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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조 공정위 재벌개혁, 사이다식 쾌도난마 해법 없어

2017-06-15 11:44 | 이의춘 기자 | jungleelee@mediapen.com

이의춘 미디어펜대표


김상조 공정위 출범은 재계 역사상 가장 강력한  파급 효과를 가져오고 있다.

역대 경제검찰 수장으론 최강의 강경인물이기 때문이다. 재벌저격수와 저승사자라는 섬뜩한 마크가 붙어있다. 90년대부터 삼성 현대차 SK 등 재벌들을 대상으로 강도 높은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참여연대와 경제개혁센터를 이끌면서 지배구조와 경영권 승계, 계열사 내부거래(일감몰아주기) 등에 대해 쓴소리를 해왔다.

그는 최순실 국정농단사건과 박근혜전대통령의 미르재단및 K-스포츠재단에 대한 재벌들의 출연이후 불거진 재벌개혁을 추진할 적임자로 지명됐다. 국회 청문회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이재용 부회장과 삼성의 그룹경영을 비판했다. 미래전략실은 법적 근거가 없는 조직이라고 했다. 삼성은 이부회장 구속이후 미래전략실을 없앴다.

문재인대통령은 김위원장을 통해 강력한 재벌개혁이 이뤄지길 기대하고 있다. 자유한국당 등 야당은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김위원장에 대한 보고서 채택을 거부했다. 위장전입과 논문표절, 부인의 불법 취업의혹 등 숱한 문제점도 그의 임명을 막지 못했다. 문대통령은 국민들이 김위원장을 지지하고 있다면서 임명을 강행했다. 

재계는 바짝 긴장하고 있다. 그는 취임사에서 공정한 시장경제 질서 확립을 위한 노력에는일말의 주저함도 없을 것이라고 했다. 한치의 후퇴도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내주 구체적 재벌개혁 방향을 내놓겠다고 했다.

그가 취임이후 강조한 재벌개혁 방향은 첫째 거대그룹인 삼성 현대차 SK LG 4대그룹 개혁에 주력한다는 점이다. 상징적 효과가 큰 선도그룹을 집중 감시, 규제하겠다는 것. 대형 고래를 잡으면 다른 중하위 그룹들은 알아서 공정경쟁과 준법의식을 강화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다. 

둘째 을의 눈물을 닦아주는 데 공정위 역량을 동원하겠다고 했다. 대기업에 납품하는 하도급업체들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치킨, 빵집, 커피, 유제품, 피자 등 대기업 프랜차이즈와 연계된 대리점주와 가맹점주들의 불합리한 계약도 시정하겠다고 한다.

가맹점주들은 대부분 퇴직한 직장인들이다. 이들이 대기업프랜차이즈 본사와 식자재등에서 불합리한 계약을 맺고 있다는 시각이다. 김위원장은 경제적 약자를 돕는 것은 문재인정권의 모토인 경제정의를 실현하는 데 필수적이라고 했다.

민주당은 야당시절 을지로위원회를 가동해 유통 식음료 대기업들 최고경영자들을 대상으로 이 문제를 집중 공격했다. 국회청문회를 통해 롯데 신세계 남양유업의 사장과 회장들이 곤욕을 치렀다. 본사를 방문해 호통을 치기도 했다. 

문대통령도 범정부차원의 을지로위원회를 발족시킬 예정이다. 소위을의 눈물을 닦아주고 이들의 어깨를 펴주겠다는 문재인정권의 을과 경제적 약자 살리기 정책은 가속화할 것이다.

김상조의 공정위가 출범했다. 경제개혁센터소장 시절의 반기업 이데올로기를 현실정책으로 바꾸려는 것은 지양돼야 한다. 경쟁촉진과 경제정의를 조화시키는 균형감이 요구된다. /연합뉴스


김위원장은 임명된 후 실사구시적 행보를 보였다. 시민단체 리더 시절의 강퍅한 입장에서 벗어나 유연한 태도를 보였다. 급진 반대기업적 이념과 이데올로기만으론 공정업무를 할 수 없다는 것을 인식한 것으로 보인다. 급진적인 개혁은 지양하겠다고 했다. 갑을적폐 해소에 우선 주력하겠다고 했다.

모든 개혁과제를 쾌도난마식으로 풀 수는 없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 국민적 공감대가 높은 개혁과제에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아마추어리즘과 이념에 사로잡혀 모든 것을 다 하겠다는 것은 과욕이자 오만이다. 개혁과제는 입법을 통해 이뤄진다.

현행 소수 집권여당에다 국회선진화법이 있는 한 급진적인 재벌개혁법안 통과는 쉽지 않다.  김위원장은 정치권, 특히 야당의 협조를 구하고 소통하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 야당의 협조가 없는 한, 법안통과는 거의 불가능하다.

박근혜정권이 여대야소의 막강한 다수당에도 불구, 선진화법에 막혀 서비스산업발전법안과 노동개혁법안 등 핵심 개혁법안을 통과시키지 못했다. 민주당은 선진화법을 최대한 악용해 박근혜정부의 개혁에 발목을 잡았다. 여소야대의 문재인정부와 김위원장은 더욱 험난한 가시밭길을 걸어야 한다.  

