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문재인 대통령이 사드 환경평가를 지시하면서 사실상 한반도에 사드가 도입되고 배치된 전 과정에 대한 재조사가 시작됐다. 환경평가에만 1년 이상 소요될 예정으로 여기에 보고누락에 대한 민정수석실 조사에 이어 사드 4기 추가 도입이 결정되고 진행된 전 과정에 대한 감사원의 감찰이 예고되면서 자연스럽게 사드 배치는 지연될 수밖에 없어졌다.
한마디로 ‘사드 지연’이 현실화된 것으로 대선후보 시절 사드 문제와 관련한 ‘전략적 모호성’이 집권 후에도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즉각 미국의 뉴욕타임스는 “베이징의 외교적 승리”라고 보도했다. NYT는 “환영영향평가를 이유로 사드 배치를 유예한 문재인 정부의 이번 조치는 백악관과 긴장을 야기할 것”이라면서 이 같은 결정을 내린 배경에 경제계의 요구가 있다고 분석했다.
한반도 사드 배치 이후 중국이 한국 단체관광 중단 등 경제 보복을 가했고, 경제계가 이 같은 충격에 노출되자 정부에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요구했다는 판단이다.
중국의 환구시보는 문 대통령의 사드 정책에 일부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면서도 사드 철수를 거듭 강조했다. “사드의 실질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한중관계의 고통이 사라지지 않을 것이며 이런 고통의 상당 부분은 한국 측이 책임지기 마련이다”라고 경고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오는 6월 말 첫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사드 환경평가 부분은 국방부와 청와대의 주장이 엇갈리면서 미스테리라는 지적도 나와 있다. 국방부는 롯데 부지였던 성주골프장을 사드 배치 지역으로 확정하면서 32만 평방미터를 미군에 공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청와대는 국방부가 책정한 면적이 사실과 다르다고 밝히면서 “사드부지가 70만 평방미터이기 때문에 평가에 시간이 1년 이상 걸리는 환경영향평가 대상에 해당한다”고 했다.
국방부가 당초 지난해 7월 13일 사드 배치지역으로 발표한 성주읍 성산리 성산포대의 경우 면적이 11만6500 평방미터에 불과했다. 당시 국방부는 성산포대의 경우 고도가 높아 사드레이더 전파 피해를 막기 위한 완충지역이 거의 필요없다고 했다.
하지만 평지인 성주골프장의 경우 완충지역이 필요하다고 밝혀왔고, 국방부가 이미 지난해 미군에 공여할 부지를 70만 평방미터로 계획했던 것으로 드러났다는 것이 현재 청와대의 입장이다.
이와 함께 청와대는 사드 4기 발사대 추가 도입과 관련해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조사 결과 발표 때 “감사원에서 도입 과정에 대한 감찰이 있을 것”이라고 밝혀 김관진 전 국가안보실장, 한민구 국방장관 등 박근혜 정부의 외교안보라인에 대한 조사가 진행될 것임을 시사했다.
이렇게 정부가 사드 배치와 관련해 모든 과정을 다시 밟기로 선언하면서 미국의 조야에서는 “한국 정부의 결정에 동의한다”면서도 “동맹의 결정이고, 철회될 일은 없을 것”이라는 견해를 드러내며 견제에 들어갔다.
최근 방한해 문 대통령과 만났던 딕 더빈(일리노이) 민주당 상원 원내총무는 “한국 정부의 조치를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날 상원 세출 소위의 육군예산 청문회에서 “사드는 명백히 한국 국민과 그곳에 있는 우리 군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며 “사드를 제외할지 말지에 관한 문제가 정치적 논쟁이 된다는 사실이 당혹스럽다”고 주장했다.
사드부지가 조성될 성주골프장이 있는 경북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 마을회관 앞에서는 7일에도 사드 반대 집회가 열리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런 상황에서 문 대통령의 첫 정상회담 상대가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으로 결정됐고, 한달을 채 남겨두지 않고 있다. 청와대는 지금까지 정상간 회담의 의제는 큰 주제로 결정되기 때문에 사드 문제 등은 실무자들이 협의할 사안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문 대통령을 만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사드 문제를 언급할 경우를 대비해 문 대통령은 이에 대한 답변을 사전에 준비해야 한다는 차원에서 청와대의 최종 사드에 대한 입장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결국 문 대통령은 후보자 시절 더불어민주당과 자신의 사드에 대한 반대 입장, 사드를 반대하는 성주 주민들의 입장을 염두에 둔 채 사드와 관련한 의혹들을 하나씩 들여다보는 것으로 시간벌기에 나선 모양새다.
이런 과정에서 문 대통령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파면 이후 사드의 추가 도입이 이뤄진 경위에 대해 세세히 들여다보면서 사드와 관련한 입장을 세울 명분을 찾아갈 수 있다. 동시에 그가 야당 대표가 아니라 대통령으로서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큰 숙제도 함께 안았다.
이미 청와대가 밝힌 입장처럼 문 대통령은 오는 한미정상회담에서 사드 문제에 대한 직접적이고 명확한 언급없이 ‘대한민국의 시간’으로 이 문제를 풀어나가려할지 모른다. 하지만 북한의 미사일 도발이 이어지는 와중에 이런 문 대통령의 전략은 미국과 중국, 양국의 오판을 낳을 수 있다는 점에서 여전히 과제를 남기고 있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