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코스피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대형 증권사들이 호실적을 내고 있음에도 인력 조정 ‘칼바람’을 피해가기는 힘든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이 때문에 정작 업계 분위기는 좋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증권사들 중심으로 인력조정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금융당국 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1~3월) 증권사 임직원 수는 총 3만 2934명을 기록했다. 이는 3만 6235명을 기록한 전년 동기 대비 3301명(9.1%) 감소한 수치다.
1년 만에 약 10% 가까운 인력이 줄어든 데에는 업계의 인력조정 여파가 컸다. 업계 선두권인 KB증권의 경우 현대증권과의 합병을 앞두고 작년 말 희망퇴직을 실시해 조직 크기를 줄였다. 결과적으로 KB증권 임직원은 지난해 말 2733명을 기록해 2909명이었던 1년 전보다 176명이나 줄어들었다.
역시 미래에셋증권과 대우증권의 합병으로 탄생한 미래에셋대우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조직 크기가 줄어들고 있다. 공식적인 구조조정이 없음에도 자연적으로 인력 감소가 진행돼 작년 1분기 4873명이었던 임직원 숫자는 올해 1분기 4778명까지 감소했다.
2015년 직원 160명을 내보낸 하이투자증권은 오늘까지 만 10년 이상 근무, 과장급 이상 정규직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접수 받는다. 현대미포조선이 금융 자회사인 하이투자증권 매각을 서두르고 있는 상황이라 조직 슬림화에도 더욱 탄력이 붙은 형국이다.
대형사와 중소형 증권사를 막론하고 진행 중인 조직원 감소는 최근 들려온 ‘코스피 사상 최대치 경신’ ‘증권사 호실적’ 뉴스와는 대조적인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국내 증권사들은 4분기 만에 실적 회복세를 보이며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한국투자증권의 경우 1300억원이 넘는 순이익을 달성하며 업계 1위로 올라섰고, 미래에셋대우와 KB증권은 각각 1102억원, 1088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이밖에 NH투자증권 886억원, 메리츠종금증권 809억원, 키움증권 607억원, 삼성증권 558억원, 신한금융투자 460억원, 대신증권이 244억원 순서가 이어졌다. 특히 대형사들 중심으로 ‘어닝 서프라이즈’ 수준의 호실적이 기록된 셈이다.
실적은 호전되는데 인원은 줄어드는 대조적인 형국에 대해 일각에서는 ‘시대 변화에 따른 필연적 결과’라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 한 고위 관계자는 “최근 증권업계 주 수익모델은 영업점 브로커리지(위탁매매)에서 자본집약인 투자은행(IB)나 자기매매로 넘어가는 추세”라면서 “사람 숫자보다는 기술 중심으로 판도가 변모하는 분위기라 이변이 없는 한 인원 감소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