여야가 공감하는 개혁과제부터 하는 게 순리다. 10개를 다 해치우겠다는 욕심을 부리지 말고, 이중 핵심 3개라도 해결하고 물러나겠다는 겸손한 자세를 가져야 한다.

그가 중점과제로 갑을관계 해소를 제시한 것은 바람직하다. 하도급업체와 대리점주, 가맹점의 어려움과 불공정계약 문제는 시대적 과제다. 단지 시장경제의 틀안에서 이뤄져야 한다. 중소기업과 가맹점 등 업체와 개인을 보호하는 방식은 곤란하다. 김위원장이 강조한 것처럼 경쟁을 보호해야 한다. 투명한 계약을 통해 경쟁을 촉진하고, 상생의 기반을 마려해야 한다.

기업집단국 신설과 상법개정을 통한 지배구조 개선은 속도조절을 해야 한다. 기업집단국 신설은 규제조직과 인력이 한층 늘어나는 것을 의미한다. 현행 공정법도 세계 최고수준의 기업규제법이다. 현재의 법만 잘 적용하고 준수해도 불공정경쟁과 경제력오남용을 막을 수 있다.

미국 일본등의 공정당국은 담합과 경쟁제한 해소에 주력한다. 한국의 공정위처럼 내부거래와 출자구조까지 메스를 들이대지 않는다. 한국공정위는 슈퍼공정위다. 반재벌정서가 강한 한국만이 무소불위의 공룡공정위로 만들었다. 

조직확대를 통한 규제강화는 관료들의 밥그릇만 키워준다. 현직 YB와 대형로펌에 포진하고 있는 OB간의 유착과 공생관계를 심화시킨다.     

상법개정도 밀어부칠 사안은 아니다. 감사위원 분리선출과 대주주 의결권제한, 집중투표제, 다중대표소송제, 우리사주조합의 사외이사 추천제등은 시장경제의 근간을 훼손하고 사유재산권을 침해하는 독소조항이 많다.

이들 법안이 실행되면 삼성 현대차 SK LG GS 등 글로벌기업들의 주력 상장사가 미국 월가 투기자본의 경영권 위협과 적대적 인수합병에 시달린다. 노조의 이사회참여 땐 국내외 투자및 조직개편 등에 대한 경영진과 노조추천 이사간 갈등이 심화될 것이다. 배가 산으로 갈 수 있다. 상법개정안은 대기업 투명성을 높인다고 취지로 무작정 밀어부칠 사안이 아니다. 

공정위 권한 강화는 4차산업혁명 시대 산업간 융복합을 통한 신성장동력과 미래먹거리를  육성하는 데걸림돌이 된다. 공정위 규제가 포지티브규제로 흐르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사물자동화(IoT)와 빅데이터 인공지능(AI) 자율주행차 등 4차산업혁명이 활화산처럼 일어나기위해선 공정위 규제도 네거티브규제로 가야 한다.

문재인정권의 재벌개혁은 국회 입법관문을 통과해야 한다. 여소야대정권과 국회선진화법 상황에선 무리한 반시장 반기업법안은 야당의 동의를 받지 못한다. 시장경제의 틀안에서 경제적 약자보호와 경제력 오남용 방지정책이 이뤄져야 한다. 자유한국당의원들이 김상조 위원장 임명을 강행한 것에 대해 피켓시위를 벌이고 있다. /자유한국당 제공


김상조는 재벌저격수, 저승사자라는 달갑지 않은 트레이드 마크를 떨쳐내야 한다. 공정위 수장이 된만큼 기업조타수역할을 해야 한다. 균형감을 가져야 한다. 문재인정부의 소득주도 성장과 일자리창출을 위해서도 기업을 옥죄는 것보다 경쟁을 촉진하는 공정업무를 해야 한다. 그는 후보자 청문과정에서 재벌은 한국경제의 소중한 자산이라고 했다. 재벌개혁의 궁극 목적은 해체가 아니라고 했다. 경제활력을 통해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라고 했다. 목적과 수단을 구별하고 있는 셈이다.

공정위 업무도 삼성과 현대차등이 문재인정권의 소득주도성장와 일자리확대의 기관차가 되도록 해야 한다. 규제보다 경쟁촉진 방향으로 가야만 이같은 성과를 달성할 수 있다. 시민단체리더식으로 공정업무를 하면 대기업들은 잔뜩 움추릴 것이다. 기업가정신이 쇠퇴한다. 대기업들마다 정부의 채찍질을 맞지 않기위해 방어적 경영을 할 것이다.

전속고발권 폐지도 강행하면 부작용이 생긴다. 김위원장은 폐지보다는 의무고발요청기관 확대, 사인의 금지청구권도입이 타당하다는 생각을 밝혔다. 전속고발권을 없앨 경우 노동계와 시민단체, 하도급업체, 경쟁사업자의 소송남발이 불보듯 뻔하다. 폐지보다는 보완책 마련이 합리적이다. 

