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홍샛별 기자]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에 대한 '뇌물공여' 혐의로 구속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공판이 7일로 두달을 맞았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7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4월 7일 시작된 이 부회장의 공판은 60여일 동안 24차례 열리는 등 강행군을 이어 왔다. 2.5일에 한번 꼴로 재판이 진행된 셈이다. 이제 막 반환점을 돈 재판은 '세기의 재판'이라던 초반의 칭호가 무색할 정도다.
1심 선고가 오는 8월 말께 내려질 것으로 점쳐지지만 '증거가 차고 넘친다'던 특검은 레이스 중반부가 지나도록 혐의를 입증할 명확한 증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증인 신문 역시 더딘 걸음이다.
특히 추측을 기반으로 한 증인 유도 신문, 진술 강요로 인한 증인들의 진술 번복 등이 잇따르면서 특검의 '유죄' 주장은 힘을 잃는 모양새다. 이로 인해 1심 '무죄 판결‘의 가능성이 고개를 들고 있다.
최근 특검의 태도 역시 이를 증명한다. 특검은 재판이 진행될수록 힘을 잃고 본질에 벗어나는 행동도 서슴지 않고 있다.
지난 5일에는 이 부회장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던 김학현 전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에 대한 수사를 검찰에 의뢰하기까지 했다.
김 전 부위원장은 지난달 26일 열린 제19차 공판에서 특검측 증인으로 나와 "2015년 11월 김종중 삼성 미래전략실 사장을 만난 적도 없고, 그에게 공정위 회의 결과를 알려준 적도 없다"고 증언했다.
'김 전 부위원장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삼성 관계자와 청와대의 요청을 받고 삼성 측이 처분해야 할 주식 수를 줄여 줬다'는 특검측의 의견을 전면으로 부정한 셈이다.
특검은 관련 증거들을 면밀히 검토한 결과 김 전 부위원장이 위증을 했다고 판단,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는 입장이다.
이 같은 특검의 초강수에 법조계에서도 "특검이 수세에 몰리자 '무리수'를 두고 있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판결이 나오기도 전에 수사 기관이 증인을 위증 혐의로 수사 의뢰를 한다는 것 자체가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기 때문이다.
김 전 부위원장뿐 아니라 앞으로 나올 증인에게도 '무언의 압박'을 가하는 게 아니냐는 볼멘소리가 터져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7일 진행된 제24차 공판에서는 청와대 경제수석실 인민호 행정관과 금융위원회 김정주 사무관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인 행정관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따른 순환출자고리 해소와 관련해 청와대의 입장을 공정위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또 김 사무관은 삼성이 이 부회장의 경영 승계를 위해 삼성생명의 금융지주사 전환 작업을 추진했다는 의혹과 맞닿아 있다.
인 행정관은 이날 재판에서 지난 2015년 10월 공정위 실무진으로부터 삼성 물산 주식 1000만주를 처분해야 한다는 보고서를 받았다는 사실을 확인하며, 이를 최상목 경제금융비서관에게 보고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공정위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으로 인한 순환출자 고리 문제 해소 방안을 잠정 결정했을 때, 청와대에서 발표 시점을 미루라고 한 건 시장 충격을 줄이기 위한 조치"였다고 덧붙였다.
[미디어펜=홍샛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