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한진 기자]김상조 위원장이 방향타를 잡은 공정거래위원회가 닻을 올렸다. 공정위는 김 위원장을 중심으로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경제민주화와 재벌개혁의 첨병 역할을 수행할 예정이다.
재계에서는 공정위를 걱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현실을 직시한 유연한 정책보다는 프레임을 정해놓고 끼워 맞추기식 개혁을 추진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이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미국과 중국 G2의 보호무역 강화, 4차산업혁명 시대 진입 등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묻지마식 옥죄기’는 기업 경쟁력에 치명타를 날릴 수 있다.
최근 기업들이 자신들의 입장을 쉽게 털어놓을 곳이 없다. 새 정부 정책과 엇나가는 말을 했다가 십자포화를 맞은 한국경영자총연합회 부회장의 사례 등이 나오면서 입단속을 하는 분위기다. 정부와 기업 간 소통의 중요성이 제기되고 있지만 여전히 정부와 기업의 불안한 동거는 현재 진행형이다.
우리나라 경제가 발전하고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소통과 맞춤형 정책이 절실한 상황이다. 정부는 유연성을 확대하고, 기업들은 자율성을 바탕으로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양쪽이 엇박자를 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윈-윈’의 결실은 고사하고 국가경제의 어려움만 가중될 뿐이다.
리더의 ‘고집’과 ‘불통’이 계속되면 조직 전체는 점점 경쟁력을 잃는다. 이 같은 예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바로 축구 대표팀이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은 2014년 9월부터 축구 대표팀의 지휘봉을 잡았다. 2015년 초 아시안컵 준우승을 차지할 때까지만 해도 한국 축구를 부흥시킬 구세주로 추앙 받았다.
그러나 3년여가 지난 지금 한국 축구는 벼랑 끝에 서 있다.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는 한국 대표팀이 빠진 낯선 풍경이 연출될지 모르는 상황이다. 한국은 1986 멕시코 월드컵부터 2014 브라질 대회까지 8회 연속 참가한 월드컵의 단골손님이다.
김상조 위원장이 14일 정부세종청사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월드컵 최종예선 조별리그에서 한국은 중국, 카타르에게 잇달아 패하며 승점 자판기 역할을 하고 있다. 선수 개개인의 면모를 놓고 보면 한국은 아시아권에서 결코 약한 팀이라고 볼 수 없다. 손흥민, 기성용 등은 아시아를 대표하기에 손색이 없는 선수들이다. 나머지 선수들 역시 개인 기량이 떨어진다고 보기 어렵다.
축구대표팀의 위기는 슈틸리케 감독의 소통부재, 축구협회의 무능한 행정력이 때문이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사령탑은 선수단을 장악하지 못했다. 제대로 된 전술도 없이 “기회만 달라”고 외쳤다. 사태를 수수방관한 협회 역시 상처를 조기에 치유할 수 있는 ‘골든타임’을 놓치면서 대표팀에 산소 호흡기를 물렸다.
김 위원장은 과거 ‘재벌 저격수’로 불리며 기업들에게는 공포의 대상이었다. 이 때문에 김 위원장이 주도할 재벌개혁 등에 재계는 벌써부터 잔뜩 겁을 먹고 있다. 준비할 시간도 없이 몰아붙이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컸기 때문이다.
그는 14일 취임식 후 “재벌개혁은 정교한 실태조사를 기초로 합리적인 방안을 마련해 서두르지 않고 예측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재계의 불안감을 어느 정도는 씻어주는 발언이다.
기업들도 과거와 같은 방식으로는 살아남기 어렵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최순실 게이트’ 등을 겪으면서 투명경영, 사회적 책임 확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수십년간 이어진 시스템을 한 번에 바꾸기는 쉽지 않다. 서두르지 않겠다는 김 위원장의 말처럼 속도 조절이 필요한 상황이다.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이 있다. 서두르다 탈이 나면 우리 경제와 기업들은 회복하기 어려운 상처를 입을 수 있다. 쌍방향 소통도 중요하다. 축구대표팀의 경우처럼 불통과 불신이 쌓이면 우리 경제는 벼랑 끝을 향하는 기관차가 될 수도 있다. 지금은 김 위원장과 재계가 수시로 소통하고 합리적인 방안을 찾을 수 있는 노력이 절실한 때다.
[미디어펜=조한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