이를 강행하면 법률적 대응력이 큰 대기업보다는 중견 중소기업이 심각한 피해를 입는다. 중소기업을 경제민주화의 속죄양으로 만들 수 있다. 이는 문재인정권의 경제정의, 경제적 약자보호 논리에도 맞지 않는다. 경영에 부담을 주지 않는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우려할 만한 편견도 있다. 재벌총수들이 경영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이라는 점이다. 그룹경영은 전문경영자에게 맡기고, 총수는 그룹통합의 조정자 역할에 치중하라는 것이다. 실제로 그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해 이사회의장을 맡는 것이 좋다고 했다. 오너경영을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것은 시민단체의 리더 때나 발언할 수 있는 것이다.

공정위 수장으로서 자신의 생각을 관철시키려 하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 오너경영이든 전문경영인이든 대주주와 주주, 임직원등에 맡겨야 한다.

김상조 위원장은 취임일성으로 재벌은 한국경제의 소중한 자산이라고 했다. 시민단체 리더시절의 강퍅한 반기업정서에서 벗어나 실용적인 재벌관을 밝혔다. 삼성 현대차 등 대기업들에 대한 과도한 지배구조 간섭은 지양돼야 한다. 경제력오남용을 막기위한 하도급업체와의 상생방안 마련에 힘써야 한다. 재벌들을 소득주도성장의 동반자로 존중해야 한다. /연합뉴스



지배구조 문제는 학자들이 왈가왈부할 사안이 아니다. 가장 좋은 실적을 내는 기업의 지배구조가 가장 효율적이다. 기업에 맡기면 된다. 공연히 경영권에까지 간섭하는 것은 월권이다. 기업을 망칠 뿐이다. 훈수와 실제 경영은 다르다.

삼성전자는 올해 40조원의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예상된다. 반도체와 휴대폰 부문에서 대박을 터뜨리고 있다. 사상 최고의 실적이다.
이재용부회장의 리더십과 과감한 투자결정, 미래신수종 투자등이 결실을 본 것이다. 이부회장은 주주와 임직원들로부터 경영능력을 인정받았다. 아버지 이건희회장을 이어 가업수성에 성공하고, 놀라운 실적을 통해 삼성의 미래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서푼자리 학자의 편견과 오만한 생각은 기업경영현장에선 통하지 않는다.

현대차도 정몽구회장, 정의선부회장의 오너경영을 통해서 세계 5대자동차메이커를 키워냈다. 정회장이 취임할 때 10위권밖에 있던 현대차는 글로벌완성차메이커로 도약했다. 세계자동차업계에서 유례없는 성과를 창출했다. 오너경영에 대해 편견을 가질 필요가 없다.

경제력집중의 오남용을 막는 것은 필요하다. 을의 눈물을 닦아주는 경제정의를 위해서도 대기업과 협력사, 프랜차이즈본사와 가맹점주간에 동반성장, 상생을 추진해야 한다. 경제력 집중을 억제하는 것은 심각한 부작용을 가져온다. 기업이 커가는 것을 규제하고 처벌하는 것은 경제의 파이를 줄이는 짓이다. 시장에서 과감한 혁신과 한발앞선 투자, 뛰어난 리더십을 통해 기업경쟁력을 키우고, 덩치를 확장해가는 것은 하등 문제될 게 없다.

한국처럼 기업이 커가는 것을 사갈시하고, 증오하는 나라도 없다. 삼성전자 같은 글로벌 10개를 키울 생각을 하지 않는다. 한국의 대표선수 삼성전자를 오히려 해체하고, 줄이려는 반기업 반시장적 경제민주화 논리만 횡행한다. 김위원장도 경제력집중 오남용과 기업덩치 커가는 것을 구별해야 한다.

글로벌기업들은 매출의 80~90%를 해외에서 거둔다. 안방기업들이 아니다. 국내의 좁은 시각에서 규제를 가하는 것은 글로벌시장에서 치열하게 싸우는 대기업들의 발목에 주머니를 채울 뿐이다.

김상조의 공정위는 시장의 활력을 회복하고, 투명한 경쟁을 촉진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 강도 높은 재벌개혁을 추진했던 노무현정권의 시즌2로 가는 것은 곤란하다. 재벌을 적폐대상이 아닌 소득주도성장, 일자리창출의 동반자로 존중해야 한다. 문재인정권의 경제성과는 대기업들과의 효율적인 협력을 이끌어내느냐에 달려있다.

대기업을 혼내고 정권에 길들이려는 정략적 목표 하에 공정업무를 휘두르는 것은 게도 구럭도 놓칠 뿐이다. 자유시장경제 체제에서 경쟁촉진과 경제적 약자보호의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한다. 재계에 대한 완장질보다는 경쟁촉진을 위한 협력과 소통의 경제검찰 수장이 됐으면 한다. /이의춘 미디어펜대표

[미디어펜=이의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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