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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수, 청문회장 찾은 '5.18 사형선고' 배용주씨에 직접 사과

2017-06-08 17:25 | 한기호 기자 | rlghdlfqjs@mediapen.com
[미디어펜=한기호 기자]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가 8일 과거 군 법무관 시절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계기로 사형을 선고했던 버스기사에게 직접 사과했다.

광주고속 버스기사로 일했던 배용주씨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열린 김이수 후보자 임명 동의에 대한 인사청문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증인으로 출석해 김 후보자와 대면했다.

배씨는 건강상 이유로 청문회에 불참하려다가 오후 청문회를 찾았다. 김 후보자는 청문회장에 출석한 배씨에게 다가가 악수를 청하며 고개를 숙였다. 배씨는 "옛날 생각이 되살아나서 굉장히 괴롭다"고 짧게 소감을 밝혔다.
 
과거 배씨는 1980년 5월 20일 밤 9시께 시민군이 탄 버스를 몰고 경찰관 4명을 숨지게 한 혐의로 사형을 선고받았다. 1979년 군 법무관으로 입대한 김 후보자는 배씨에게 사형을 선고한 군사재판에 참여한 바 있다.
 
배씨는 사건 당일 시민군이 탄 버스를 운전하던 중 군경의 페퍼포그와 최루탄 발사로 정신을 잃었고 버스는 시동이 걸린 채로 군경 저지선으로 내달려 사상자를 냈다. 이 사고로 함평경찰서 소속 경찰 4명이 현장에서 숨졌고, 배씨는 사형을 선고받았다가 추후 특별재심을 통해 무죄를 선고받고 1982년 12월 대전교도소에서 석방됐다.

8일 국회에서 열린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임명동의에 대한 인사청문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한 (왼쪽부터) 김이수 후보자는 오후 중 증인으로 청문회장을 찾은 배용주씨에게 과거 군 법무관 시절 5·18 광주민주화운동 중 발생한 사상사고로 사형 선고를 내린 데 대해 사과했다./사진=국회방송 캡처



한편 김 후보자는 이 사건과 관련해 전날 인사청문회에서 "당시 4명의 경찰관이 돌아가셨고 그분들의 유족이 계신데 유족의 슬픔과 아픔을 참작하지 않을 수 없었다"며 "주어진 실정법이 가진 한계를 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이날 배씨의 출석에 앞서 이채익 자유한국당 의원은 "어제 후보자는 (청문회에서) 배용주씨라고 안 하고 계속 배용주라고 했지 않나"라며 "배용주라고 계속 얘기하는 걸 듣고 자식들이 밤새 잠 한숨 못 자고, 본인은 사죄가 됐다고 생각하나"라고 질타했다.

김 후보자는 "배용주라고 했을 수도 배용주씨라고 했을 수도…"라고 말을 흐리거나, "어제 충분히 (사죄의 뜻을) 말씀드렸다"고 답변했다.

이채익 의원은 "저는 사죄의 뜻을 발견하지 못했다. 국회에서 10분 거리에 계신 분인데 37년 동안 사과 한 마디 안 하고, 또 2012년도에도 '(무죄 판결) 재심 결정을 몰랐다. 그걸 보고 내가 마음의 결정을 하겠다'고 했는데 4~5년 지나서도 일체 사과 안 했지 않느냐"라며 "이번에 헌재소장으로 지명되지 않았으면 영원히 사과할 분이 아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나아가 "저는 젊은 시절 민주화운동을 했던 사람이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행동하는 양심'을 마음 깊이 생각하는 사람"이라며 "강압적 조치가 없었는데도 선량한 양민을 배씨 말고도 그 아녀자들, 여고생을 실정법 위반이라고 구속시켰지 않나. (실정법의 한계를 넘기 어려웠다는) 말과 행동이 같아야 하지 않느냐"고 몰아세웠다. 

그러나 이후 배씨가 직접 청문회장을 찾고, 김 후보자의 사과를 받아들이면서 논란은 일단락되는 모양새다. 배씨는 '청문회에 출석하지 말라는 회유와 협박을 받았느냐'는 백승주 한국당 의원의 물음에 "아니다"고 일축했지만, "솔직히 저는 마음이 괴롭다"고 여운을 남겼다.

[미디어펜=한기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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