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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전대 앞두고 쇄신 여정…당권 교통정리 될까

2017-05-27 11:00 | 한기호 기자 | rlghdlfqjs@mediapen.com
[미디어펜=한기호 기자]10년 만에 야당으로 전락한 자유한국당이 차기 지도부 선출을 위한 7월3일 전당대회를 한달여 앞두고, 당 진로 모색을 위한 '쇄신 여정'을 예고하고 있다.

5·9 대선 직후부터 홍문종·유기준 등 구 친박계 중진 의원들, 정우택 원내대표 등과 '2위 후보' 홍준표 전 경남지사 간 당권을 놓고 신경전을 벌임에 따라 어수선해진 당내 분위기 수습에도 나설 것으로 보인다.

당권 도전이 점쳐지던 정우택 원내대표가 지난 22일 전대 불출마 의사를 밝힌 데 이어, 친박계와 홍준표 전 지사를 중심으로 한 반(反)친박이 대립하는 당권 구도가 정리될지도 이목을 끈다.

한국당은 우선 이달 30일 '제19대 대선 평가와 자유한국당이 나아갈 길'이라는 주제로 국회 도서관 대강당에서 토론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토론회에는 외부 전문가를 초청해 대선 기간 중 여론조사 흐름에 나타난 민심과 당에 대한 국민의 시각 등을 분석하는 한편 특히 당의 쇄신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당 관계자는 "당과 당원들에게 아주 뼈아픈 시간이 될 것이지만 어떤 질책과 패인도 진지하게 받아들일 것"이라며 "국정의 균형추 역할을 하는 실력있는 제1야당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취지를 밝혔다.

자유한국당은 대선 패배 요인 분석과 향후 당 진로, 정국 구상을 위한 토론회와 연찬회를 잇따라 개최할 예정이다. 5·9 대선 직후부터 유기준·홍문종(왼쪽에서 첫번째와 두번째) 등 구 친박계 중진 의원들, 정우택 원내대표(왼쪽에서 다섯번째) 등과 '2위 후보' 홍준표 전 경남지사 간 당권을 놓고 신경전을 벌임에 따라 어수선해진 당내 분위기 수습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사진=자유한국당 제공



한국당은 뒤이어 6월1~2일 충북 단양에서 당 소속 국회의원-원외당협위원장들이 참석하는 연찬회를 열고 본격적인 당 노선 정립에 나설 계획이다.

연찬회 첫날에는 자유주의 사상가이자 소설가인 복거일씨가 '보수의 미래 및 자유한국당 혁신 과제'를 주제로, 김능구 폴리뉴스 대표가 '문재인 정부의 향방과 제1야당의 역할'을 주제로 특강을 잇따라 연다.

다음 순서인 최연소 청년 비례대표 신보라 의원이 사회를 맡는 '청년 쓴소리 코너'에서는 각계 청년 대표가 20·30·40대로부터 최저수준의 지지를 받은 한국당에 가감없는 비판과 조언을 할 것으로 보인다. 3가지 행사 모두 당에 부족한 이념 정체성, 제1야당으로서의 대여 전투력, 청년층의 지지를 보강하기 위한 시도로 풀이된다.

이 중 특히 복거일씨는 최근 한 경제지에 기고한 칼럼에서 "대선 패배 후 '티파티'로 생기 찾은 미국 공화당처럼 자유민주·시장경제에 의한 풀뿌리 운동을 시작해야 한다"면서, 홍준표 전 지사를 '난세가 부르는 인물'로 지목한 바 있어 눈길을 끈다.

그는 칼럼에서 1941년 일제의 진주만 공습 당시 미 해군이 '매우 뛰어났으나 성격이 거칠었고 화를 잘 내서 적이 많았'던 어니스트 킹 제독을 태평양 함대 사령관으로 임명했고, 이에 킹이 "어려운 처지에 빠지면 사람들은 개차반들을 부른다"고 반응한 사례를 들었다. "난세는 거친 사람들을 부른다. 남이 겁내는 일을 태연히 실행할 수 있는 사람들이 필요하다"면서 사실상 홍 전 지사를 새로운 보수 지도자로 거론했다.

홍 전 지사도 미국에 머물면서 '페이스북 정치'를 통해 신보수주의 정립과 강력한 제1야당으로의 재탄생을 지속적으로 당에 주문하고, 이를 위해 4일 귀국 후 정치적 역할을 하겠다고 예고한 만큼 복씨의 강연이 홍 전 지사의 당권에 힘을 실어줄 가능성이 크다.

친박 중진인 홍문종·유기준 의원 등은 대선 패배 이후 24% 득표 2위 후보라는 성적을 낸 홍 전 지사의 거친 언행을 대선 패배 요인으로 지목하면서 자숙을 요구, 압박한 바 있다.

그러나 이들은 홍 전 지사로부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 때 숨어들어갔다가 당권을 노려 나타났다는 취지의 '바퀴벌레 친박'이라는 독설을 돌려받았다. 나아가 정진석 전 원내대표가 공개석상에서 '육모방망이 발언'으로 엄포를 놓는 등 홍 전 지사의 호위무사를 자처하면서 일견 힘싸움에서 밀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자유한국당 제19대 대통령후보를 지낸 홍준표 전 경남지사(가운데)는 지난 12일 미국으로 출국한 뒤 페이스북을 통해 근황을 전하고 있다./사진=홍준표 전 지사 페이스북


물밑에서도 서청원·최경환·윤상현 의원 등 '친박 실세' 그룹이 대선 국면 때부터 홍 전 지사 지원에 부심했다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전대를 치르더라도 전임 이정현 지도부를 선출할 때 드러났던 '범친박 표 결집'이 예전같지 않을 전망이다.

유 의원이 앞장서서 당의 현행 '단일지도체제'를 집단지도체제로 회귀하자는 주장을 내놓은 것도 힘을 잃어가는 모양새다. 지난 23일 당내 초선 의원 40여명이 "강력 반대" 성명을 냈고, 같은날 홍 전 지사는 "당 쇄신을 막고 구체제 부활을 노리는 음모에 불과하다. 국민과 당원들이 용서치 않을 것"이라고 압박했다.

정진석 전 원내대표도 전날(26일) BBS라디오 인터뷰에서 "다수 계파에 유리한 것으로 가자, 과거로 회귀하자는 것으로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가세했다.

이밖에 김황식 전 국무총리, 원유철·나경원·한선교 의원, 김태호 전 최고위원 등이 당대표 출마 후보군으로 거론돼왔지만 이들은 아직 당권 도전을 위한 선명한 메시지를 던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이 중 김황식 전 총리는 26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당권 도전 여부에 대해 "나는 정치에 관심없는 사람"이라고 선을 그어뒀다. 정 전 원내대표는 "제가 그럴 만한 리더십이 준비가 돼 있는지 고민해 보겠다"고 여지를 남겼지만, 홍 전 지사의 대항마로 나서려는 게 아니라는 관측이 많다.

한국당이 토론회와 연찬회를 거쳐 이념정체성이 확고한 제1야당으로 거듭나자는 총의를 모으고, 앞으로 뚜렷한 '홍준표 대항마'가 나타나지 않을 경우 일각에서 거론돼온 '홍준표 추대론'이 현실화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분석이다.

[미디어펜=한기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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