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한진 기자]짝사랑의 성공확률은 얼마나 될까. 2015년 국내의 한 결혼정보업체가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짝사랑이 실제 사랑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33.9%다. 한 쪽만의 일방적 구애가 장밋빛 결과로 이어지기 쉽지 않다는 의미다.
문재인 정부의 기업관련 정책은 짝사랑과 닮아 있는 것처럼 보인다. 후보 시절부터 ‘민주경제화’와 ‘재벌개혁’을 강조한 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 입성 후 진보경제학자의 중용 등 파격 인사를 단행하며 경제 정책의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
문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소통을 강조했다. 시장에 들러 국민들의 목소리를 듣고 광화문 광장에서 국민 대토론회를 개최하겠다고 했다. 현장에서 살아 있는 의견을 듣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새 정부와 기업들의 소통은 한쪽으로만 흐르는 모양새다. 최근 한국경영자총연합회 부회장의 발언을 두고 정부는 집중 포화를 퍼부었다. “사회 각계의 정규직 전환 요구로 기업들이 매우 힘든 지경이다. 특히 중소기업은 생존 자체가 위협받고 있다”는 말에 대통령 인수위원회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위원장은 물론, 대통령까지 불편한 심기를 숨기지 않았다.
경총의 주장이 성급했다는 의견도 나오지만 재계는 화들짝 놀란 모습이다. “새 정부가 기업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갖고 있는 줄은 알았지만 이렇게까지 공격적으로 나올 줄은 몰랐다”는 반응이다.
앞으로 재계는 자신들의 목소리를 더 힘들게 됐다. 정부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서 미운털이 박힐 짓을 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어쩌면 몸을 바짝 낮추고 5년을 기다릴 지도 모른다.
최근 글로벌 경제 환경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변화의 폭도 어느 때보다 크다는 것이 전문가들이 공통된 견해다. 중소기업의 역량을 강화하고 스타트업을 활성하겠다는 새 정부의 말은 맞다.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균형 발전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대기업 중심의 경제 구조는 우리나라의 현실이다. 대규모 투자, 양질의 일자리 창출 등에서 대기업들의 역할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급진적인 개혁 보다는 시간을 두고 속도조절을 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리더의 방향성 제시는 결과를 180도 바꿀 수 있다. 최근 좋은 경기력을 선보이고 있는 20세 이하(U-20) 축구 대표팀은 지난해 하반기까지만 해도 ‘위기론’을 달고 다녔다. 개최국 자격으로 국제축구연맹(FIFA) U-20월드컵 출전권을 확보했으나 아시아지역 예선 조별리그에서 탈락하는 등 위기감이 팽배했다.
지난해 11월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신태용 감독은 빠르게 팀을 수습했다. 과거 지도자들과는 다른 모습으로 팀을 추슬렀다. 선수들에게 ‘상명하복’을 강조하는 대신 개성과 자율성을 최대한 부여했다. 대표팀은 반년 만에 환골탈태 했다. 아시아에서 동네북 신세였던 대표팀은 이번 월드컵에서 기니와 아르헨티나를 연파하며 16강에 안착했다.
신태용 U-20 축구 대표팀 감독 /사진=연합뉴스
이 과정에서 선수들도 크게 성장했다. 신 감독은 개성이 강해 통제하기 어려울 것이라던 이승우, 체력이 문제점으로 지적됐던 백승호 ‘바를셀로나 듀오’ 의 경기력을 극대화 시켰다. 최전방의 조영욱과 골키퍼 송범근 등 이름이 잘 알려지지 않았던 선수들도 한국 축구의 미래로 주목받고 있다.
리더와의 끊임없는 소통을 통해 목표와 책임의식이 확고해진 선수들은 그라운드에서 몸을 던지며 새로운 역사를 준비하고 있다. 자율과 개성, 그리고 책임감이 ‘원 팀’으로 묶여 폭발적인 시너지를 내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신 감독은 경기마다 맞춤형 전술을 들고 나오고 있다. 정해진 ‘프레임’이 아니라 상황에 맞춰 다른 대응전략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청와대 입성 후 거침없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파격인사는 물론, 기존 대통령들과는 다른 격 없는 행동으로 80% 이상의 국정지지를 얻고 있다. 하지만 기업들과의 관계에서는 일단 벽을 세우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미 정해 놓은 길이 있으니 따라만 오라는 분위기기가 감지된다.
최근 끊임없이 회자되는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등은 우리의 미래를 바꿀 수 있는 패러다임이다. 여기서 기회를 찾지 못하면 미래에는 ‘IT 코리아’란 말이 사라질지도 모른다. 정부와 기업 모두의 노력이 절실한 상황이다.
기업들의 생각은 과거와 많이 달라졌다. ‘최순실 사태’ 이후 ‘정부에만 잘 보이면 되다’는 낡은 프레임을 걷어내고 있다.
새 정부는 ‘정부와 기업’ ‘기업과 정부’ 서로의 목소리가 잘 들릴 수 있도록 벽을 허물 필요가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기존 대표선수가 더 큰 힘을 내고, 새 얼굴이 재능을 꽃피울 수 있는 정책적 뒷받침을 하는 것도 정부와 리더의 몫이다. ‘답정너(답은 정해져있고 넌 대답만 하면 돼)’가 아닌 ‘소통과 협업’을 통한 시너지 창출이 절실한 시점이다.
[미디어펜=조한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