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한기호 기자]문재인 대통령이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골자로 한 일자리 정책을 공개 비판한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에 직접 "사회적 양극화를 만든 주요 당사자로서 책임감을 느끼라"고 유감을 표명한 데 대해, 여야에서 엇갈린 반응을 내놨다.
자유한국당과 국민의당, 바른정당 등은 각각 "기업 길들이기", "국가경쟁력 상승에 도움되지 않는다, "몰아붙이기"라는 어휘를 써가며 비판을 가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현재의 비정상적인 고용 상황을 정상화하려는 의지가 담긴 것"이라고 방어전에 나섰다.
김명연 한국당 수석대변인은 27일 구두논평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경총 비판에 대해 "벌써 문 대통령식 '기업 길들이기'가 시작된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며 "정부정책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밝힌 인사에 대해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하는 강압적 분위기 속에서 과연 청와대 보좌진들이 이견을 제시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비정규직 문제 해법에 대해서도 "사회적 합의를 통해 섬세하게 접근해야 한다"면서 "정부가 무작정 일방의 편을 들어서는 해결할 수 없으며, (정규직 전환 압박은) 경영 자율권을 침해하는 부당한 권력 행사로 비칠 수 있다"고 말했다.
오신환 바른정당 대변인도 이날 구두논평을 통해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은 옳은 방향이지만 몰아붙여선 안 된다"면서 "문 대통령은 최근 '속도전으로 하지 않으면 안 된다'며 무조건 밀어붙이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런 방식은 시장환경, 기업의 여건을 살피지 않은 것"이라며 특히 "경총에서 '사회 각계의 정규직 전환 요구로 기업들이 매우 힘든 지경'이라고 한 것은 정부정책을 비판한다기보다는 기업의 형편을 살펴달라는 생존 요구"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규직 전환은 기업의 참여와 국민의 적극적인 성원이 함께 병행되어야 한다는 점을 문 대통령은 유념해달라"고 당부했다.
김유정 국민의당 대변인은 전날 논평에서 "문 대통령은 25일 첫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참모들에게 '대통령 지시에 대해 이견을 제시하는 건 의무'라고까지 했는데 경영자들의 정부 비판에 대해서는 일방적으로 몰아붙여도 되는 것인가"라며 "이런 모습이야 말로 문 대통령이 청산하고자 했던 적폐가 아니었나"라고 반문했다.
김 대변인은 "노조에 대한 비판이 국가경쟁력 상승에 도움되지 않는 것처럼 경총에 대한 일방적 유감표명도 일자리 문제 해결의 지름길은 아니다"며 "정부와 경총, 노조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논의하는 숙의 거버넌스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주문했다.
이같은 야권의 합동 공세에 민주당은 문 대통령의 행보를 '비정상의 정상화'로 평가하며 방어전에 나섰다.
강훈식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구두논평에서 "(경총 비판은) 비정상을 정상화하겠다는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가 담긴 것"이라며 "이런 노력에 경총도 기득권 구조를 지키기 위해 버티지 말고 흔쾌히 동참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이는 보수 야당이 비판하는 것처럼 '기업 길들이기'가 아니라 심각한 일자리 문제를 정상화하겠다는 의지"라고 거듭 강조했다.
[미디어펜=한기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