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최주영 기자]국내 화학업계가 그동안 설비와 시공을 담당하는 건설·중공업의 전유물이던 수처리 사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 기후 변화와 환경 오염으로 물 부족이 계속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가정용 식수, 해수담수화 필터 분야를 선점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LG화학은 최근 글로벌 수처리 전문 기업이 이집트 엘갈라라와 포트 사이드에 건설하는 30만톤 규모 해수담수화 공장의 RO필터 단독 공급업체로 선정됐다고 밝혔다. 사진은 LG화학 연구원들 /사진=LG화학 제공
LG화학은 최근 글로벌 수처리 전문 기업이 이집트 엘갈라라(El Galalah)와 포트 사이드(Port Said)에 건설하는 30만톤 규모 해수담수화 공장의 RO필터 단독 공급업체로 선정됐다. 이는 하루 동안 약 100만명에게 담수를 공급할 수 있는 해수담수화 설비로 LG화학은 올 하반기부터 고객사에 제품을 공급한다는 방침이다.
전 세계 수처리 RO필터 시장은 지난해 1조5000억원에서 2020년 2조원 규모로 연간 4.8% 이상의 고성장이 예상되고 있다.
LG화학은 지난해에도 중동 오만의 25만톤 규모 수주에 성공한 바 있다. LG화학은 이같은 성과를 바탕으로 향후 중국, 인도 등 신규시장을 개척한다는 계획이다.
LG화학은 모기업 전자 계열사인 LG히타치워터솔루션(LG워터)은 지난해 하반기 'LG히타치워터솔루션 기술연구소'를 신설한 바 있다.
업계에서는 LG가 타사와는 달리 수처리 전문 연구조직까지 신설하면서 B2C에서 B2B를 아우르는 종합적인 사업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는 평가다.
LG화학은 2020년 2조원 규모로 추산되는 수처리 시장 점유율 10%를 목표로 하고 있다. 정철동 LG화학 정보전자소재사업본부장은 "미래 인류의 생존을 위한 핵심 자원인 수처리 분야에 대한 과감하고 선제적인 투자로 세계시장을 선도할 것"이라고 밝혔다.
글로벌 수처리 RO필터 시장 전망치 /자료=업계
LG화학 외에도 국내 화학업체들의 수처리 사업 진출이 활발하게 이어지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2011년 대전 대덕연구소 내 수처리 사업조직을 만든 데 이어 지난 2015년 삼성SDI의 수처리 사업 연구개발 시설을 인수했다.
롯데케미칼은 또 지난해부터 대구에 조성 중인 '물산업 클러스터'에 500억원을 들여 '멤브레인(얇은 막)' 생산 공장 착공을 앞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준공 시기는 알려진 바 없지만 대구시가 물산업 육성에 박차할 계획을 최근 밝힘에 따라 향후 생산량이 늘 것으로 보인다.
효성 역시 수처리 관련 기술에 대한 투자와 연구개발을 통해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효성은 2011년부터 머리카락 굵기의 1200분의 1 크기의 구멍이 뚫려 있는 막을 개발해 시장에 내놓고 있다. 지난해엔 기존 소재보다 오염에 강한 소재를 적용한 제품을 새로 내놨다.
효성이 한국상하수도협회(KWWA)로부터 제품 인증을 받은 ‘AMC(아세틸화 메틸셀룰로스) 멤브레인 필터’를 앞세워 늦어도 올 상반기 수처리 시장에 선보일 예정이다.
효성 관계자는 “국내는 물론 물 부족이 심각한 중동 및 북부아프리카, 호주 등을 중심으로 세계 시장을 적극 공략해 매년 빠르게 성장하는 수처리 사업 확장을 가속화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SK케미칼이 삼양사와 합작해 만든 휴비스워터는 해외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 50년간 수처리분야에만 전념해 온 강소기업으로 2014년 11월, 휴비스 자회사로 편입되면서 휴비스워터로 사명을 변경했다.
휴비스워터는 MDI(전기탈이온장치), 복수탈염 기술 등 전세계 소수 업체들만 보유하고 있는 기술을 통해 수처리 산업 시장에서 입지를 단단히 하고 있다.
휴비스워터는 수처리에서 필수적이자 최초 독자 기술인 MDI 기술을 적용해 세계 최대 용량의 MDI 제품을 생산·공급하면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했다는 설명이다.
휴비스워터는 최근 중국 사업 진출을 가속화하고 있다. 휴비스워터가 개발해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초순수 생산기술 중 하나인 전기탈이온장치는 삼양사의 이온교환막을 적용하고 사천휴비스를 통해 판로를 개척한다는 계획이다.
휴비스워터는 향후 다양한 수처리 영역으로 사업을 다변화하고 베트남, 중국 등 해외 시장에 본격 진출할 계획이다.
국내 물시장은 세계 시장 규모에 비해 아직도 갈길이 먼 상태다. 국내 물시장이 가격경쟁 위주의 저수익 구조가 고착화 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가운데 해외 시장 진출 또한 시급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에 정부차원의 지원 및 투자 필요성이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물 산업 발전이 지지부진했지만 최근 대기업들이 기술 개발과 시장 진출에 나서고 있다”며 “정부도 지난해 스마트 물산업 육성전략을 통해 지원계획을 밝히면서 물 시장 점유율 확보 경쟁 또한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미디어펜=최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