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일자리 창출에 이어 대부업 이자율 인하,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 인하, 소액 장기 연체 채무 정리 등 서민의 부채 부담을 완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취약계층은 빚 탕감을 통해 상환 부담을 덜어준다는 방침이지만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최고금리가 내려갈 경우 서민들의 대출이 어려워진다는 지적이다. 최고 금리가 내려갈 경우 대부업체를 비롯한 금융사의 대출 심사가 더욱 깐깐해질 것이고, 그에 따라 신용등급이 낮은 서민들은 사실상 금융권을 통한 대출이 불가능해질 우려가 높다. 본지는 이번 기획을 통해 문재인 정부의 서민금융정책의 '허와 실'을 따져보고, 바람직한 선택이 이뤄질 수 있도록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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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펜=백지현 기자] #. 생활비로 급전이 필요했던 주부 A(38)씨는 지난해 11월 불법 대부업체에 손을 댔다 낭패를 봤다. 업체는 A씨에게 1주일 후 원리금 50만원을 상환하는 조건으로 20만원의 선이자를 제공한 후 30만원을 빌려줬다.
연 3476%에 달하는 터무니없는 고금리였지만, 은행과 저축은행에서 대출을 거절당한 A씨는 ‘울며 겨자 먹기’로 대출을 신청할 수밖에 없었다.
한편으로는 수십만원의 소액 대출이라 쉽게 생각한 측면도 없지 않았다. 하지만 ‘고금리의 늪’은 삶의 기반을 뿌리째 흔들 만큼 무서웠다. 원금과 이자를 갚으려고 대출에 대출을 받으면서 빚이 한순간에 불어나면서 모든 것을 집어 삼켰다.
은행 대출 문턱을 넘지 못한 저신용‧저소득 취약차주들이 고금리 시장으로 내몰리고 있다.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건전성을 한층 깐깐하게 관리하면서 은행권에 이어 제2금융권까지 대출을 까다롭게 심사하면서다./사진=백지현 기자
은행 대출 문턱을 넘지 못한 저신용‧저소득 취약차주들이 고금리 시장으로 내몰리고 있다.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건전성을 한층 깐깐하게 관리하면서 은행권에 이어 제2금융권까지 대출을 까다롭게 심사하면서다.
취약차주는 금융기관 3곳 이상에서 대출은 받은 다중채무자이면서 저신용(신용등급 7~10등급) 또는 저소득(소득 하위 30%)인 차주들이다.
한국은행의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이 같은 취약차주는 지난해 9월 말 146만명이다. 이들이 받은 대출금은 약 78조6000억원에 이르며, 전체 가계대출의 6.2%에 달한다. 자산이나 소득보다 갚을 빚이 더 많은 고위험 가구도 7%로 금리상승 시 부실 위험이 크다.
금융당국은 고금리 대출에 따른 서민 이자부담을 낮추기 위한 목적으로 햇살론과 같은 서민금융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소득 등 대출 조건을 맞출 수 없는 이들에게는 ‘그림의 떡’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신용대출 6등급 이하의 서민들은 정부의 정책금융은 고사하고 대부업체 대출에서도 밀려나 금융 제도권 밖에서 돈을 빌릴 수밖에 처지에 놓여있다.
문제는 한국경제의 뇌관으로 지목되는 가계부채가 이들 취약차주를 중심으로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작년 말 기준 1344조원에 달하는 가계부채를 견인한 것도 비은행이었다.
작년 말 가계부채(가계신용 기준)는 1344조3000억원으로 사상 최대 규모로 1년 전보다 141조2000억원(11.7%) 늘었다. 2010년부터 2014년까지 평균 증가 규모가 6.9%인 점을 고려하면 우려할 만한 수준이다.
비은행 가계대출 증가율은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지난 2015년 8.3%를 차지했던 비은행 가계대출은 지난해 13.8%로 불었다. 이는 금융당국이 가계부채를 증가세를 잡기 위해 은행권 대출 옥죄기에 나서면서 풍선효과로 대출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주택담보대출 증가세는 둔화됐으나, 비주담대, 신용대출 등 기타 대출의 증가율을 상승했다.
학계에서는 가계대출에 대한 수요가 꾸준하다는 점에서 금융권에 돈을 빌리지 못한 취약계층 상당수가 불법 사금융 시장으로 흘러들어갔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심지홍 단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불법 사금융 시장규모가 8조원에 달하며, 불법사채 이용자는 93만명 가량 추산된다”고 내다봤다.
오정근 건국대 특임교수는 “생계형 대출 및 사업자금 대출, 전월세 대출과 대출금상환목적의 대출 비중이 크게 높아졌다”며 “빚을 내지 않고는 일상생활을 유지할 수 없을 정도로 가계의 재정상황이 악화돼, 생활비 등을 급전으로 충당하고 이를 갚지 못해 채무가 발생하는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 교수는 “이들은 전월세 자금 등 생계를 위해 꼭 대출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이들이 대부업체로 내몰리게 되면 취약계층의 가계가 더욱 어려워질 수 있어 이 부분에 대한 대책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