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한기호 기자]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와 조대엽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가 각각 석·박사 논문표절 의혹과 음주운전 전력·'고려대 반말 고함 영상' 공론화로 나란히 홍역을 치르고 있다.
민간단체인 연구진실성검증센터(이하 검증센터)가 전날(12일) 김상곤 후보자의 서울대학교 석·박사논문 표절 혐의를 서울대 연구진실성위원회(이하 진실위)에 공식 제보한 데 이어 13일 제소하고 재조사를 요청했다. 지난 2015년 새정치민주연합(더불어민주당 전신) 경기도지사 당내 경선 과정에서 같은 의혹으로 제소한 지 2년여만에 김 후보자가 '교육부 수장'으로 내정되자 다시 제소한 것이다.
검증센터는 이날 "서울대 진실위는 2015년도 제보 당시 김 후보자의 박사논문 표절 문제와 관련 예비조사만으로 결론을 내렸는데 이제 피조사자인 김 후보자의 입지가 완전히 달라졌다"며 "본조사까지 포함한 최종 결론을 내려달라고 재조사를 요청한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대에 따르면 김 후보자는 1982년 서울대 대학원 경영학과에서 '기술변화와 노사관계에 관한 연구: 한국·일본·미국의 사례를 중심으로'라는 논문으로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1992년 같은 대학원에서 '사회주의 기업의 자주관리적 노사관계 모형에 관한 연구: 페레스트로이카 하의 소련기업을 중심으로’라는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석·박사 지도교수는 모두 최종태 교수였다.
석사논문에서는 이시다 가즈오의 '현대기술과 기업노동'(1978년) 논문 내 도표를 포함 수십개 문장을 직역해 그대로 옮긴 것이 발견됐다. 90~94쪽까지 5쪽은 같은 논문 내용을 순서를 바꿔 짜깁기해 수록했지만 출처 표기가 없었다. 박사논문은 오쿠바야시 코지의 '소련의 노동내용론'(1983년), 카이도 스스무의 '사회주의 경영학의 발전'(1983년), 사사카와 기사부로의 '사회주의 기업의 구조'(1985년) 등 저서에서 따와 석사논문과 유사한 방식으로 구성된 것으로 확인됐다.
검증센터는 석사논문에서는 적어도 130군데, 박사논문에서는 80군데에서 표절을 확인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서울대 진실위는 지난해 10월 박사논문 검증 결과와 관련 "44개 부분에서 정확한 출처 표시 없이 사용됐다"면서도 "완전하게 연속된 2개 이상의 문장을 동일하게 사용한 경우는 없으므로 '연구 부정행위'에 해당하는 것으로 인정하기 어렵고 '연구 부적절행위'에 해당한다"며 조사를 종결했다.
검증센터는 이와 관련 "44군데 중에는 서울대 진실위가 규정상 '부정행위로서의 표절'이라고 파악하는 연속된 2문장 표절도 여러 군데 있으니 다시 심사해야 하고, 출처표시는 있으나 인용부호("")가 빠진 나머지 36군데 표절도 이번에 심사 대상에 넣어야 한다"고 맞받았다. 이날 서울 여의도에 인사청문회 사무실을 꾸린 김 후보자는 논문표절 의혹에 대해 별다른 해명 없이 "청문회에서 말하겠다"고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왼쪽부터)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와 조대엽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가 각각 석·박사 논문표절 의혹과 음주운전 전력·'고려대 반말 고함 영상' 공론화로 나란히 홍역을 치르고 있다.
조대엽 후보자는 지난 11일 청와대가 지명과 함께 음주운전 전력을 선(先)공개하면서 논란의 불씨를 지폈다. 청와대는 "사고로 이어진 건 아니었던 것으로 파악한다"고 조 후보자를 비호했다.
위장전입·병역면탈·세금탈루·논문표절·부동산투기 등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고위공직 원천 배제' 원칙으로 밝힌 5대 비리에 해당하지는 않지만, 지난달 29일 문 대통령이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선거법 위반, 음주운전 등 더 큰 흠결사유가 있을 수 있는데도 (전 정권에서 문제된) 5대 중대 비리를 고위공직 배제 원칙으로 정했다"고 말한 바 있어 파문이 커질 전망이다.
조 후보자는 전날 한 매체와의 통화에서 음주운전 전력과 관련 "2007년 12월쯤 '고려대 출교 사건'과 관련해 학생들을 위로하는 과정에서 함께 술을 마셨고 차를 몰고 귀가하다가 서울 성북구 종암동 고려대 캠퍼스 근처에서 음주 단속에 적발됐다"고 밝혔다.
당시 조 후보자는 혈중 알코올 농도가 0.1% 기준선을 넘어 면허가 취소됐다. 이 매체는 사립학교법(55조 1항)에 따르면 사립대학 교수도 공무원으로 간주할 수 있어 관할 경찰서인 성북경찰서에 의해 고려대에 적발 사실을 통보했어야 하나, 학교 측이 '통보받은 바도 징계한 기록도 없다'는 입장을 밝힌 사실도 전했다.
조 후보자가 지난해 12월 고려대 노동대학원장 시절 교무위원회 회의에서 재학생들에게 반말로 고함을 친 영상도 장관 후보자 지명을 계기로 온라인 상에서 확산되고 있다.
당시 고려대는 인공지능 등을 연구하는 '미래대학' 설립안을 회의에서 통과시키려고 했으나, 학생들의 반발로 무산됐다. 영상에 따르면 조 후보자는 학생들을 향해 "여기서 무슨 논의가 되고 있는지 너희들은 모르잖아"라며 반말로 고함쳤고, 회의 내용을 알려달라는 학생들의 요구에 "끝나야 알려줄 거 아냐 끝나야"라고 거듭 소리쳤다.
한 여학생이 "반말하지 마시라"고 하자 조 후보자는 자리에서 일어나 "아이고 예 학생님들"이라고 말했고 "비꼬지 말라"는 항의에 거듭 직면했다.
이날 고려대 커뮤니티 '고파스'에서는 '조대엽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에게 사과를 요구합니다'라는 제목의 대자보가 올라왔다. 고려대 총학생회는 문재인 정부 초대 고용부 장관의 자질로 '민주주의에 대한 철저한 신념'을 요구하면서 "교무위 회의 당시 후보자가 학생들에게 호통치며 비아냥으로 일관하는 모습은 결코 민주적이지 않았다"고 질타했다.
[미디어펜=한기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