층 공간 전체를 고객 휴게 공간으로 꾸몄다. 하지만 이런 롯데마트의 의도와는 달리 1층 공간에서는 가족단위 방문 고객들이 잠시 앉아 지하 식품매장에서 구매한 포장 음식들을 먹고 가는 모습을 보일 뿐이었다.
롯데마트 서울양평점 주차장 입구. 5분 정도 대기하며 올라가는 차량을 기다렸지만 1~2대 올라가는게 전부였다./사진=미디어펜
코스트코 양평점 주차장 입구에 들어가려는 차량들이 길게 줄서 있다./사진=미디어펜
1층에는 홍석천이 운영하는 '마이타이', 인도음식점 '강가', 커피전문점 '폴바셋' 등 소위 핫하다는 맛집들을 유치했지만, 고객들이 줄서기는커녕 빈 좌석들이 다수 보였다. 특히 '마이타이'가 가장 심해 보였다. 그나마 고객들이 줄을 서는 곳은 삐에로 분장을 한 사람이 풍선을 만들어주는 이벤트 공간이었다.
지하 2층 식품매장 상황은 더욱 심각했다. 롯데마트는 서울양평점 오픈 기념으로 치킨 한통을 5000원에 판매하는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었지만, 고객들 반응은 크지 않았다.
롯데마트가 지난달 창립 19년을 맞아 치킨 한통을 5000원에 판매할 당시와 매우 대조적이었다. 그때 서울역점에 두 번이나 방문했지만 구매하지 못한 기억을 생각하면 서울양평점에 얼마나 고객들이 적게 방문하는지 짐작할 수 있다.
5000원 치킨도 판매 잘 안돼...매진된 '필라이트'도 쌓여있어
또 하이트진로가 완판 됐다고 보도자료까지 냈던 '필라이트'도 서울양평점에는 쌓여 있었다. 하이트진로 측은 "대다수 매장들에 필라이트가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만큼 서울양평점을 방문한 고객들이 많지 않다는 점을 보여준다.
롯데마트가 서울양평점 오픈 기념으로 치킨 한통에 5000원에 판매하고 있지만 고객들이 큰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사진=미디어펜
롯데마트가 서울양평점 오픈 당시 자랑했던 '스테이크 스테이션' 역시 주말 오전이어서 그런지 한산한 분위기였다. 롯데마트 측은 오후와 저녁 시간대에 이 곳을 찾는 고객들이 지속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또 롯데마트가 오픈 당시 자랑했던 지하 2층 '디지털 사이니지'도 가끔 광고가 방송되고 있었다. 롯데마트는 오픈 당시 "대형마트라면 판매할 물건들이 있어야 할 자리에 '디지털 사이니지'가 배치됐으며, 또한 광고 등의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도심 속 휴식공간을 지향하는 매장의 콘셉트에 맞췄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오픈 한지 1개월도 되지 않아 당초 의도와 달리 매장이 운영되고 있는 것이다.
롯데마트 서울양평점이 예상보다 부진한 성과를 내는 원인을 단적으로 찾기는 쉽지 않다. 다만 롯데마트가 약 12년 만에 서울에 단독 매장을 냈다는 것은 그만큼 서울의 대형마트 공급이 충분하다는 점일 수 있다. 또 그 주변에 10여개의 대형마트가 있다는 것도 굳이 롯데마트가 이 곳에 신규 매장을 오픈할 이유가 없었다는 점으로도 해석가능하다.
또 롯데마트가 새롭게 선보였다는 매장 컨셉도 미국의 '홀푸드마켓'과 '미트패킹' 등을 벤치마킹한 것처럼 보여 신선함을 떨어뜨린다. PB HMR브랜드 '요리하다' 디자인은 아마존 로고와 유사하고 PB의류브랜드 '테' 로고는 일본 브랜드 '무인양품'과 유사하다. 이런 독창성 부족이 롯데마트 서울양평점에 고객들이 찾지 않는 원인은 아닐지 모른다.
롯데마트 서울양평점 계산대. 계산을 기다리는 고객들의 줄을 찾아보기 어렵다./사진=미디어펜
[미디어펜=김영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