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소공동의 롯데백화점 본점 전경./사진=미디어펜
[미디어펜=김영진 기자] 롯데백화점은 단연 국내 1위 백화점입니다. 수십 년 간 국내 유통업계의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해왔죠. 하지만 이런 롯데백화점이 언제까지 1위를 지킬 수 있을지 불안한 마음이 드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백화점의 미래가 어둡다', '곧 폐점할 백화점 점포 생겨날 거다' 등 여러 암울한 얘기들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그 본격 시발점이 롯데백화점이 아닐까 조심스레 점쳐봅니다.
롯데백화점은 1979년 서울 소공동 1번지에 본점을 오픈하고 본격 백화점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당시만 하더라도 롯데백화점 본점은 너무나 화려해 고객들이 입장할 때 신발을 벗고 들어갔다는 에피소드가 아직까지 회자되기도 합니다.
당시 롯데백화점 본점의 화려함과 교통 편의성은 타의 추종을 불허했죠. 어릴 적 롯데백화점 본점에 들렀다 신세계백화점 본점을 갔을 때, 신세계의 그 초라함은 아직도 생생한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또 부산에 롯데백화점이 진출하면서 태화·미화당·유나백화점 등이 문을 닫는 것을 보고 롯데의 힘을 실감 했었죠. 부산시청 자리에 롯데백화점이 들어선다며 영도대교에서 장사하던 그 많던 한약 유통 상인들이 반강제적으로 끌려 나가던 모습도 생생합니다.
롯데백화점은 일본의 미쓰코시백화점 등을 벤치마킹해 지하철역과 연계해 주로 출점했고 다점포 전략으로 그야말로 '유통 공룡'으로 성장했습니다.
특히 롯데백화점 본점과 잠실점의 입지는 어느 누구도 이견이 없는 최고의 '백화점 명당'입니다.
이런 '유통 공룡' 롯데백화점을 불안하게 보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물론 온라인과 모바일, 해외직구 등 쇼핑 채널이 다양해졌고, 유통 관련법과 규제가 백화점 및 대형 유통업체 전체의 성장을 막고 있는 원인으로 꼽힙니다.
하지만 좀 더 고객 입장에서 감성적으로 롯데백화점을 봤을 때는 '섬세함의 결여'가 오늘의 위기를 불러온 것이 아닌가 조심스럽게 진단해 봅니다.
호텔에 투숙할 때 느끼는 거지만 고객들은 큰 걸로 감동받지 않습니다. 직원들의 따뜻한 미소와 친절, 정성스레 쓴 손 편지 등을 보고 감동을 받을 때가 많습니다. 호텔과 마찬가지로 백화점 역시 대단히 섬세하고 여성적인 업종입니다.
롯데백화점은 이런 섬세함이 결여돼 있지 않나 감히 지적해 봅니다. 이런 '섬세함의 결여'는 롯데마트나 세븐일레븐, 롯데몰 등 롯데 유통 계열사들에서도 비슷하게 느끼는 점입니다.
마네킹처럼 안내하는 직원들의 포즈, 변치 않는 붉은색의 유니폼, 고객을 생각하고 주차장을 만들었나 싶을 정도로 복잡한 주차장 등 롯데백화점을 갈 때마다 느끼는 점입니다. 에비뉴엘 명동 발렛파킹 하는 곳을 일반 사람들도 지나가게 해놨는데 과연 프라이빗하게 쇼핑하는 고객들이 그런 걸 좋아할까요.
반면 현대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의 경우는 어떨까요. 해당 백화점들은 주차 요원들의 복장 디자인도 시기와 계절에 따라 바꿉니다. 여름에는 시원한 하와이풍의 셔츠를 입기도 하고 겨울에는 따뜻해 보이는 코트를 입기도 합니다. 매년 디자인이 바뀔 때도 있습니다. 널찍한 주차장에 내려가며 직원들을 보는 것이 즐겁고, 여기서 주차 요원하면 저런 옷 입을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디자인도 매우 세련됐습니다.
이에 롯데백화점 측은 '돈만 쓰면 되는 거 아니냐', '점포가 너무 많아서 모두 섬세하게 관리가 안 될 수 있다', '시장통 같은 백화점을 좋아하는 고객들도 많다'라고 변론을 할 수 있습니다.
롯데백화점이 업계 1위가 된 것은 신격호 총괄회장이 일본에서 보고 배워온 부동산을 보는 탁월한 안목과 다점포 전략 때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절대 서비스가 뛰어나거나 고급스럽거나 엠디 능력이 뛰어나서가 아닙니다. 향후 롯데백화점은 규모면에서는 1위를 고수 하겠지만 그 위상은 상당히 떨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일본의 미쓰코시는 이세탄에 인수된 이후에도 폐점 점포가 늘어나고 있고 미국의 메이시스도 올해 100개 점포 폐점을 밝힌 것처럼 롯데백화점도 이들의 전철을 그대로 밟는 건 아닌지 불안해 보입니다.
물론 롯데백화점의 쇼핑환경을 선호하는 고객들도 많고 어디가 좋다 안좋다를 주관적으로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다만 고객들은 수준이 점점 높아지고 더 높은 가치를 제공받기 원하는데 롯데백화점은 이런 욕구를 받아주기에 부족한 건 분명해 보입니다.
롯데백화점은 그간 옴니채널과 4차 산업 혁명 등을 내세우며 체질 변화를 모색했습니다. 하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섬세함'을 갖추는 노력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고객이 오지 않고 이익이 떨어지는 원인을 쇼핑환경 변화나 경쟁 심화로만 볼게 아닌 것 같습니다.
[미디어펜=김영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