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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전사化' 원유철 '한계극복' 신상진 '무계파' 당권 3인3색

2017-06-20 19:00 | 한기호 기자 | rlghdlfqjs@mediapen.com
[미디어펜=한기호 기자]신상진·홍준표·원유철(기호순) 3자구도가 확정된 자유한국당 7.3 전당대회 당권경쟁이 전날(19일) 제주 비전대회를 시작으로 본격화했다. 20일에는 당대표 후보 1명씩 80분 동안 당내 초·재선 의원들에게 자신만의 비전을 선보이는 시간을 가지면서 '3인 3색' 양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차기 지도부는 9년 만에 여·야가 바뀐 가운데 '최순실 사태' 이후 만성화된 지지율 침체에서 당을 회복시킬 의무와 함께 내년 지방선거 생존 전략을 짜야한다는 막중한 책임을 떠안게 됐다. 이에 따라 3명의 당대표 후보는 '보수우파 재건'에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자유한국당 7·3 전당대회 당대표 선거에 출마한 (왼쪽부터) 신상진 의원, 홍준표 전 경남도지사, 원유철 의원./사진=한국당 전당대회 공식사이트


다만 구체적인 노선에서는 차이를 보이고 있다. 제19대 대선후보로서 24%를 득표한 홍준표 전 경남지사는 "자유대한민국의 이념과 정신을 바탕으로 운명을 함께 하는 가치집단"으로의 '이념 무장'을 당의 최우선 혁신 방향으로 잡았다.

19대 국회 마지막 원내대표이자 50대의 원유철(5선·평택시갑) 의원은 청년층·중도층을 향한 '외연 확장'을 강조, "홍 전 지사의 한계를 뛰어넘겠다"고 출사표를 던졌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인 신상진(4선·경기 성남시중원구) 의원도 '새로운 인물'론과 함께 탈(脫)기득권, 사회분야의 진보적 정책 수용 등을 혁신 방향으로 제시했다. 두 의원은 모두 수도권 중진이면서도 전자는 범주류 친박계로, 후자는 비주류 의원으로 분류돼왔다.

세 후보자는 전날 오후 제주 퍼시픽호텔에서 열린 제주 타운홀 미팅에서 첫 비전 발표를 통해 개성을 드러냈다. 홍준표 후보는 "22년 동안 당에서 일하며 왜 이렇게 정당이 허물어졌을까 고민했다"며 "치열함과 이념적인 기반이 없었기 때문이다. 무엇을 위해 정당을 하고, 국회의원에 출마해 활동하는지에 대한 치열함이 부족했다"면서 "당을 뿌리부터 쇄신하지 않고서는 내년 지선이 어렵다"고 밝혔다.

원유철 후보는 "이번 전대를 통해 수구 보수정당으로 갈 것이냐, 개방적인 개혁 혁신정당으로 갈 것이냐가 결정될 것"이라며 "당은 이념을 무장할 때가 아니라 민생으로 무장해야 할 때"라고 견제구를 날렸다. 신상진 후보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 이후 추락한 당의 위상을 회복하기 위해 "과거 기득권 이미지를 없애고 당 정책노선과 조직 일방통행식 노선을 바꿀 것"이라며 '무계파'를 자처하면서 "당대표가 되면 계파를 없애고 공정한 공천을 이루겠다"고 말했다.

다음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진행된 초·재선 의원 초청 후보자 토론회에서 후보자들은 당 혁신의 구체적 방향과 내년 지선 승리 전략 위주로 질문을 받고 그에 대한 답을 제시했다.

홍 후보는 지금까지 여론전에서 수세에 몰린 당의 행태를 '웰빙정당'이라고 지적하고 원외당협위원장 임명이나 국회의원 공천 등에 있어 "전사가 될 사람만 뽑겠다"며 "야당이 됐으면 전 조직원이 전사가 돼야 한다. 어려울 때 내부 총질하고 흠집이나 내서 '소장 개혁파'로 모양 갖추기나 하면 안 된다. 그런 사람은 대부분 바른정당에 가 버렸다"고 말했다. 당 혁신위원회를 신설, 전부 외부인사로 구성한다는 방침도 밝혔다.

지선 전략에 관해서는 일단 "수도권이 결코 한국당을 버린 게 아니다"며 "연말까지 253개 지구당 정리를 마치고 늦어도 1월 말까지 후보 공천을 완료하겠다. 그래야 당 내분을 딛고 수습하고 선거를 치를 수 있다"고 했다. 지선의 핵심인 서울시장 선거에 대해서는 "어렵다고 본다"면서 "나갈 분을 우리가 찾아야 한다. 현재로서는 나가 이길 사람이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자유한국당 초·재선 의원들이 20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 홍준표 전 경남지사, 원유철 의원, 신상진 의원 순으로 7·3 전당대회 당대표 후보를 초청해 정견을 듣고 질의와 답변을 주고 받았다./사진=미디어펜



원 후보는 대선 결과에 대해 "영남 외에는 사실상 모두 참패였다"며 "24%는 우리의 한계였다"고 거듭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제 76%의 가능성을 향해 달려가야 한다"며 "수도권 출신인 제가 수도권 승리, 중부권 승리, 한국당의 지선 대승을 위해 앞장서야겠다"고 말했다. 선거 전략으로는 외부인사 영입론을 내세웠다.

특히 홍 후보의 선명성 강조 기조에 대해 "보수의 가치를 지키는 건 당연한 일이고 당헌 당규에 다 지정돼 있다. 새삼 말할 필요도 없다"면서 "소리지른다고, 막말한다고 강한 정당 되는 게 아니고 국민 지지가 핵심"이라고 각을 세웠다. 지구당 위원장 인선·선거 공천 문제에 대해서도 "당대표나 최고위원이 자기 입지 강화를 위해 공천을 행사하는 건 절대 안 된다"며 "대표가 되면 아예 공천권을 안 가지려 한다"고 이견을 냈다.

신 후보는 무계파·실용주의 노선 이미지를 한층 더 피력했다. 그는 '독고다이' 이미지를 강조한 홍 후보를 겨냥 "'친박 물러가라' 하는데 또 다른 분란을 일으키는 것"이라며 "계파를 없애는 건 곧 저 같은 사람이 (해야한다)"라고 말했다. "당 주요 자리에는 완전히 계파에 관계 없이 사람을 보고 임명할 것"이라고도 약속했다.

외연 확장 방안에 관해서는 "전국적인 청년조직을 바로 설치해 나갈 것"이라며 "우리는 너무 고립돼 있다. 정책적으로 중도 개혁보수 노선을 걸어야 한다. 대북·안보에서 한미동맹을 철저히 해야하고 사회 분야는 진보정치에서 옳은 건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선의 경우도 "(외연) 확장해서 많은 국민과 함께 투쟁하고 (여권을) 견제하는 야당"이 돼야한다며, 주요 이슈별로 당내 투쟁위를 구성해 대응하는 등 신축적인 조직 운영을 강조했다.

한편 한국당은 이날 두 번째로 후보자들 간 비전 경쟁을 벌인 데 이어, 이달 21일 호남권·23일 강원권에서 타운홀 미팅을 추가로 갖는다. 25일부터는 부산·울산·경남, 26일 충청권, 28일 대구·경북, 29일 수도권 등 4개 권역별 토론회를 진행한다. 30일 모바일 사전투표와 내달 2일 대의원 및 선거인단 현장 투표를 한 뒤 전당대회 당일인 3일 개표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다.

[미디어펜=한기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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