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강경화 신임 외교부장관은 19일 취임사를 통해 현안인 사드 배치나 위안부합의 재협상에 대해서도 급진적인 정책 변화가 없음을 강조해 ‘신중론’을 폈다.
유엔의 북한인권결의안에 대해서도 “2008년 이후 정부의 찬성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고 말해 정부 태도가 번복될 가능성이 없음을 나타냈다. 다만 북한 핵·미사일 대책과 관련해 ‘주인의식’을 강조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해나갈 것을 강조했다.
강 장관은 이날 오전 외교부청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북핵·미사일 문제는 우리가 주인의식을 갖고 능동적으로 헤쳐나가야 한다”며 “도발에는 단호히 대응하되 제재와 대화를 모두 동원해 북한의 비핵화를 이끌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과정에서 우리 외교안보의 근간인 한미동맹을 더욱 굳건히 발전시켜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 장관은 이날 취임식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방미 중인 문정인 청와대 통일외교안보특보의 ‘사드 환경영향평가’나 ‘한미연합훈련 축소’ 등의 최근 발언에 대해 “개인 사견으로 정부와 조율된 입장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또한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 중단시 조건없이 대화에 나설 수 있다’고 밝힌 문재인 대통령의 6.15공동선언 17주년 기념식 발언에 대해서도 “대통령의 문안 전체적 맥락으로 봤을 때 북한의 비핵화 의지가 분명히 드러나야 본격적으로 대화할 수 있다는 것”이라며 “(문 대통령이) 늘 하시던 말씀과 같은 맥락”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한국에서의 사드 논란에 대해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격노한 것에 대한 질문에는 “그동안 한미 정상간 통화, 안보실장의 방미, 외교차관 방미 등 교류가 많았다”며 “철저히 양측이 모두 (이번 한미정상회담을) 한미동맹을 강화하는 기회로, 유대감과 친밀감을 갖고 동맹의 기조를 튼튼히 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는 공감을 갖고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강 장관은 무엇보다 관심이 집중된 한일 위안부합의 재협상 여부에 대해서는 “한일관계가 경제협력은 물론, 문화교류 등 많은 면이 있는데 하나의 이슈로 한일 양국 관계를 규정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했다.
강 장관은 “한일 위안부합의에는 우리의 정책적 협의와 분석이 있어야 한다. 그것을 토대로 일본과 소통·대화를 지속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위안부 문제는 큰 현안이니 그것에 대해 이야기하고 소통 실천하겠지만 양국관계의 다른 부분도 증진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장관으로 임명되기 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강 장관에 대한 지지선언에 대해서는 “부담이라기보다 그분들의 기대라고 생각한다. 인권 전문가로서의 공약도 있겠지만 한일관계 전반을 관리해야하는 외교부 장관의 입장도 있다”고 말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19일 오전 서울 도렴동 외교부청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 연설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를 볼 때 강 장관은 취임에 맞춰 일단 문정인 청와대 통일외교안보특보로 인한 외교적 논란을 불식시키는데 주력했다. 마침 이날 오전 청와대 고위 관계자도 “문 특보에게 연락을 취해 한미관계에 도움이 안된다고 엄중 경고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미국은 문 특보 발언의 진의에 대해 주목하며 상당히 관심을 두는 분위기인데다가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사드 논란에 격노했다는 보도가 나온 것을 볼 때 앞으로 한미정상회담의 성공 여부가 강 장관의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문 특보의 발언에 일단 선을 그은 청와대의 공식 부인에도 불구하고 문 특보의 발언은 문재인 대통령의 속마음이라는 관측이 있다. 따라서 당초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 사드 등 구체적인 이슈를 대화 테이블에 올릴 생각이 없었던 청와대의 계획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이날 정부가 강조한 대로 북한의 핵·미사일의 당사자로서 남북대화를 통해 앞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선 미국과 돈독한 동맹관계를 유지하면서 중국의 이해와 협조를 구하는 데 노력해야 할 것이다.
그런 만큼 문재인 정부는 우선 한미정상회담에서 잡음을 모두 해소하고 굳건한 동맹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미관계가 꼬여 있는데 중국과의 관계를 순조롭게 풀거나 남북대화의 문이 쉽게 열릴 것이란 기대를 하기란 어렵기 때문이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